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없는 위기의식과 도전 … 현실에 안주하면 패망 뿐 -

몽골은 위기의식과 도전정신으로 대표되는 유목민(遊牧民) 기질을 앞세워 중국과 한반도는 물론, 서쪽으로는 러시아, 남쪽으로는 베트남까지 정복하면서 세계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차지했다.
그러한 몽골의 유목민 정신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타산지석이 되고 있다.



몽골의 영웅 칭기즈칸은 이렇게 외쳤다.
“성(城)을 쌓는 자는 망할 것이고, 이동하는 자는 흥할 것이다!”
“후대에 비단옷을 입고 떵떵거리고 살 때 멸망할 것이다!”
“끊임 없는 위기의식과 호기심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없이 한 가지 성과에 만족하여 안주한다면, 발전은커녕 결국은 현재 위치조차 유지하기 어렵다.”

실제로 12세기 초까지 끊임없는 도전정신으로 승승장구하던 몽골도 12세기 후반 원(元)나라 개국 이후 내정에만 몰두한 나머지 내분을 겪었고, 결국 200년도 안 되어 명(明)나라에 의해 쫓겨나게 된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칭기즈칸이 몽골 제국의 몰락을 예언한 셈이다.

필자는 비즈니스를 하면서 이러한 칭기즈칸의 경고를 잊어본 적이 없다.
가령 한국이 자랑하는 최대 수출품목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그 어느 분야보다 퇴출과 합병이 활발한 분야로 오직 일류만이 생존할 수 있다.

현재 위치에 만족하고 새로운 도전을 과소 평가하여 신기술 및 신제품 개발, 신규투자에 소홀했던 경쟁업체들은 예외없이 시장에서 퇴출됐다.
 오늘날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유목민 정신을 가진 몇몇 업체에 의해 급격한 과점화(寡占化)가 진행되고 있다.

필자는 올해 미국에 IR(기업설명회)을 하려고 갔다가 미국의 모 투자회사 회장으로부터 “미국의 거대기업들도 불황기에는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삼성전자를 비롯한 일부 한국 기업들은 어떻게 불황기에 더욱 좋은 성과를 내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필자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유목민 정신(Nomadic life)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삼성을 비롯한 한국 기업의 경쟁력 중 하나라고 답변했더니 그 미국인은 무릎을 탁 쳤다.

물론 삼성의 반도체 사업도 지금까지 몇 번의 고비가 있었다. 특히 2000년 호황기를 보낸 다음 2001년 침체기를 맞았을 때엔 미래를 내다보고 적극적으로 오늘날의 히트 품목이 된 ‘낸드 플래시 메모리’에 눈을 돌려 철저히 준비하고 투자했다.
 결국 끊임없는 도전과 개척정신이 없었다면, 삼성의 반도체가 이같이 장기간에 걸쳐 1위를 유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이제 기업 세계에서 2등과 3등은 별로 의미가 없는 시대로 들어섰으며, 절대강자만이 살아남는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했다.
어느 한 분야에서 1위를 달성한 뒤 그저 이를 지키기 위해 성을 쌓고 또 다른 목표를 향해 이동하지 않는다면 지금의 위치조차 절대로 보장받지 못한다.

유목민 정신 중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우수 인재의 중시’다.
당시 기록을 보면, 몽골인들은 능력이 있으면 적장(敵將)이라도 포용했다.
적군조차도 요즘 말로 ‘아웃소싱’의 대상으로 삼았던 것이다.
적장의 목을 베어 와야 진정한 승리라고 여겼던 그 당시의 분위기로는 선뜻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앞으로의 세계는 빌 게이츠나 스티븐 스필버그와 같이 뛰어난 천재성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차세대 제품을 개발하거나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사람이 이기게 된다. 당시 몽골인들의 선견지명에 놀랄 따름이다.

사회가 날로 풍요로워지면서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자 하는 사고는 점차 퇴색하고, 현실 안주만을 위해 책임은 회피하고 권리만을 주장하는 풍토가 만연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몽골에서 경쟁력 회복의 지혜를 배워야 하겠다.

  황창규 사장(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Posted by 카이사르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