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인생2017. 2. 10. 21:31

"장미의 전쟁" 이라는 영화가 있다.
주인공 올리버는 야심만만한 변호사 초년생이고, 바바라는 매력적이고 명랑한 커리어우먼 이다.
어느 날 폭우가 쏟아지는 거리에서 우연히 그리고 운명처럼 만난다.
우산을 같이 쓰고 걸으며 달콤한 대화를 나눈 뒤 그야말로 첫 눈에  반해 결혼 한다.

세월이 흐른다.


눈빛만 봐도 설레던 사이가  언제부턴가 먼 발치서 그림자만 봐도 꼴 보기 싫은 사이가 되어 버린다.
사사건건 부딧 치고 만나기만 하면 싸운다.
그렇게 사랑하던 사이가 철천지 원수가 되어 버렸다.
로맨틱으로 시작한 영화는  후반부로 가면서 컬트로 변한다.
만나기만 하면 쌍욕 하고, 비난 하고, 비꼬고, 힐란 하고, 저주를 퍼붓는다.
손에 잡히는 것은 닥치는 대로 집어 던지고 , 머리 끄댕이 잡아 댕기고 추하게 싸운다.
급기야  서로에게 큰 상처를 주고 비극적인 파국을 맞는다.
타이밍을 놓쳐 버린 것이다.  아름다운 이별의 타이밍을..

인생에는 수 많은 만남이 있다.


친구로 만나고, 연인으로 만나고,  동료로 만나고, 동네 조기 축구회 회원으로 만나기도 한다.
어떤 만남이든 그 관계를 규정하는 최소한의 양식이 있다.
친구라면 편해야 하고, 연인이라면 콩깍지가 껴서 그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이쁘고 멋져 보여야 한다.
친구는 친구로서의 의리, 연인은 연인으로서 도리 ,동료는 동료로서의 예의가 있다.

진정한 친구라면  부족한 것은 감싸 주고 모자라면 채워주고 싶어 한다.
그 친구가 잘 되면 내 일 마냥 기쁘고, 안 좋은 일이 있으면  내 일처럼 아파해야 한다.
세상 모든 사람이 친구의 말을 안 믿어도 나 만큼은 그의 말을 믿을 수 있다면, 그런 사이라면 친구가 맞다.
반면, 잘 되면 배 아프고 못 되면 고소하고, 술이 떡이 되어 넋두리라도 하면
" 내가 만만한가? 나를 이용하나? 내가 심심풀이 땅콩이야?" 이런 생각이 든다면  진정한 친구가 아니다. 
 무슨 말을 해도 믿기지 않고, 믿을 수 없고, 믿고 싶지도 않다면 그 사람은 나에게 거짓된 사람이다.
만나면 불편하고, 서먹하고, 신뢰가 안가면 그런 사람과는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없다.
언제부턴가 밉기만 하고 , 생각만 해도 힘 빠지고 짜증 난다면  그런 사람과는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
성격이 안 맞을 수 있고, 코드가 안 맞을 수 있고, 상황이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만남도 잘 해야 하지만 헤어짐도 잘 해야 한다.
헤어짐이 나쁘면 소중한 추억마저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악몽이 된다. 
이별의 타이밍을 놓치면 추하게 끝난다..
서로 상처만 주고 , 모진 말만 주고 받다가 둘 다 만신창이가 되고 나서야 끝을 맺게된다.

비극이다..


그렇게 친했던 친구 사이가  서로를 짓밟는 사이가 되고,
그렇게 사랑했던 사람이 꼴도 보기 싫고 사람이 되기도 하니 말이다..
 참지 말아야 한다. 표현 해야 한다.
믿었던 사람이 상처주는 말을 할때는 끙끙 앓지 말고 아프다 말 해야 한다.
소중하다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그래야 한다.  그래야만 앙금이 쌓이지 않고 상처가 곪지 않고 제때 치유 할 수 있다.
꾹꾹 참았다가 , 속에 담아 두었다가 순간 폭발 하여 모진 말을 일방적으로 쏟아 내고  끝내 버리면 나는 진짜 못난 사람이 된다..

 


영화 얘기로 돌아 가보자..
그들은 진작에 이별 했어야 했다..
모든 것이 싫어졌을 때, 회복 불가능 함을 확인 했을 때 ..
볼꼴 안 볼꼴 다 보며 막장으로 치 닫기 전에 말이다..

격려하고, 위해 주고, 믿어 주고, 사랑 하고, 이해 하고..
진정으로 그렇게 하고 싶은 사람이라야  친구이고, 연인이고, 소중한 사람이다.


무엇이 먼저인가..
그 모든 자격을 갖춰야 하는 게 먼저가 아니다..
격려하고, 위해 주고, 믿어 주고, 사랑 하고, 이해 하고..
누군가를 사랑 한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
누군가의 진정한 친구라면 그렇게 해야 한다.
친구니까..  사랑하니까..  그것으로 족한 것이다..
격려하고, 위해 주고, 믿어 주고, 사랑 하고, 이해 하고..
그렇지 않다면 , 더 이상 그러고 싶지 않다면 아름다운 이별을 선택해야 한다...

Posted by 카이사르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