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인생2010. 9. 2. 08:48

아침 일찍 창경궁 담벼락을 따라 길게 뻗은 플라타너스 가로수를 걷는 일은 너무도 상쾌하다.
그렇게 30분 정도 걷다보면 부족한 운동도 할 수있고, 어설프나마 칸트 흉내내며 사색도 할 수 있어 너무 좋다.
그러던 어느날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비오는 모습을 유난히 좋아해서 그 날은 집을 나설때부터 설레였다.
토닥토닥 우산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듣기 좋다.
붉게 물든 플라타너스 낙엽을 밝으며 고궁 옆을 걷는 것은 너무도 즐겁고 행복하다.
비가 와서 일까 그 날은 낙엽이 온 길을 다 덮었다.
마치 숲속을 걷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 였다.
비오는 혜화동 거리는 그렇게 보기 좋고 행복할 수가 없었다.
다음날 또 그 거리를 걸었다.
그 많던 낙엽은 온데 간데 없고 예전처럼 깨끗하고 잘 정돈된 거리가 되어 있었다.
저 멀리서 낙엽을 치우는 아주머니를 발견했다.
고향 어머니와 비슷한 나이, 비슷한 모습..
평소와 똑같은 모습인데...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주황색 옷을 입고 늘 보던 모습 바로 그 모습인데 뭔가 다르게 보였다.
아침부터 땀을 뻘뻘 흘리고 계셨다.
아마 새벽부터 그 많던 낙엽을 치웠으리라.
날씨도 추운데 비에 젖은 낙엽이 빗자루로 쓸리지도 않아 일일이 손으로 담았을 것이다.
덩치크고 양도 많은 플라타너스 낙엽을 치우며 얼마나 원망 했을까.
나에겐 낭만의 모습이 그 누군가엔 원망의 모습이 될 수 있구나..
내가 비오는 소리와 낙엽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짖고 있을 때
누군가는 그 모습을 보고 슬퍼하며 걱정하며 짜증이 났을 수도 있겠지..
삶은 이토록 모순된 것일까.
아마 그것은 모순이 아니라 다양한 우리네 삶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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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이사르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