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즈 음악이 너무 좋아서 그들이 연주한 곡을 하나 둘 모으기 시작했다.
몇 개월 동안 비틀즈 곡을 모으다 보니 비틀즈가 연주한 거의 모든 곡을 수집하게 되었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했던가! 이번에는 비틀즈처럼 연주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얼마 전에 비틀즈 카피밴드 인터넷 동아리에 가입하게 되었다.
20세기 최고의 아티스트라는 비틀즈 음악을 연주하고 싶다는 사람의 기타실력이 겨우 코드만 알고 흥얼거리는 정도이니 처음에는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도 한번 부딧쳐 보자는 생각으로 비틀즈 카피밴드 연습실을 찾아갔다.
10평 남짓한 지하 라이브 카페를 연습실로 사용하고 있었다.
약속시간 보다 조금 늦게 도착 했는데 여러 명의 회원들이 미리 와서 연습을 하고 있었다.
시디로만 듣던 비틀즈 음악을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것은 너무도 즐거운 일이었다.
노래는 썩 잘하지 못했지만 연주는 비틀즈 연주와 거의 비슷했다.

나도 비틀즈 공연을 하고 싶다고 민망스럽게 말했더니 흔쾌히 허락하며 어떤 포지션이 맞는지 알아보려고 한다며 한번 불러 보라고 했다.
너무 갑작스런 일이라 당황했지만 평소에 좋아하던 I"ll follow the sun 이라는 비틀즈 곡을 불렀다. 감개무량 하기까지 했다.
두번 정도 불러보고 다시 무대에서 내려와 연습하는 것 구경만 했다.
그러나 나도 비틀즈 연주를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자 힘이 솟고 마음이 설레이기까지 했다...
3시간 정도 연습을 마치고 아마추어 비틀즈들과 함께 호프집으로 향했다.
이번 모임에는 일곱명 정도가 왔는데 다들 직장도 다양하고 삶의 방식도 다양했다.
허름하게 차려 입고 와서 어느 용접공장에서 일하는 노총각쯤으로 생각했는데 알고 봤더니 서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 해외 무역담당 업무를 하고 있다고 했다.
학교 다닐 때는 교내 오케스트라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했고 직장 다니면서는 첼로를 배우고 있다고 했다.
비틀즈 연주는 꼭 하고 싶었는데 비틀즈 카피벤드를 알고 나서 곧바로 찾아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키가 조금 작은 청년은 고려대 대학원에서 조교 일을 하고 있는데 그의 이력도 특이했다.
그 역시 취미로 오케스트라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했고, 락 밴드에서 보컬과 리드기타를 연주 했다.
그는 비틀즈가 사용하는 악기의 종류와 특징, 시대별 비틀즈 음악의 성향까지 완전히 꿰뚫고 있었다.

그들의 표정 속에는 흔히 볼 수 있는 엘리트의 만용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시골 청년 같은 소박함과 따뜻한 정겨움을 느낄 수 있어서 더욱 인상적 이었다.
얼마 후면 군대가야 한다고 쓴 웃음을 짓던 휴학생도 썩 괜찮은 청년 같았다.
베이스를 멋드러지게 연주하고 실력도 부러울 정도였는데 어리숙하게 보이는 외모와는 다르게 프로다운 강한 기질이 느껴졌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가로등 불빛에 일렁이는 한강을 드려다 보며 많은 생각을 하였다.
자신의 삶을 영위할 줄 아는 사람들을 만나고 와서 그런 걸까! 마음이 한없이 뿌듯했다.
진취적이고 도전의 대상을 정하고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아마 오늘 일기장에는 이렇게 쓸 것 같다.
세상이 혼탁한 줄로만 알았더니 멋있게 살아가는 사람도 참 많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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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이사르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