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인생2018. 11. 6. 17:28

퀸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영화를 보는 내내 라이브 콘서트에 온 착각이 들었다. 

퀸 멤버와 배우들의 싱크로율은 거의 복제 수준이다..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조용히 눈물을 훔치는사람들이 많았다.

한마디로 애잔한 이야기를 명곡으로 채색한 명화와 같은 영화다..




프레디 얼굴이 특이하다 싶었는데 부모님은 인도계 출신 이민자였다..

성장하면서 주류에 끼지 못하고 많이 외로웠던 모양이다..


언제나 사람이 그립고, 외롭고, 누군가가 필요한 사람!

프레디는 그런 사람이였다. 

영화의 큰 맥락은 프레디 머큐리의 사랑 이야기다..


무명시절 메리라는 여자를 사랑하게 된다..



프레디는 그녀를 만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계적인 스타가 된다... 

신분이 상승하면 옛사랑을 떠나는 경우가 많은데 프레디는  그러지 않았다. 

성공의 기쁨을 같이 나누고 반지를 선물하며 프로포즈까지 했다..

메리를 진정으로 사랑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랑은 오래가지 못한다...

프레디는 자신의 또다른 모습을 알게 된 것이다..

그는 양성애자였다.


메리에게 이 사실을 털어 놓는다..

하지만 너를 진정 사랑하고 있으니 내 곁을 떠나지 말라고 부탁한다...


다른 여자가 생겼다고 해도 화가 나는데 다른 남자를 사랑하다니..

그러고도 너를 사랑하니 내 곁을 떠나지 말아달라는 건 또 뭔가...


보통 이럴 경우 상대를 지독히 경멸하게 된다..

저녁 드라마 같으면  "이런 더러운 자식" 하며 따귀를 날릴 상황이다..

하지만 메리는 그러지 않았다..


메리가 보인 반응은 측은함과 슬픔이였다.

왜 그런 반응을 보였을까..


메리에게 프레디는 "내가 사랑하는 대상"이 아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였다..

소유의 관점이 아닌 존재의 관점이다. 


소유의 관점이 되면  아무리 위대했던 사랑이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집착 ,권태, 경멸, 모욕  따위의 감정을 파생시키며 변질하게 된다....


메리는 프레디와 연인의 관계를 이어갈 수 없었지만  그 사람 자체를 사랑했기에  프레디가 에이즈로 죽을 때까지 그를 진정 사랑했고 그의 곁을 지켰다..


메리와 대조되는 또다른 사람이 등장한다...

프레디의 동성 연인이였던  매니저 톰이다...



동생애의 감정을 이해하기 어렵지만 어쨌든  프레디와 톰은 남녀가 사랑하듯 사랑하게 된다.

메리의 자리를 톰이 차지하게 된 것이다..


남녀의 사랑은 영화로 표현하면 아름답지만, 남남의 사랑은 생각만해도 징그럽다.

따라서 대중영화에서 이 부분은 나오지 않는다..

톰과 프레디는 마지막 헤어지는 장면만 크게 부각되어 나오는데 그 장면이 인상적이다..


비오는 어느날  늘 그랬듯 톰은 파티를 준비하고 맴버들을 모으러 나갔다..

톰이 없는 사이 프레디의 집으로  메리가 찾아온다..


그 즈음 프레디는 몹시도 망가져 가고 있었다.

연락이 닿지 않아 프레디가 걱정 되어 찾아온 것이다..

프레디가 잘 있음을 확인하고 짧은 재회를 뒤로한 채 메리는 떠난다..


프레디는 뭔가를 깨닫게 된다...  

톰은 자신을 필요로한 사람이고, 메리는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톰의 모든 것이 가짜로 느껴졌다..

톰에 대한  경멸의 감정이 폭풍처럼 일어났다..


프레디는 비를 맞고 오는 톰을 보자마자 톰을 자신의 삶에 들러붙은 구더기로 표현하며  벌레 보듯 쳐다본다.

그리고 당장 떠나라고  고함을 지른다..


톰은 의아해 한다..

이렇게 비가 오는데? 그렇게 오랫동안 함께 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톰은 모욕감을 느끼고 그 길로 돌아섰다..


사랑이 경멸이 되고 경멸이 모욕을 낳고 둘은 원수가 된다.

프레디를 떠난 톰은 방송사를 찾아가 인터뷰를 자청하며 프레디의 사생활을 온세상에 모두 까발린다..




내가 필요로하는 사람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다르다..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사랑한 척 연극했다 생각하면 경멸하게 된다.

프레디가 톰에게 느꼈던 감정이다.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사랑한 척 연극한 사람이라 경멸하면 모욕감이 든다.

톰이 프레디에게 느꼈을 감정이다.


영화에서는 톰을 악역으로 묘사하는 측면이 있는데 진실은 뭔지 모른다..


영화는 프레디가 느꼈던 경멸의 감정에 포커스를 맞췄지만 , 

톰이 느꼈을 모욕의 감정에 포커스를 맞추면 또다른 이야기가 된다.


친구 사이에  하지  말아야  하는 말은 '비열한 놈'.

연인 사이에  하지 말아야 하는 말은 '더러운 ×'.


경멸함에도 불구하고 내가 필요하다고 단절하지 못하면 스스로 한없이 초라해지고 비루해진다.

비루한 감정은 자아를 파괴한다..


경멸하는 말은 굳이 표현할 필요가 없다.

꼴도 보기 싫은 그 마음이 진짜라면 조용히 그 관계를 청산해야 한다.


프레디와 메리의 헤어짐은  현실 세계에서도 아름답지만 프레디와 톰의 마지막은  좋은 모습은 아니다. 


프레디와 메리

프레디와 톰..

모든 것이 데칼코마니처럼 대칭구조를 이룬다..

영화 속에는 많은 음악과 함께  감독이 숨겨 놓은 많은 감정의 장치가  숨겨져 있다.


높은 수준의 퀸 음악을 들으며 프레디가 느꼈을  감정의 선을 따라 몰입하다 보면 저절로 눈시울을 적시게 된다...


보헤미안 렙소디는 1년에 한 두번 만날까 말까한 좋은 영화다..

한마디로 잘 만든 영화!.


강력추천, 

내가 내린 평점은 9.5!





Posted by 카이사르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