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안 뽑아 줄 겁니까.”
올해 초 셋톱박스 전문 업체 H사에 입사한 유 모씨(26)는 2차 면접 시험이 있는 날 아침 H사 사옥 앞에 나가 자신의 이름을 붙인 요구르트를 출근길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유흥업소의 홍보 도우미로 착각한 회사 경비원들의 저지로 불과 100여개를 돌리는데 그쳤지만,
요구르트를 받은 사람들 중엔 면접관도 있었고, 유 씨는 결국 입사에 성공했다.
사상 최악의 취업난을 뚫겠다는 구직자들의 노력이 눈물겹다.
면접관 앞에서는 물론이고 시험장 밖에서부터 눈도장을 받아 취업에 골인하려는 갖가지 아이디어가 백출하고 있다.
가전업체 D사에도 전설 같은 구직자들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면접 전날 ‘D사에서 꼭 일하고 싶습니다’라는 팻말을 목에 걸고 출퇴근길 직원 500여명에게 사탕을 돌린 김모(26)씨가
있는가 하면, 채용담당자 앞으로 동영상 메일을 보내 간곡한 취업 의지를 밝힌 취업준비생도 있었다.
20초 분량의 동영상에는 구두를 벗고 운동화를 들어보이며 “발로 뛰며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외치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심지어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 자신을 ‘구직 매물’로 내놓은 사람도 있다.
32세의 이 청년은 지난 9월 A사이트에 “근면한 남성, 열심히 일하겠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이력서를 올렸는데, 경매 시작가는 1,000원, 즉시 구매가격 300만원으로 설정해 은근히 희망 급료를 제시하는 재치를 보였다.
구직을 향한 열정은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S대 법대 출신으로 시가 총액 1,000억원대의 장외 기업을 운영했다는 박모(42)씨는 일간신문에 가로 8㎝, 세로 15㎝ 크기의 구직광고를 냈다.
그는 “사업이 부도나 2년간 옥살이를 했다”며 “기획능력이 뛰어나고 수익 모델에 대한 아이디어도 있으니 입사만 하면 수개월 내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호소했다. “월급 대신 스톡옵션만 받고 일할 수도 있다”는 파격적인 조건도 덧붙였다.
튀는 사례의 하일라이트는 서울에서 울산까지 마라톤 레이스를 벌인 김모(28)씨. 서울에 사는 김씨는 지난해 12월 현대중공업 공채에 입사지원서를 제출하고 20여일 남은 발표일을 서울에 앉아 기다리지 않고 현대중공업 본사가 있는 울산까지 500㎞에 이르는 육로를 7일 밤낮에 걸쳐 뛰어 갔다.
그는 인사담당자에게 미리 이메일을 보내 “천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행동으로 현대중공업을 위해 달리겠다”며 “따뜻한 커피 한 잔과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면 더 바랄 것이 없다”는 갸륵한 정성을 보여 결국 취업문을 뚫었다.
- 어떤 일간지에 실린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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