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인생2017. 2. 5. 01:47

< 무지개 > 

하늘에 무지개 바라보면
내 마음 뛰노나니,
나 어려서 그러하였고
어른 된 지금도 그러하거늘
나 늙어서도 그러할지어다.


아니면 이제라도 나의 목숨 거둬 가소서.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원(願)하노니 내 생애의 하루하루가
자연의 경건 속에 이어지기를
- 윌리엄 워즈워스 -


구름 사이로 아로진 무지개를 봐도 마음이 뛰지 않고, 
서산너머 붉게 물든 노을을 봐도 무덤덤하고,
단풍속을 거닐어도 아무렇지도 않다면 살아 있음을 무엇으로 느낄 수 있을까.

어제 밤 지인과 약속이 있었다. 
차가 막힌다며 30분 정도 늦게 온다고 한다. 
자동차 썬루푸를 열고 누웠다. 회색빛 아파트 숲 사이로 하늘이 보였다.
참으로 오랜만에 바라본 밤하늘이다. 
인적이 드문 서울 외각이여서일까~  별이 듬성듬성 보였다.
문득 고향 생각이 났다. 

시골 밤하늘은 별이 참으로 많았다. 
검은 하늘을 가로지른 우윳빛 은하수도 선명히 보였다. 
깨알같이 많은 별들이 밤새도록 초롱초롱 빛났다.
달이 뜨지 않는 날이면 대청마루에 누워 밤늦도록 별 구경을 실컷했다.

<밤은 천개의 눈을 >

밤은 천 개의 눈을 가졌지만 
낮은 단 하나뿐. 
그러나 밝은 세상의 빛은 사라진다. 
저무는 태양과 함께. 

마음은 천 개의 눈을 가졌지만 
가슴은 단 하나뿐. 
그러나 한평생의 빛은 사라진다. 
사랑이 다할 때면.   

 - 버딜론- 


철부지 소년 때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것이 원망 스러웠다.
어른이 되고서야 시골에 태어난 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버딜론이 봤던 천개의 눈을 가진 밤하늘을 매일 볼 수 있었음은 행운인 것 같다.

서울의 밤. 듬성 듬성 박혀 있는 별.. 그 별마져도 희미하다.
희미한 별이라도 오랫동안 바라보니 어릴적 추억이 하나둘 떠올랐다.
밤하늘의 별을 보며 가슴 뛰던 오래전 소년의 나도 떠올랐다.

별이 많지 않아서 일까.
별빛이 희미해서 일까.
그저 무덤덤하다.

별을 보고도 별을 보던 추억만 떠오른다. 
세월이 변한 건지.. 내가 변한건지..
아쉬워라도 하는 그 마음이라도 있음이 다행인가..

무지개를 보고도 아무렇지 않고,
별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고,
단풍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지 않으려면 
세월의 무게에 치여서 무뎌져 가는 나를 지켜내야 하리라..

가을이다..
청승 맞지만 전망 좋은 카페를 찾아가 커피를 마시며  푸른 하늘을 보자.
단풍진 길을 거닐며 옛 노래도 들어보고 , 잠들기전 지난 일기라도 들쳐보자..
그렇게  한템포 쉬며  나를 뒤돌아 보고 나와 대화하는 시간을 가져보는게 살아 있음이 아닐까.


------------------------------------

www.successguide.co.kr



Posted by 카이사르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