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인생2010. 4. 2. 08:37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 입니다..
오랜만에 청계천을 걸었습니다.
한 때는 청계천을 매일 걸었는데 작년부터는  띄엄 띄엄 가끔씩 출근을 일찍 할 때 10분 정도 걷곤 했습니다.
최근 이사를 해서 며칠 분주하게 보내다가 오늘 동대문에서 내려서 종로3가까지 청계천을 걸어봤습니다.
조금 쌀쌀하긴 했지만 봄 냄새가 나서 참 좋았습니다.

그런데 오늘도 그 청년을 보고 말았습니다.. 
작년 봄 어느날 사자머리에 노란물을 물들이고 청바지를 입은 바싹 마른 청년이 배낭을 매고 청계천을 뛰어 가고 있었습니다. 그날은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습니다.
다음날 보니 또 그 시간에 뛰고 있었습니다.. 백수 같지는 않고 출근하는 길 아니면 학생 같아 보였습니다..
그렇게 며칠은 매일 봤는데 제가 한동안 바쁜 일 때문에 (사실은 게을러서 겠죠) 한동안 청계천을 걷지 못했습니다.
얼마후  일찍 출근하게 되어 청계천을 걷다 보니 또 그 청년이 헉헉 거리면서 뛰어 가고 있습니다..
내심  참 성실한 청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정신 없이 살다보니 청계천을 걷지 못했고  어느덧 여름이 되었습니다.
어느날 날씨가 너무 덥길래  조금 일찍  시원할 때 청계천을 걸었는데 저 멀리서 그 청년이 뛰어 오고 있었습니다.
패션을 바뀌었지만 스타일은 비슷했습니다. 사자머리에 배낭에 헉헉....
시간이 흘러  낙엽떨어지는 가을이 되었습니다..  제가 가을의 남자라  낙엽 떨어진 청계천을 걷고 싶어 어느 가을날 아침에 걸었더니  그 청년을 또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때서야 그 청년은 항상 일정한 시간에 청계천을 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며칠 걸을 때 그 청년을 못 본것은 제가 걷는  시간이 들쑥 날쑥했기 때문이였습니다. 아무튼 대단한 청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겨울이 찾아 왔습니다.  추워서 못 걷다가 어느날  날씨가 조금 풀렸길래 청계천을 걸었더니 그 청년이 또 나타 났습니다.  복장은 겨울 복장이고 입에서 하얀 입김이 나오더군요...   물론 얼굴은 뻘겋고요 ...
이때부터 뭐 이런놈이 다있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간이 더 흘로 올해 2월인가..  거의 한달 만에 청계천을 걸어 봤습니다.
또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오늘 4월 2일..   이사 하느라 몇주 분주히 보내다  동대문에서 내려 청계천을 걸어 오는데
또 발견했습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이 청년은 항상 그 시간에  청계천을 뛰어서 어디론가 간다는 것이였습니다..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냥 하면 되지 뭐 어렵냐' 할 수도 있겠지만
제가 막상 걸어 봐서 그게 결코 쉬운일이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사람이 결심하면 1주일은 추운 겨울이라도 일찍 운동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꾸준히 한 달 이상 하기 어렵고 3개월 이상 지속하기는 더더욱 어렵습니다..
그런데 그 청년은 제가 발견한 이후로 1년 이상 지속적으로  똑같은 노력을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이사람 뭘해도 하지 않을까요?...  말을 걸어 보고 싶은데 워낙 진지하게 뛰어서 아직까지 말을 못 걸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꾸준히 운동할지 궁금하군요...   어쨋든 배울게 있고 대단하지 않습니까?
아침에 청계천 걷는 것 ..... 참 좋습니다.  ^^

'칼럼 > 인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린이날에 있었던 일  (0) 2010.05.07
나를 찾아가는 여행  (0) 2010.04.26
외계인이 우리를 본다면  (4) 2010.04.14
혓바늘  (2) 2010.04.14
동생의 손  (0) 2010.04.14
아버지의 막걸리  (0) 2010.04.14
행복에 대하여  (0) 2009.06.19
Posted by 카이사르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