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인생2019. 6. 25. 20:31

언제부턴가 내 삶에 주말은 없어졌다.

매주 토요일이면 뇌졸중 재활치료를 하고 계시는 어머니를 뵈러  40분 운전하고 어머니께 가야 한다.

운전을 지독히 싫어 하는데 매주 운전을 할 수 밖에 없다.

 

어머니는 아들 고생한다고 자주 오지말라고 하신다.

누님은 "너 힘들어도 꼭 엄마를 찾아가서 얼굴이라도 비추라" 한다.

그 압박감이 쓰나미보다 크다.

그런 말 안해도 갈려 그랬는데...

 

어머니 병문안 가느라 휴가는 이미 다 써버렸고,

지금은 곳감 빼 먹듯 연차를 야금야금  까먹고 있다.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내 삶에 왜 이런 불행한 일이 있지? 라고 생각하면 한없이 우울해진다.

 

나는 바보가 아니다.

생각만하면 우울해지는 그런 생각을 선택하는 바보가 되는 것을 단호히 거부한다.

내가 선택한 해석은 다음과 같다.

 

어머니를 매주 뵐 수 있다.

이 얼마나 좋은가..

이런 일이 있기 전에는 어머니를 1년에  많아봐야 4번 정도 뵈었다....

설날,추석, 어머니 생신,  아버지 기일 정도....

그때는 볼때마다 서로가 늙어가는 모습에 깜짝 깜짝 놀래곤 했다..

흰머리가 늘고 주름이 늘어가는 모습이 너무도 뚜렷이 보이니 서로가 그 모습을 확인하는 것이 곤욕스러웠다.

 

하지만 지금은 매주 뵌다..

한달에 4번이니 1년이면 50번은 된다..

너무 자주 보니 흰머리, 주름 늘어나는 것을 확인 할 수 없다.

어미니를 매주 보니 이제는 시시콜콜한 얘기도 서로 나눈다.

어머니는 1주일 동안 쌓였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으시며 좋아 하신다..

그렇게 2시간 동안 놀다가 헤어질때는  눈시울을 붉히시지만 결국 눈물은 보이지는 않으신다.

내가 민망해 할까봐....

"아들 고생한데이.... 조심해 가라.."

이 말을 애써 덤덤히 던지신다..

 

어머니 병이 심혈관 관련 병이라 4남매 모두 심혈관 관련 보험을 모두 강화 했다..

그리고 모두 건강검진을 새로 했다.

혈압을 체크하고, 혈압을 관리하며 심혈관에 좋은 음식이 뭔지 단톡방에 서로 공유한다....

 

만약 어머니에게 그런 일이 없었다면 모두들 무관심 했으리라..

그랬다면 향후 치명적인 병에 걸렸을 확률이 높았을 것이다..

어머니로 인해 그 확률이 현저히 낮아졌다....

 

어머니 병원비 처리를 하는 과정에서 형제간 우애가 더 좋아졌다.

십시일반 힘을 모으고 서로를 격려하며 미안하다 고맙다 고생한다..

이런 말을 더 자주하게 되었다..

이런 모습에 어머니도 미안해 하면서 흡족해 하신다..

 

결국 선택의 문제다...

생각도 선택하는 것이다...

"좋은게 좋다"는 말은 평소 부정적인 뉘앙스로 쓰이는 경우가 많은데"좋은게 좋다"는 말은 진짜 좋은 말인 것 같다.

 

대충 퉁치고 넘어가자는 의미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든 긍정적이고 밝게 해석하는 삶이 결국 총체적 삶의 행복도를 높이는 현명한 방법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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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이사르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