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즈음하여 심한 감기에 걸렸다.
약을 먹었더니 열은 다음 날 내렸다. 하지만 편도선이 계속 부어 있어 말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막대 동생에게서 전화가 걸려 온다. 설날에 내려 오냐고 물어 본다.
짧게 대답을 한다. "응"
"목소리가 왜 그렇냐"며 수화기 너머 들리는 요란한 리엑션~
하기야. 내가 들어도 내 목소리가 매우 낯설다.
"내 목소리를 엄마에게 말하지 말아라."
이순신이 이런 심정이였을까..
수화기 너머 웃는 목소리가 들린다..
엄마도 감기 걸리셨고, 똑같은 말씀을 하셨단다.
아들이 걱정 한다고 엄마가 감기 걸렸다는 사실을 오빠에게 말 하지 말라고 하셨단다.
어릴적에는 힘든 일이 있으면 엄마에게 제일 먼저 달려갔다.
동네 형이 괴렵혔을 때.. 충치가 생겨 이빨이 아플 때.. 누나랑 싸웠을 때..
내가 힘들고 어려운 걸 엄마가 알아주면 위로가 되었다.
이런 생각도 해보았다..
만약 내가 죽으면 엄마가 많이 슬퍼 하시겠지?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지만 내가 죽을 때 예상 되는 엄마의 반응으로 내가 누군가에게 귀한 존재임을 확인 받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 힘든 일이 있어도 엄마에게 말 하지 않는 나를 자각하게 되었다.
엄마 품에서 벗어난 것이다.
처음으로 세상에 홀로 던져진 듯한 느낌이였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외로움이 밀려 왔다..
홀로서기가 익숙해져야 비로소 어른이 된다고 했던가..
누군가 내가 힘든 걸 알아줘야 위로가 되고,
내가 아픈 걸 알아줘야 치유가 된다면 홀로서기의 훈련이 필요하다.
언제나 누구에게 기대야만 설 수 있다면 외발 서기 마냥 삶은 늘 위태롭다.
감기로 목이 쉰 아들과 감기로 목이 쉰 엄마가 만났다..
감기 걸리고 감기 조심하라는 말을 건네는 것이 민망한지 엄마와 아들은 서로를 보고 웃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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