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는 명절 때와 어머니 생신 때, 그러니까 1년에 서 너번 꼴로 갑니다.
가방하나 둘러 매고 연고도 없는 서울로 온지 벌써 십 수 년이 지났네요.
가끔 고향에 내려 가면 깜짝 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없던 도로가 생기고, 멋진 공원도 하나 둘씩 들어서고, KTX가 개통 된 이후로는 팬션, 캠핑장도 늘어 났고
휴가철때면 경주 시내가 부쩍 붐빕니다.
경주 갈 때마다 꼭 들리는 곳이 있습니다.
"제일서점"이라는 조그만 서점입니다.
경주의 "교보문고" 같은 곳인데 그리 크지 않지만 경주에서 가장 큰 서점 이기도 합니다.
이곳은 저에게 추억이 많습니다. 어릴 때부터 시간 날 때마다 종종 들리곤 했습니다.
"코스모스", "로마인 이야기"도 이곳에서 샀고, "이정선의 기타교실"시리즈도 이곳에서 샀습니다.
책장에 꽃혀 있는 책 중 20년 넘은 책은 거의 "제일서점"에서 샀을 듯 합니다.
그래서 경주 제일서점은 저의 마음의 고향이자 안식처와 같은 곳 입니다.
이번 설날에도 혼자 제일 서점을 들렀습니다. 언제나처럼 한산 했습니다.
늘 많은 사람들로 북적 거렸는데 언제부턴가 인적이 드문 곳이 되어 버렸습니다.
1층은 주로 참고서, 어린이 책, 실용도서가 있고 2층은 역사,과학 같은 인문.사회.과학 코너가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코너가 있는 2층에 가 보았습니다.
조명이 몇 개는 꺼져 있어 어둡다는 느낌 마져 들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손님은 저 혼자 뿐 이였습니다. 책꽃이에 책이 듬성 듬성 꽃혀 있고, 그마져도 흐트러져 있었습니다.
2층은 환한 불빛에 늘 많은 사람들로 북적 거렸는데 지금은 폐광촌 같은 느낌마져 들었습니다.
1층은 참고서를 파는 코너에 학생 몇명이 서성거리고 있었고, 어린이 책 코너에는 엄마 손 잡고 온 꼬맹이 몇 명이 전부였습니다.
세월이 많이 흘렀고, 시대가 변했기 때문이겠지요..
오직 책에서만 정보를 습득 하던 시대에서 책을 굳이 사지 않아도 될만큼 인터넷에 컨텐츠가 넘쳐나는 시대로 변했습니다.
클릭 몇 번이면 저렴한 가격에 책을 집까지 배달 해주니 서점에 굳이 갈 필요가 없어 졌습니다.
서울의 몇몇 대형 서점을 제외 하고는 동네 서점들은 이미 오래전에 경쟁력을 상실 했습니다.
비디오 대여점이 모두 폐업 했듯이 동네 서점도 머지않아 폐업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거리, 그 벤취, 그 카페...
추억이 깃든 곳을 찾아가면 느끼는 애잔함 이랄까요...
가슴이 먹먹 했습니다.
곧 헤어짐을 예감한 연인들의 마음이 이런 걸까요..
서점을 나오면서 책을 하나 샀습니다. 아무거나 눈에 잡히는 것을 집어서 책 제목이 기억나지 않습니다.
문을 나서면서 속으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서점아.. 다음 올 때까지 잘 지내고 있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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