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인생2010. 4. 14. 18:05
총각때 쓴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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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여동생이 서울에 놀러왔다.

젊었을 때 엄마 모습과 너무도 똑같이 닮은 여동생이 오빠를 만나러 서울에 놀러 온 것이다.

몇 해전 결혼을 해서 코흘리게 예쁜 딸아이를 업고 서울 나드리를 한 것이다.

자상하고 착한 남편을 만나서 알콩달콩 사는 모습을 보면 너무 고맙고 대견스럽다..

오빠인 내 마음도 이런데 어머니의 마음은 오죽하랴.

나를 잘 따라주는 착하고 이쁜 내동생이 너무 좋다.

시시콜콜한 얘기, 남편 얘기, 애기 크는 얘기를 들을때마다 작은 행복을 느낀다.

조금 유치하기는 하지만 재밌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나만 졸졸 따라다니던 코흘르게 철부지 였는데..

애기를 업고 기저기 가방 한보따리 짊어지고 낑낑거리며 그렇게 오라버니를 만나러 온것이다.

노총각 오빠를 위해 청소도 해주고, 반찬도 해주고, 이것 저것 사다 놓기도 하고 잔소리도 한보따리 남겨두고 갔다.

애기 기저기도 갈아주고, 이유식도 만들어 주고, 울면 달래고, 웃으면 같이 놀아주고

재롱을 부리면 그렇게 이뻐하며 안아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엄마를 많이 닮은 여동생을 보니 엄마도 나를 저렇게 키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동생의 손을 보았다.. 마른자리 진자리 갈아주느라, 밥먹이고 설것이하고 청소하느라

손이 많이 상해 있었다. 어릴때 보던 엄마 손이랑 많이 닮아 있었다..

아가씨 때 피아노 치는 모습을 어떠올려보면 그렇게 가늘고 이쁘고 고운 손이였는데

이제 엄마가 되어 설것이하고 기저기 갈아주는 손을 보니 여기저기 주름도 지고 굵어지고 투박해져 있었다.

마음이 아픈걸까.. 애뜻한 마음이라고 해야하나.

묘한 느낌 묘한 감정.

이 모든 나의 감정과 느낌의 실체를 알 수 없다..

어쩌면 나는 지금은 사진속에서나 볼 수 있는 젊었을 때 엄마를 너무도 닮은 여동생을 통해 어릴때 나를 사랑으로 키워주시던 엄마의 따뜻한 품을 그리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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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이사르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