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인생2017. 2. 5. 01:45
정신없이 살다 보니 글쓰기를  게을리 했네요.
축구 선수가 경기를 뛰지 않으면 감각을 잃어 버리듯이, 
글쓰기도 꾸준히 하지 않으면 글 쓰는 근육이 풀리는데 제가 딱 그런 상태인듯 합니다.  ㅎ
사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어느날  사업을 하는 후배가 점심을 같이 먹자며 회사 근처로 찾아 왔습니다..
종종 있는 일입니다.
거래처를 오가는 길에 가끔 들러 점심도 먹고 커피도 마시곤 했습니다.

그 후배는 아웃도어 시장에서 잔뼈가 굵었고 지금은 제법 큰 규모로 그럴듯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녀석은 나 못지 않게  돈 안 되는 것에도 관심이 많은지라 대화의 주제가  항상 엉뚱하고 다양합니다..
그런데 그날의 대화 주제는 사업 아이템이였습니다.

자영업자 600만 시대..  
취업인구 30%가 자영업 관련 일을 하고 있는 기형적 사회 구조..
베이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자영업에 뛰어들면 더욱 더 피튀기는 전쟁터가 될 이 나라에서..
만약사업을 하게 된다면 어떤 아이템이 좋을까~~

직장을 박차고 나올 용기가 부족한 탓에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세우지 않았지만 
사업을 하게 되면 어떤 아이템이여야 한다는 것은 나름 생각한 것이 있었습니다.
 
일단 레드오션은 피하고, 
충분히 가치가 있으면서,
희소성이 있고, 
일정 규모의  시장이 있을 것~.
치킨은 한국인의 입맛에 맡아  충분히 가치가 있지만 희소성이 떨어져서 제값을 받지 못합니다.  
전형적인 레드오션입니다...
시장 전체는 넓지만  나와 관련된 시장은 매우 작습니다.
시장 범위는 겨우 오토바이로 배달 할 수 있는 정도 입니다..
그 거리안에 너무 많은 치킨집이 있어서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사업이지요..
또하나의 원칙은 시대의 흐름을 타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대의 흐름을 탄다는 건 그 시대가 만들어주는  문명의 혜택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터넷의 힘을 이용해야 하며, 모바일 인프라 활용은 필수~~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나름대로 저의 생각을 이야기하자  후배가 대뜸 하는 말이..  
" 인터넷으로 하는 거면  IT 일를 하는  형이 직접 해봐~  사이트 구축은 공짜일거 아녀~~ "

그전까지 사업을 직접 한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는데 인터넷으로 하는 것이라면 충분히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집사람이 소일거리를 찾고 있던지라  직접 아이템을 찾아 보기로 했습니다..
며칠을 고민하다 하나의 아이템이 떠올랐습니다.
오래전에 가정용 수제맥주 제조기를 사서  종종 집에서 수제맥주를 담궈 먹고 있었습니다..
수제맥주는 손님 접대용으로 좋고, 주변에 선물하기도 적당했습니다.
맥주 제조기에  믹스 넣고 물만 넣으면 간단히 만들 수 있어  재미도 있고 맥주 맛도 아주 일품입니다..
사업의 관점으로 보니 내가 생각하는 아이템과 딱 맞았습니다..
충분히 가치가 있고, 희소성이 있고, 매니아층이 있어 시장도 충분하다는 것...
문제는 이미 누군가  한국 총판권을 따내서 국내서 팔고 있다는 것....
한참을 생각하다 빈틈을 찾게 되었습니다..
제가 맥주 기계를 구매했던 사이트의 디자인이 8년째 그대로 라는 점..
휴대폰 전화 번호가  여전히 011 이라는 점...
모바일 결제가 안 된다는 점..

이런 사실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사업을 크게 하고 있지 않고, 인터넷 활용에 익숙치 않다는 것입니다..
당장 그 회사에 전화를해서 다음날  사장을 만나기로 했습니다..
간단하나마 사업계획서를  작성해서  약속 시간에 카페에서  만났습니다..
예상처럼 사업체도 영세 했고 사장은 인터넷에 대해 잘 몰랐습니다..

십 수년전 캐나다에 거주하는 형님집에 놀러 갔다가 가정용맥주제조기를 알게 됐고 
우여곡절 끝에 맥주제조기 한국 총판을 땄지만 여러 애로사항이 많다고 했습니다..

사업설명서를 보여주면서 비젼을 제시했습니다.
나는 IT 업계 오랫동안 일해 왔고  사장님의 부족한 점을 내가 매울수 있으니 서로 윈윈할 수 있다고 설득했습니다..
- 시장을 넓혀야 한다.  
- IT 힘을 이용해야 한다..
- 내가 그 역할을 할테니 기회를 달라..
간지러운 부분을 긁어줘서 였을까요..
사장은 흔쾌히 허락했고, 결국 10원 하나 들이지 않고 계약서에 싸인을 받아 내고  온라인 독점 판권을 따냈습니다.
그때가 5월이였습니다..
그리고  3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집사람 명의로 사업자도 내고, 통신판매업 신고도 하고, 퇴근후에 사이트 기획하고, 주말에는 하루종일 사이트를 만들었습니다.
이래 저래 챙길거 챙기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냈습니다. 
지금은  어느정도 세팅이 되었습니다..
저는 평소와 똑같이 직장에 다니고 퇴근한 후에 잠깐씩 이것저것 챙깁니다..
집사람은 하루에 30분 정도만 투자해도 사이트는 알아서 잘 굴러가고 있습니다..
주문확인하고 포장한 뒤 문밖에 물건을 두면 택배아저씨가 물건을 가져가니 특별히 하는 것도 없습니다..
24시간, 컴퓨터와 모바일을 통해서  전국의 수제맥주 매니아를 상대로 가정용 수제맥주  제조기를 판매 하고 있습니다.
고객들이 입소문은 알아서 내주고 있어서 매출은 계속 늘고 있습니다. 
또한 맥주기계를 팔고 나면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후로는  계속  맥주 재료를  재구매 하기 때문에 수익은 계속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아직 크게 성공한것은 아니지만 초기 투자비는 한 달도 안되서 모두 회수했고 수익은 계속 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 모든게 불과 4개월만에 이뤄졌습니다.. 
너무 자랑하는 것 같아 좀 민망한데 자랑하기 위함도, 홍보를 위함도 아닙니다.  ^^

초기 확보한 물량이 거의 다 팔려서 며칠후면 품절이 됩니다..
미국에서 물건이 올 때까지 보름 이상 걸릴 것 같아 그때까지  팔 수가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아무튼 제가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정말 생각한 것은 현실에서 발현 된다는 것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남이 선점 하고 있는 사업을  한다는 게 말이 되지 않아 보였습니다.
아이템을 주변사람들에게 말하자  대부분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더군요..
판권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직장 다니면서 할 수 있겠냐...   물건만 쌓아두고 안 팔리면 어떻하냐....
등등...
하지만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확신하고, 머리속에 선명하게 그려보니  생각보다 순조롭게 진행됐습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빈틈이 보이고,  빨리 움직이게 되고..   막연하던 것이 서서히 윤곽을 잡게 되더군요..
4개월의 경험이 사소하고 특별한 일은 아니지만 
"생각한대로 이뤄진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습니다.
Thoughts become things! 
"생각한대로 이루어 진다".
 
ps,  수제맥주 좋아 하시는 분들..   구경 오세요..  ^^


Posted by 카이사르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