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히딩크 자서전 : 마이웨이 中 -

나는 어려서 지는 걸 무척이나 싫어 했다. 경기에서 지면 울었다.
우리집안에서 나같은 성격을 지닌 사람은 없었다. 큰형이 공부에서 지는 걸 싫어했지만, 그렇다고 나처럼 울지는 않았다. 나는 좀 달랐다. 축구 게임에서 지고 나면 세상이 끝나는 것만 같았다.

프로축구 감독이 되고 난 직후에는 경기에서 지면 이삼일씩 사라지는 버릇이 있었다.
한국에서는 이런 경우를 두고 '잠수를 탄다'는 표현을 쓰던데, 내가 잠수함을 타는 버릇은 꽤 오래 된 셈이다.
어디든 혼자 쳐박혀서 울분을 삭혀야 직성이 풀렸다. 선수 시절에도 경기에서 지면 모든 책임이 내게 있는 것처럼 여겼다. 성격이 괴팍했다고 할 수도 있겠다.

이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경기에서 지면 바로 포기하는 사람과 경기에 진 것을 어떻게든 만회하려는 사람이다. 난 후자쪽이다.

아버지가 가르쳐준 것도 아니다. 그게 내 성격이다.
열두 살때 대회에 나가 진 적이 있었다. 치미는 화를 누를 수가 없었다. 마치 나 때문에 진 것만 같아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그리고 난 뒤 이를 악물고 더 연습했다. 친구들을 탓하지는 않았다. 그저 내가 졌다는 사실이 싫었을 뿐이다. 20대 초반에 프로구단 코칭스태프로 일했을 때도 경기에서 지고 나면 이삼 일씩 사라지고 했다. 지금 생각해도 아주 나쁜 버릇이다. 그런 행동은 주변사람들에게 나쁜 영향을 준다. 패배를 극복할 줄 알아야 하지만 나는 그걸 감당할 수 없었다. 아마도 스물 다섯살때까지 그랬던것 같다. .

Posted by 카이사르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