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고향 선후배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먼 친척 회사 동료의 결혼 보다 고향 친구의 결혼은 훨씬 정겹고 즐거운 향우회 같은 시간이 된다.
로또 회사에 취업한 후배, 담배 회사에서 일하는 친구, 결혼해서 유부남이 된 친구,
아직도 크리스마스를 걱정해야 하는 솔로인 선배..
다들 살아가는 이야기 세상 돌아 가는 이야기로 처음 어색했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어느덧 학창시절 허름한 주막집 막걸리 추억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 곳에서 작은 키에 다부진 인상이 하나도 변하지 않은 고향 선배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평범한 삶의틀 속에서 살아가는 보통 사람은 자기가 살아보지 못한 특별한 삶을 사는 사람들을 보면
자극 받기도 하고 동경 하기도 한다.
키 작은 그 선배도 나에겐 오랫동안 연구 대상이였다.
외국에 한 번도 다녀오지 않았지만 외국에 살다온 사람보다 영어를 더 잘 한다는 소리를 들었던 선배였다.
3년만에 만난 선배는 영어 뿐만이 아니라 프랑스어, 중국어, 일본어, 독일어등 5개 국어를 마스터한 좀 더 업그레이드 된 기인이 되어 있었다..
뻥치지 말라고 조크를 하자 몇 분정도 여러나라 말을 섞어가며 친절하게 시범까지 보여 주었다.
얼마전에는 중국 국영방송 여자 아나운서를 친구로 사귀어 놓고 상해로 초청 받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되면 같이 놀러 가자고 꼬시기까지 했다..
그것뿐이 아니였다. 언제 공부 했는지 MBA 과정을 이수하고 중소기업 , 중견기업 간부를 대상으로 해외 마케팅을 가르치고 있었다.

이쯤되자 특별한 사람을 보면 관찰자로 변해 버리는 습관이 발동되어 칭찬과 감탄사를 연발하며 이것 저것 하나 하나 물어 보았다.
뭔가 있을 듯 했다.
남들은 평생을 공부해도 영어 하나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수두룩 한데 이렇게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이룩한 데는 분명 보통사람과는 다른 삶의 패턴이 있으리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삶은 시스템이다.
기계는 프로그램으로 시스템을 만들고 조직은 규율로 시스템을 만들지만 사람은 습관으로 삶의 시스템을 만든다.
성취하는 사람은 성취할 수 밖에 없는 삶의 시스템을 습득한 것이고
성취를 잘 하지 못하고 언제까지나 미래의 잠정적인 상태에만 존재하는 사람은 성취할 수 없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선배의 하루 일과는 이러했다..
새벽 4시30분에 기상하여 간단한 명상이나 기도로 마음을 가다듬고 성경이나 좋은 책들을 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하루에 한 시간 이상은 외국어 공부를 한다.
추석, 설날이 상관없고 술이 취한 날이든 말짱한 날이든 상관없다.
무조건 하루에 한 시간은 반드시 공부 한다.
일본어를 공부할 때는 일본어 회화책을 사서 외우고 또 외운다.
혼자서 중얼 거리기도 하고 테이프를 들으며 영어와 비교해서 언어의 특징을 파악해본다.
퇴근하고도 왠만하면 TV를 보지 않고 책을 본다. TV 보다 책 보는 것이 훨씬 유익하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TV를 볼때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를 판단하고 결정한다..
그렇게 분주하게 살고 하루를 정리한 뒤 11시에 잠을 잔다.
이렇게 금요일까지 열심히 산 후 토요일에는 무조건 이태원으로 향한다.
친구가 시간이 없을 때는 혼자라도 간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태원에는 세계 각나라 사람들이 다 오기 때문이다.. 미국인 프랑스인 중국인 일본인..
얼마나 많이 만났는지 요즘은 척 보면 프랑스인 독일인이 구별되고, 중국인 일본일도 거의 100% 맞출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프랑스어를 공부할 때는 프랑스 사람을 찾아서 일주일 동안 외웠던 문장을 써보는 것이다.
외국어 공부하는 중인데 여행 가이드를 해줄테니 말을 가르쳐 달라고 하면 대부분 좋아 한다는 것이다..
프랑스어가 막힐 때는 손짓 발짓 영어를 섞어가며 위기를 극복하고, 잘 모르는 표현은 수첩에 적어 놨다가 직접 물어 보기도 한다.
조금 친해지면 맛있는 것도 사주고 맥주를 얻어 먹기도 하며 그렇게 친구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자기 나라로 돌아가면 전화도 자주 하고 e-mail 로 안부도 전한다.
메일을 쓸 때는 하루에 하나씩 좋은 표현들을 적어 달라는 뻔뻔함도 보인다..
이렇게 해서 사귄 외국인 친구들은 학생, 셀러리맨에서부터 교수, 종교인, 기업인까지 다양하며 백명도 넘는다..

이렇듯 빠듯하게 살면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지만 그 선배는 알아주는 스포츠맨이다.
축구, 수영, 골프.. 그리고 요즘은 스카이다이빙을 배우려 준비하고 있다.
결코 부유하지도 않고 머리가 비상하거나 명문대를 나온 것도 아니다.

선배는 다른 사람과 무엇이 다른 거 같냐고 마지막 질문을 던지자 퉁명스럽게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스스로를 자극 할 수 있는 뭔가가 있는 거 같애"
그 한 마디에 모든 의문이 풀리는 듯 했다.

이것이 자기 동기부여(Self Motivation)이다.
선배의 마음을 뜨겁게 달구고 피를 끓게 하여 미친듯이 질주하게 만든 것은 여러 나라 말을 자유자재로 구사 할 수 있는 자신의 모습이였다.

스스로 동기부여 할 수 있는 능력!
중이 제 머리 못 깍듯 평범한 사람이 스스로를 자극 하고 동기부여하는 것은 굉장히 힘든 삶의 기술이다.
스스로 점화 하기 위해서는 꿈이 분명한 형태로 존재해야 한다.
막연하고 추상적인 형태가 아니라 그림이 분명히 그려지는 뚜렷한 꿈이어야 한다.
이것은 거창한 말로 야망이고 평범한 말로 비전이고 흔한 말로는 꿈이다.
또한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스스로 위기의식을 느낄 수 있는 자아성찰과 지성도 필요하다.
이 두가지를 적절히 섞어가며 스스로 채칙질 하고 자극을 주어 멈추어 있고 현재에 안주 하려는 자신을 지켜내야 한다.
평범한 자신의 모습과 적절히 타협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 하지 않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게으른 자아를 구해내야 한다.
바로 그 핵심에 자기 동기부여가 있는 것이다.

세상에 유일한 죄악은 평범해 지는 것이다. - 마사 그레이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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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이사르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