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시사 만평2018. 3. 28. 09:09

문제의 호텔에서 정봉주 전 의원의 카드 사용내역이 나오면서 진실게임이 끝났다. 

온갖 음해에 시달렸다고 눈물로 결백을 호소 했지만 결정적 증거 앞에 결국 승복했다.

온 국민을 피곤하게 만든 죄를 물어 일단 곤장 50대는 맞아야 한다. 


예상한 결과였지만 혹시나 하는 기대를 했었는데 결과가 이렇게 되서 참으로 안타깝다.  

민망해서 기사를 전부 읽지는 않았다. 



나름 국가를 위해 헌신한 것도 적지 않고 유쾌하고 명랑하고 봉도사라 불릴 정도로 샤프한 모습도 보기 좋았는데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 


정봉주가 기억을 까먹었을리가 없다. 

시간이 지나면 까먹는 기억은 통상적인 패턴의 사건이다..

반복되어 중첩이 되는 기억은 모두 기억할 필요가 없어 기억을 까먹을 수 있다.

하지만 8년 전 그 사건은 정봉주는 절대 까먹을 수 없는 기억이다..

평소에 반복적으로 일어나던 일이 아닌 굉장히 독특하고 특이한 패턴의 사건이기에 기억에 없을 수 없다..


그런데 왜 거짓말을 했을까..

아마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1. 인정하는 것이 너무 부끄럽다. 

2. 인정하면 그동안 내가 쌓아온 모든 것이 무너진다.

3. 8년 전의 일이고 증거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결국 미제로 결론 날 것이다..


디지털 세상에서는 흔적을 모두 지울 수 없다는 너무도 상식적인 이해가 없었다.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 없다는 링컨의 교훈을 이해 못했다.

무엇보다 정봉주의 치명적 잘못은 "정직의 가치"를 너무 소홀히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일을 이렇게까지 키운 것이다. 

그것이 그의 그릇 크기고 한계이기도 하다. 


아마 김어준, 주진우 등 주변사람들에게 조차 진실을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이 그렇게까지 아둔하다고 믿고 싶지는 않다... 


2011년 정봉주는 너무 갑자기 인기를 얻었다. 

갑자기 얻게 되는 부, 명예, 권세는 원래 위험한 것이다.

정봉주는 분명 실수를 했다.. 

하지만 그날 그 일이 그의 삶을 모두 망가뜨릴 정도의 사건은 아니다..


문제가 처음 제기 됐을 때 쿨 하게, 정직하게 인정하고 "나의 실수였고 ,내 삶을 반성하고, 그분에게 사과한다" 했으면 그걸로 끝이였다..

오히려 상하관계에 의한 미투에 해당하지 않는 사생활인데  너무 했다는 동정여론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정봉주는 신중하지 못했고, 정직하지 못했고, 현명하지 못했다.

Posted by 카이사르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