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왜 읽는가. 어떻게 읽어야 하나.
18세기 조선의 실학자인 연암 박지원에게 조언을 들어보자.
연암 산문집인 ‘그렇다면 도로 눈을 감고 가시오’(김혈조. 학고재 발행)에서 적당해 보이는 구절을 찾았다.

“후세에 독서를 잘 한다고 하는 사람은 거친 마음과 얕은 식견으로 말라빠진 먹과 문드러진 종이 사이에서 눈을 지치게 하고,
 책장에 붙은 좀벌레의 오줌과 쥐똥을 주워모으고 있으니 이야말로 술지게미를 먹고 취해 죽겠다고 하는 격이니 어찌 불쌍치 않은가?”

연암은 죽은 지식만 구하는 잘못된 독서를 질타하면서, 차라리 생기 가득한 이른 아침 새소리를 보고 듣는 것이 참독서라고 말한다. 지적 허영심을 꼬집는 말로 들린다.

하나 더 읽어 보자.
“무릇 물고기가 물에서 놀면서 눈으로 물을 보지 못함은 무슨 까닭인가?
보이는 것이 모두 물 뿐이니 물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지. 이제 자네의 책이 마룻대까지 닿고
서가에 그득 꽂혀 전후좌우로 온통 책뿐이나 마치 물고기가 물 속에서 노는 것과 다름없네.
독서하느라 3년을 방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는 동중서에게 독서법을 본받고, 무엇이나 기록하기 좋아했던 장황에게
기록을 도움받고, 암송을 잘 했던 동방삭에게 암송 재주를 빌려온다고 해도 아마도 자득 할 수 없을 것이네. 그래서야 되겠는가?”
연암이 책을 열심히 모아 서재를 꾸민 선비에게 던진 고언이다.

그러면 어찌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연암이 대답한다.
“몸을 방 밖에 두고 창구멍을 뚫고 보는 게 제일 낫네. (중략)
눈으로 보지 말고 마음으로 비추어 보는 것이 옳으리라. (중략)
글을 완상한다는 것이 어찌 눈으로만 보아서 살핀다는 뜻이겠는가.
입으로 맛보면 그 맛을 얻을 것이며 귀로 들으면 그 소리를 얻을 것이며 마음으로 깨달으면 그 정수를 얻을 것이네.”

거칠게 요약하면, 책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지 말고, 항해를 즐기라는 뜻이겠다.
책 읽기 좋은 때다. 연암의 가르침을 따라 참된 독서의 즐거움을 누려봄이 어떠 하올지.

-  출처 : 한국일보 (오미환 기자) -

Posted by 카이사르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