칼럼/인생2018. 12. 7. 19:14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순식간에 영하10도 아래로 내려가니 당황스럽다.

문득 어릴적 겨울날이 떠올랐다.


지금처럼 추운 날이면 수도가 꽁꽁 언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신 어머니는 물을 끓여 수도 꼭지 주위에 붓다.

그렇게 여러 번을 부어야 수도 꼭지에서 물이 조금씩 나온다...


대야에 담아둔 물은 꽁꽁 얼어 있고, 겨우 녹인 수돗물도 조금씩 나오기에  4남매는 줄을서서 고양이 세수를 한다..


수업을 마치고 집에 오면 빨랫줄이 보인다..

빨랫줄에는 꽁꽁 얼은 빨래가 널려 있다..



뻣뻣한 그 느낌이 나쁘지 않다.

이리 저리 만져 보고 퍽퍽 쳐보기도 하고  앞뒤로 뒤집어 보기도 한다..

이 빨래는 삼한사온 몇날 며칠이 지나야 겨우 마른다...


마을 위 저수지는 꽁꽁 얼어 있는데 군데 군데  얼음을 깨서 만든 빨래터가  여럿 있다...

주말이면 누나는  빨래를  짊어지고 또래 친구들과  저수지로 향한다..


 


평소 아버지에게 꾸지람을 많이 듣던 누나지만 이날 만큼은 아버지에게 특별 대우를 받는다.

그렇게 무뚝뚝한 아버지가  개선장군 마냥 빨래를 이고 대문을 열고 들어 오는 누나를 보면 터벅터벅 다가가 털털한 웃음과 함께 손을 꼭 잡으며 누나 손을 녹여 주시곤 했다.


평소에는 볼수 없는, 아니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한다..

눈 앞의 광경이 너무 낳설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누님과 소주 한잔 하며 옛날 얘기하면  빠지지 않는 레파토리다.


세월이 참 좋아졌다.

영하 10도가 아니가 영하10도 할아버지가 와도 방안에서 세탁기 돌리고  빨래가 다 되면 세탁기 위에 있는 건조기에 빨래를 넣고 버튼 한 번만 누르면 빨래가 다 말라 버린다..

어느덧 이렇게 좋은 세상에 살고 있다..


지금 아이들은 30년 40년이 지나면 나중에 어떤 이야기를 하면 오늘을 기억할까......   

아마도 이런 이야기를 하겠지..

옛날에는 이러 했단다.. 얘들아...


정말?  에이 거짓말~~~

Posted by 카이사르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