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각 때의 일이다.
어느날 자취방 근처에 지하철이 생기는 바람에 소음이 심해져 며칠 동안 자취방을 알아보고 다녔다.
생활 정보지를 뒤적이다 비교적 저렴하고 조용 할 것 같은 옥탑방이 나와서 전화를 하고 그곳을 찾아갔다.
학생이 자취를 하고 있었지만 10일 후면 나간다고 했다.
좁은 길을 따라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끝에 다다르자 조그마한 옥탑방이 보였다.
아직 학생이 오지 않았는지 불도 꺼져있고 문은 잠겨 있었다.
문 주위가 더럽혀져 있는 걸로 봐서 그리 깔끔하지 못할 것 같다고 예상을 했다.
그러나 문을 여는 순간 내 생각의 범주는 완전히 궤도를 벗어 났음을 알 수 있었다.
깔끔하지 못한 정도가 아니라 이곳에 사람이 사는 것이 맞는지 의심스럽기까지 했다.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쓰레기 봉투, 몇 달째 빨지 않았는지 이불은 노숙자의 그것과 조금도 다를 바 없었다.
PT병에는 담배 꽁초가 가득했고 검은 비닐 봉투에는 맥주병이 한 다발 있었다.
아무렇게나 헝클어진 옷가지는 좁은 방 한쪽 귀퉁이를 다 차지하고 있었다.
인생을 그리 오래 살아보진 못했지만 태어나서 그렇게 지저분한 방은 처음 보았다.
집 주인도 혀를 내둘렀지만 난 더 이상 그곳에 머물고 싶지 않아 형식적인 인사 몇 마디를 하고 도망치듯 빠져 나왔다.
지저분한 방을 본 나도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공부하고 돌아오는 그 학생도 자기 방을 보면 그리 기분이 좋지는 않을 것이다.
어릴 적에는 시골 집의 넓은 마당이 늘 불만 이였다.
수업 마치고 돌아오면 친구와 뛰어 놀고 싶었지만 거의 날마다 자라는 잡초 때문에 매일 얼마 정도는 잡초를 뽑아야 놀 수 있었다.
며칠만 게을러서 잡초를 뽑지 않고 마당을 가꾸지 않으면 마당은 지저분해지고 온 갓 잡초들이 고개를 내밀게 된다.
우리의 마음밭도 마찬가지다. 가만히 있어도 온 갓 잡초 같은 생각들이 하루에도 수백 번 스치고 지나간다.
부정적인 생각들, 비관적인 생각들, 옹졸하고 나약한 생각들, 질투하고 시기하는 생각들...
넓은 마당에 아무것도 심지 않고 가꾸지 않고 돌보지도 않으면 그것으로 그만인 것이 아니다.
아무것도 심지 않고 키울 것도 가꿀 것도 없으면 주인은 자기 마당에 신경을 쓰지 않게 된다.
그러면 그때부터 잡초와 들풀, 온 갓 잡목들의 공격을 받게 된다.
봄이면 민들레 꽃씨들이 바람에 날라와 마당에 아무렇게나 자라고 여름 장마철이 되면 하루가 멀다 하고 온갖 잡초들이 마당을 다 차지 하게 된다.
그러다 어느덧 가시나무 잡목들이 듬성듬성 자리잡기 시작하고 그렇게 몇 개월만 가꾸지 않고 가만히 두면 흉가처럼 변하고 만다.
우리의 생각도 가꾸어야 한다. 가만히 두면 잡초 같은 생각들이 자라게 된다.
아무 생각 없이 살다 보면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잡초 같은 부정적인 생각이 자라게 된다.
꽃을 심든, 토마토를 심든 아름다운 꽃과 열매를 맺을 수 있는 뭐라도 심어놓고 가꿔야 한다. 그래야 본인도 즐겁고 행복하지만 보는 사람도 즐겁고 흐뭇하다.
우리의 인생도 이와 마찬가지다.
의학이 발달했다 해도 길어봐야 100년도 되지 않을 인생이다.
몇 평 되지도 않은 인생의 마당이지만 꽃도 심어보고, 과일나무도 심어보고 꽃이 피고 열매가 맺으면 친구에게도 주고 이웃과 나눠먹기도 하고 그렇게 사는 것이 보람이고 행복이지 않을까
잡초는 매일 뽑아야 한다. 정원을 가꾸기 위해서는 매일 물을 주고 매일 풀을 뽑고 약을 치며 정성을 쏟아야 한다.
조금만 게을러지면 잡초의 씨앗이 날아와 마당을 흉하게 더럽힌다.
잡초와 같은 생각은 가만히 있어도 자라기 때문에 매일 뽑아내야 한다.
부정적인 생각은 늘 떠오르고, 왠지 나의 타고난 운명은 신통치 않은 것 같고, 미래가 불안하고 소망도 희망도 없어 보인다는 생각이 떠오른다고 해서 그대로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뽑아 내야 한다. 그런 생각이 떠오르면 잘라 버려야 한다.
잡초같은 생각이 떠오른다고 가만히 앉아서 한숨만 쉬고 있으면 잡초에게 영양분을 공급하는 꼴이 된다.
그럴 때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산책도 해보고 공도 차보고 노래도 불러보고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버려야 한다.
그리고 소망의 씨앗을 뿌리고 부지런한 농부처럼 나의 생각을 가꿔보는 것이다.
정원을 가꾸는 것은 노동도 아니고 노역도 아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은 축구를 노동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8월 땡볕에 녹초가 될 때까지 축구를 하면 그것만큼 즐거운 것이 없다.
부정적인 생각의 잡초를 뽑아 버리고 정원을 가꾸듯 건강한 생각을 가꾼다면 행복한 인생을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항상 생각하고 있는 것, 그 자체가 바로 그 사람이다. "- 에머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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