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인생2009. 6. 19. 07:28

무엇이 우리를 힘들게 하고 좌절하게 만드는 것일까!
얼마전 밤늦게 친하게 지내던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마음이 울쩍하고 힘들다며 바닷가로 놀러 가자는 것이다.
잠결에 전화를 받아서 인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친구에게서 들은 얘기지만 내가 잠꼬대만 하고 그냥 잤다는 것이다.
미안한 마음에 다음날 골뱅이와 맥주 한잔으로 서운해하는 친구를 달랬다.
그날 밤 친구는 많이 힘들어 했던 것 같다.

맥주를 마시며 밤 늦도록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직장을 그만 두게 된 이야기, 사귀던 사람과 헤어지게 된 사연,
또래 친구에 비해 초라한 자신의 모습에 대한 열등감
친구는 이런 시시콜콜한 하소연을 담배연기와 함께 뿜어 냈다.
맥주집 네온 싸인이 식어 갈때 쯤 친구의 이야기는 공평한 기회를 주지 못하는 사회와 운명에 대한 원망으로 마무리 되었다.
나는 아무말도 해줄 수가 없었다. 어차피 다음날이 되면 이 녀석은 무슨말을 했는지 기억도 못할 것이고
그날 나의 사명은 넋두리를 열심히 들어주는 것이였기 때문이였다.

요즘 신문 사회면에는 자살하는 젊은이에 대한 사건이 많이 나온다.
카드 빗때문에, 열등감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이런 문제들이 목숨을 끊을 만큼 절박한 문제일지도 모르지만 안타까운 일이다.
지나고 나면 그냥 웃어 넘겨 버릴 수 있는 사소한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목숨을 끊어 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하는 문제들도 해탈한 스님에게는 아무렇지도 않게 보이고 인생을 관망하는 늙은 철학자의 눈에는 유치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우리는 무엇 때문에 한숨을 쉬고, 힘들어 하고, 좌절하고, 낙심하는 것일까!
나는 그 원인을 열등감과 불만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보편적이고 평범한 인간은 자신의 행복을 추구한다.
자신의 행복을 위한 노력이 타인의 불행의 원인이 되는 것은 분명 죄악이고 때에 따라서 저주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자신의 행복을 위한 노력이 타인에게 동기부여가 되고 역할 모델이 된다면 그것은 훌륭한 노력이 되는 것이다.

등산을 하는 사람이 열심히 산을 오르고 있었다.
조금 힘들기도 했지만 힘들때면 쉬면서 친구와 얘기도하고 때이른 진달래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는다.
정상을 향해 조금씩 조금씩 오르다 보면 서서히 보이는 것이 많아 지고 점점 기분이 상쾌해지고 정상에서 보게 될 모습에 대해 괜실히 설레이기도 한다.
그러다가 마침네 정상에 오르게 된다. 야호를 외치고 같이 올라 갔던 동료와 사진도 찍고 김밥도 먹고 이야기도 하고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조금 있으니 해가 뉘엇 뉘엇 넘어가는 것이 보인다.
그래서 정상을 뒤로한체 내려온다.
내려 오면서 이야기 꽃을 피운다.
산을 오르는게 힘들었지만 보람되고 즐거운 하루였다고 모두들 한마디씩 한다.

또 한 사람이 있었다.
산을 오르다 주일 풍경을 촬영 하러 온 방송헬기를 얻어 탔다. 이게 왠 재수냐고 환호성을 지른다.
그래서 순식간에 정상까지 힘안들이고 올라갔다.
밑을 보니 땀을 뻘뻘 흘리고 오는 사람들이 보였다.
상대적으로 우쭐하고 자신이 매우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얼마가지 않아 지겨워 지기 시작한다.
한시간 두시간 그렇게 정상에서 좋은 경치만 보다가 지겨워서 낮잠을 자기도 하고 이리 저리 왔다 갔다 하지만 정상을 처음 밟았을때의 기쁨은 잠시라는 것을 금방 깨닫게 된다.
어느날 복권에 당첨되어 100억이 생겼다.
인생 역적을 외치며 좋은 집도 사고, 좋은 차도 사고, 여기 저기 행세도 부린다.
해외여행도 다녀오고 온갓 호화로운 것, 갖고 싶고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본다.
이것이 행복이다고, 이것이 인생이라고 외친다. 그러나 그렇게 영원히 행복할 것 같지만 곧 권태라는 것이 찾아온다.
평생 인생을 관찰하며 삶을 연구한 쇼펜하우어는 인간은 번민과 권태속에서 그리 자유롭지 못하다고 했다.
부족하고 결핍한 자는 번민속에 힘들어하고 이것 저것 많은 것을 갖추고 풍족한 자는 권태속에 괴로워 한다.
스웨덴은 사회 복지가 잘되어서 모든 국민이 행복한 것 같지만 자살률은 세계 1 2위를 다툰다.
유럽에서 춥고 못살기로 유명한 아일랜드 국민이 불행한것 같지만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국민이다.
한국과 일본이 아시아에서 잘 산다고 목에 힘주고 다니지만 아시아권에서 국민 행복지수가 바닥을 면치 못한다.
자신이 행복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건 대부분 불만족과 열등감 때문이다.

불만족과 열등감
이 두 단어에 속거나 이리 저리 휘둘려서는 안된다.
물질의 많고 적음에 따라, 권세의 높고 낮음에 비례하여 행복해지고 불행해지는 것이 아니다.
5천만 대한민국 국민을 한줄로 세워놓고 1등부터 5000만등까지 성공의 순위를 매길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수백억원의 로또복권에 당첨된 사람의 소식을 들으면 상대적 박탈감이 생기고 기분이 언짢아 진다.
신문 한 줄을 본 것 뿐인데.. 인간은 이렇게 어리석은 것이다.
인간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불필요한 비교의 대상을 정해놓고 늘 자신을 불쌍한 인간으로 평가해 버리는 어리석고 수준낮고 불필요한 생각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고 존재하지 않는 어리석은 생각들
힘들다, 괴롭다, 어렵다, 삶이 버겁다...
우리가 평소에 내뱉던 이 말속에는 거짓말이 많다.
조금 못났어도, 남보다 가진게 없어도 ,좋은 대학, 좋은 가정, 이상형의 배우자를 만나지 못했어도 그 자체가 우리의 행과 불행에 결정적인 원인이 될 수는 없다. 아니, 허락해서는 않된다.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자신을 별볼인 없는 사람으로 평가하는 열등감과 늘 불만족에 휘둘리는 생각 그 자체이다.
쇼펜하우어는 인간 최대의 행복은 "장애의 극복"이라고 했다.
성경은 사람이 수고하는 것 가운데 심령으로 낙을 누리는 것보다 나은것이 없다고 했다.(전도서 2 24)
도전에 대해 응전을 하는 가운데 기쁨이 온다.
자신의 부족함과 문제에 대해 사색하고, 고민과 번민의 해결책을 마련하고, 대책을 간구하고 연구하고 노력하는 가운데 기쁨이 온다.

사람은 고통을 통해서만 배우게 되는 것이며,
역경은 이를 극복하려는 결심이 서있는 사람에게는 결코 불행이 아니다.
-시련대에 선 문명 中 (Clvilization on Trial) 아놀드 토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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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이사르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