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즈를 좋아하는 매니아라면 아마 이렇게 취향이 변해 갈 것이다.
Hey jude, Let it be 같이 귀에 익숙한 노래를 듣다가
Abbey road , White, Revolver 같은 비틀즈 앨범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고
Black bird , Rocky Raccon 같이 잘 알려지지 않은 비틀즈 음악을 듣다가
그들의 노래 가사에 관심을 갖게 되고 나중에는 그들의 연주를 직접 보고 싶어 할 것이다.
어설프지만 비틀즈 매니야를 자처하는 필자는 지난 주 일요일, 홍대 근처에
비틀즈 카피밴드의 연주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친구 한명을 꼬드겨서 곧장 달려갔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고 했던가!
폴메카트니와 존레논의 완벽한 화음과 조지해리슨의 환상적인 기타 선율에 귀가 익숙해져 있던 사람은 비틀즈를 겨우 흉내내는 공연이 성에 차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노래 실력은 아마추어를 조금 벚어난 수준이 였지만 연주는 비틀즈의 모든 곡을 소화해 냈다.
그들의 연주 만으로도 비틀즈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 였다.
음악을 생업으로 하는 사람들도 아니고 하루 종일 연주 연습을 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닌 사람들로 구성된 아마추어 였다.
그러나 그들의 삶의 방식은 프로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1부 순서가 끝나고 2부가 되자 갑자기 멤버가 바뀌었다.
겉 보기에도 검은색 정장에 넥타이를 소박하게 맨 평범한 30대 셀러리 맨 같이 보였다.
집은 서울에서 그리 가깝지 않은 오산이라는 곳 이였다.
낮에는 직장에서 성실한 샐러리맨으로, 가정에선 자상한 아빠와 남편의 모습으로, 그리고 여가 시간을 이용해서 틈틈이 비틀즈 공연을 위해 연습을 한다고 했다.
그렇게 연습을 해서 2주에 한번씩 서울까지 올라와 공연을 하고 밤 늦게 집에 돌아 간다는 것이다.
연주 내내 땀에 젖은 진지한 그의 모습을 보았다.
그의 얼굴에서는 돈과 명예를 좆는 세속적인 광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의 미소 속에서 교만과 거짓된 웃음이 아닌 삶을 누릴 줄 아는 여유가 보였다.
2시간 가까이 열정적인 연주를 보고 나오면서 그들에게 어울리는 말을 생각해 보았다.
" 멋있게 살아가는 사람!"
3000만원어치 로또 복권을 사고는 복권에 당첨되지 않았다고 비관하여 가족을 내팽개치고 지하철에 몸을 던지는 특이한 사람도 살고 있지만 자신의 위치를 지키며 삶을 영위 할 줄 아는 사람도 이 사회에는 많이 있다.
그런 사람의 삶의 방식은 분명 프로 일 것이다.
수고도 하지 않고 일확 천금을 노리는 한탕주의로 세상이 오염되어 가고 있을 시간!
전국이 온통 로또 복권 당첨자 발표에 집단최면이 걸려 있을 그 시간!
홍대입구 작은 카페에서 멋있게 살고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복권당첨보다 더 갚진 지난 주 최대의 행운 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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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이사르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