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시사 만평2018. 2. 3. 21:11

인간에게 영혼이 있다면  인간과 똑같이 만든 인조인간에게도 영혼이 있는걸까?~~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꼈다면 그것은 애초부터 프로그래밍 된 것일까, 

아니면 인공지능 자의식이 느낀 사랑의 감정일까~~~


얼마전  개봉된 SF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가 던지는 여러 질문 중 하나이다.

30년 만에 리메이크 된 기대작이지만 흥행에는  참패했다..


그래도 나에게는 불후의 명작이다.   

잔잔한 감동을 주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다...


우리의 주인공 인조인간 K!


 K는 자신의 기억조차 프로그래밍으로 이식된 가짜 기억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무조건 인간에게 복종하게 설계된 자신의 운명도 잘 알고 있다.


그의 표정은 로봇처럼 늘 무뚝뚝하고 무미건조 하다.

그 무미건조한 표정 속에 큰 슬픔을 머금고 있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K가 하게 되는 사랑도 애달프다.

K가 사랑하는 존재는 홀로그램 인공지능 JOI다..


 

JOI는 인간과 똑같이 생기고, 똑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만 그녀는 가상세계에 존재하는 홀로그램 인공지능일 뿐이다..


 K가 일을 마치고  힘들고 지친 모습으로 집에 돌아오면 JOI는 반갑게 K를 맞이 한다..

모든 얘기를 들어주고, 무조건 좋아해주고 , 위로하고, 격려하고 사랑해준다.

 

그러나 애초부터 결정 되어진 미완의 사랑이다.

한쪽은 인조인간이고, 한쪽은  홀로그램이다. 

그 사랑이 진짜 인지 가짜인지 조차 모른다.


프로그래밍된 대로 행동하는 것인지, 자의식에 의해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인지 알길이 없다. 



분명한 것은 홀로그램 인공지능 JOI는 무뚝뚝한 인조인간 K를 사랑했다는 사실이다.. 

너무도 사랑한다. 무조건 사랑하고, 많이도 사랑했다.  

그런 JOI를  K도 사랑한다..   


그러나 만질수도 없고, 만지려 해도 허공을 가를 뿐이다.


인간에 의해 프로그래밍된 인공지능에  불구하다.

그녀 자신도 자신의 존재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녀의 눈은 슬프다...  애절하고 안타깝다..


JOI는  전기 신호가 끊어지면 죽는것이나 다름 없다..

홀로그램이니까...


그러던 어느날 이별의 순간이  왔다..

악당에 쫓기던 K는 JOI를 작동하던 리모콘을 떨어뜨리게  된다..

악당이 리모콘을 파괴하면 JOI는 사라지고 만다..

JOI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리모콘이 박살나기 직전, 아니  JOI가  사라지기 직전  K에게 마지막 말을 한다.



  "사랑해" !

홀로그램 인공지능 JOI는 그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만약 JOI가 현실 세계에 존재 했다면 마지막 순간  사랑한다는 말 대신 미워 한다는 말을 남겼을 지도 모른다. 

사랑과 미움은 동전의 양면이기 때문이다... 

헤어지는 순간까지도  미워하는 감정이 있다면  그 순간까지도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미움은 외적 원인의 관념을 동반하는 슬픔이다 

- 스피노자- 


사랑, 미움, 슬픔..


마지막 순간 어떤이는 사랑한다는 말을 남기고 , 누구는 밉다고 말하고, 누구는 슬프다 한다. 

알고 보면 다 같은 감정이다.. 


인조인간K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이 아닌가 한다.

유전자에 각인된 본능의 신호대로 행동하는 인간이나,  0과 1 이진수의 신호로 움직이는 인공지능이나 뭐가 다를까? 


인조인간K와 홀로그램 JOI가 나눴던 사랑도 그냥 사랑이다..

뜨거운 피가 흐르는 인간이든,  전자 신호가 흐르는  홀로그램 인공지능이든, 

만질 수 있는 존재이든 , 만질 수 없는 존재이든 그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남는 것은 스토리다.

얘기 하고 ,웃고,  울고 ,슬퍼하고 , 기뻐하고, 설레여 하고 , 그리워하고 ,기다리고, 좋아 하고, 미워하고, 사랑하고.....

오직 둘만의 스토리만 남을 뿐이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2049>는 인간의 본질과 자아와 정체성, 그리고 사랑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결코 한 번 봐서는 알 수 없는, 그래서 여러번 보게 되는 묵직한 영화다..




Posted by 카이사르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