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인생2017. 2. 5. 10:34

일제가 패망한 뒤 일본군 고위 장성들은 대부분 전범으로 체포되어 사형에 처해졌다. 하지만 무능함으로 일본군에 큰 피해를 줬다 하여 석방된 사령관도 있다. 태평양전쟁 당시 동남아지역 일본군을 통솔한 "무다구치 렌야" 중장! 그는 세계 전쟁사 최악의 작전 중 하나로 불리는 "임팔작전(Battle of Imphal)"을 지휘한 사령관이기도 하다. 임팔 지역은 동남아에서 중국, 인도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군사 요충지다. 일본군이 이곳을 점령하면 연합군의 보급로를 차단 할 수 있어 태평양 전쟁의 판도를 바꿀 수 있었다. 하지만 임팔 지역은 영국군의 영향권에 있었을 뿐만 아니라 숲이 빽빽이 들어 찬 정글이라 군사작전을 펼칠 수 없는 지역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렌야 중장은 임팔 공격을 명령했다. 참모들이 일본 본토와 너무 멀어 보급 차질 문제를 제기하자 보급이란 원래 적에게서 빼앗는 것이라 주장했다. 밀림이라 차가 있어도 포탄과 무기를 실어 나를 방법이 없다고 하자 소나 말에 장비를 싣고 가면 되고 포탄을 다 쓰면 소나 말을 식량으로 활용하면 된다는 황당한 논리를 폈다. 뿐만 아니라 사령부 옆에 제단을 만들어 놓고 이기게 해달라며 매일 빌기까지 했다. 하지만 전투 결과는 참담했다. 전투다운 전투 없이 32,000명은 포격에 죽고 4만여 명은 보급이 끊겨 굶어 죽었다. 이길 수 있다는 긍정적 신념이 아무리 강해도 그 방법이 비합리적이면 실패하게 된다. 


무능한 장군이 있다면 유능한 장군도 있다. 렌야 중장의 "임팔전투"와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전투는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이다. 12척의 배로 133척을 물리친 명랑해전! 정말 기적과도 같은 승리다. 10배가 넘는 적선을 침몰 시키고 수 천명의 적군을 수장 시키면서도 단 한 척의 배도 잃지 않았고 피해는 고작 전사자 2명과 부상자 2명뿐이었다. 그렇다고 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순신의 지략과 용맹함만으로 이겼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이순신은 그 누구보다 합리적이며 전략적인 사고를 하는 인물이었다.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 전투에 무모하게 뛰어드는 스타일이 아니다. 원균이 칠천량 전투에서 패하여 조선수군이 괴멸 됐을 때 조선군 총사령관 권율은 이순신에게 살아 남은 군인이라도 모아 육군에 합류하라 명령했다. 상관의 명령임에도 이순신은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지상 전투에서는 조선군이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길 수 있다는 긍정 뒤에는 합리적 근거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질 수 밖에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전투에 임하는 것은 용맹이 아니라 무모한 긍정이다. "12척으로도 133척을 이길 수 있다"는 이순신의 긍정 속에는 합리적이며 충분한 근거가 있었다. 당시 일본 해군의 주력은 약탈을 일삼던 해적 스타일의 배라 함포가 아예 없거나 앞쪽에 1~2개가 고작이었다. 반면 조선의 판옥선은 24개 이상의 함포가 있었으며 배의 바닥이 평평하여 그 자리에 회전할 수 있었다. 이런 특징을 잘 살리면 일제 사격, 연속 사격이 가능해진다. 이순신은 고심 끝에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판옥선의 장점을 활용하고 적을 유인하여 좁은 해협에서 싸우면 압도적 화력의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 했던 것이다. 이순신이 12척으로 133척을 상대 한 것은 불가능 한 줄 알면서도 사나이 객기를 부린 것이 아니라 불가능한 상황에서 출발했지만 고심 끝에 가능한 방법을 찾아 냈기 때문이다. 


흔히 긍정적 사고를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된다고 믿는 것"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큰 착각이다. 매사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바람직하나 긍정하는 데는 반드시 합리적인 근거가 있어야 하다. "내가 생각해도 안 될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긍정이라기보다 자기기만이다. 영화 "마션"을 보면 화성에서 조난 당했다 살아온 주인공이 학생들에게 강의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의 말이 매우 인상적이다. 우주에서는 마음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고 언제나 상황이 틀어지지만, 문제가 나타날 때마다 자신의 과학지식을 총동원해 문제를 해결했고, 또 다른 문제가 생기면 또 다시 해결하고, 그러다 보니 지구에 귀환 할 수 있었다. 


 그렇다. 진정한 긍정주의는 무작정 잘 될 거라 믿는 것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해결 방법을 찾는 것이다. 백의종군에서 돌아온 이순신이 처음 했던 일은 도망친 배를 끌어 모으고, 흩어진 패잔병을 불러드리는 일이었다. 이순신의 위대함은 여기에 있다. 억울한 모함을 받고 자신이 키워온 수군이 전멸하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가능성을 찾고 해결책을 모색했던 것이다. "반드시 이긴다"는 목표를 정해 놓고, "어떻게 하면 될까"하는 합리적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이 그를 위대한 장군으로 만들었다. 

 목표의 방향은 긍정적이되 성취를 위한 방법론은 합리적이어야 한다. 내가 생각해도 안 될 것 같고 말도 안 된다 생각하면 성취 가능성은 낮아진다. 스스로 납득이 되어야 한다. 긍정적 목표를 세웠으면 어떻게 그 목표가 실현 되는지  스스로 합리적인 설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긍정적인 마음만 있고 "어떻게" 라는 방법론이 없으면 그것은 목표가 아니라 희망사항이 된다.  낮은 목표는 동기부여가 약해 성취 에너지가 약하고, 지나치게 기대치가 높은 비합리적인 목표는 스스로를 설득하지 못해 이 또한 성취 에너지가 약하다. 성취에너지가 가장 높은 것은 합리적으로 긍정하는 것이다. 매사에 할 수 있다 생각하라, 가능하다 믿어라. 다만 어떻게 가능한지 스스로 설명할 수 있고  충분히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불가능을 가능케 만드는 성취 에너지의 원천은 합리적으로 긍정하는 것이다.

'칼럼 > 인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슬픔에 대한 단상  (0) 2017.02.05
그 누군가에게 나는 그 어떤 사람일까  (0) 2017.02.05
나는 어떤 사람인가  (0) 2017.02.05
생각 가꾸기  (0) 2017.02.05
나는 언제 행복한 사람인가  (0) 2017.02.05
불교, 그리고 철학 하는 삶  (0) 2017.02.05
공허함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  (0) 2017.02.05
Posted by 카이사르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