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서민투자학2011. 1. 11. 00:40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투자 이야기 계속 하도록 하겠습니다. 

군대 있을 때의 이야기 입니다.
전방 철책에서 근무 했었는데 밤에는 경계 근무를 서고 오전에 잠을 잡니다.
그렇게 오침한 후 점심 먹고 나면  족구를 주로 하는데 병장이 되고 나니 그것도 귀찮아서 장기나 바둑을 두면서 신선놀음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신병이 들어 왔는데  자기 소개를 하라니깐 어리버리 하지만  군기는 바짝 들어서  내무반이 떠나갈듯 소리치며 자기 소개를 하더군요.
근데  바둑은 3단이요 장기도 무슨 대회에서 1등을 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당시 내무반에서 장기 3등하는 애랑  한 판 붙였는데  넘버 쓰리가  이리저리 휘둘리다  개박살 나더군요.   그후 1등하는 애도 아주 싱겁게 박살이 났습니다..
결국 소대원 전체가 빙 둘러서서 그 신병 한 넘을 상대로 했는데 단 한 판도 이기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근무를 서면서  비법이 뭐냐고  물어 보니  비법 같은 것은 없고 순간 순간 판단 하는데  자기 머리속에는 장기판이  다섯개 정도가 떠다닌 다고 하더군요..

바둑의 세계도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바둑 1급 100명이 힘을 합쳐도 바둑 9단 한 명을 이기기 힘들 것 입니다.
그러나 바둑 1급이 알고 있는 지식과 9단이 알고 있는 지식은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바둑 1급 정도만 되도 바둑을 정석대로 두지 않을 정도로  정석기술을 완전히 꿰차고 있습니다.
바둑의 고수들은 통찰로 싸우기 때문입니다.

저차원의 게임은  기술차이로  승패가 갈리지만 고차원의 게임일수록 통찰로 승패가 갈립니다..
그렇다면 투자는 어디에 속할까요....
아마 이 세상에서  변수가 가장 많고 가장  복잡하며 가장 치열한 경쟁을 하는 고차원적인 게임에 속할 것입니다.
오늘날은   돈이면 양재물도 마시고 돈 앞에 부모 형제 애인도 달리 생각해 보는 세상 입니다.
이런 세상에서  돈 놓고 돈 먹기 게임을 벌이고 있는 투자판은 온갓 인간군상들의 의지와 의중이 반영 되어 있고 , 온갓 종류의 에너지가 응축 되어  매 순간 화학 반응을 일이키며 용광로처럼 들끓고 있는 곳입니다...

바둑 9단들이  대국 하는 것을  지켜보면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다가  돌맹이 하나  들어서 포석을 하지만  그 20여초 동안 9단들의 머리속의 뉴런 세포들은 엄청난 스파크를 일으키며  사무라이들이 칼을 휘두르듯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투자의 세계는 60억 인간의  에너지 덩어리가 뒤엉켜 스파크를 튀기는 것을 반영합니다..
그래서 표면적인 지식보다 입체적인 통찰력이 요구 됩니다.
부분을 보고도 전체를 간파해 내야 하고, 현상을 보고 본질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을 키우는 것이  현란한 차트를 읽고 복잡하고 화려한 경제지표를 읽어내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 합니다...
  그런데  감추어진 이면의 세계와  숨겨진 본질을 보려면  생각의 차원을 높혀야 합니다.

나뭇가지 위에 개미가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제 개미의 입장이 되어 보겠습니다.
개미는 앞뒤나 좌우로만  갈수  있습니다.  나뭇가지는  둥근  3차원이지만 개미의 눈에는 평면의 2차원으로 보입니다.
즉, 개미의 눈에는 하나의 차원이  숨어 있고 개미의 눈에는  3차원은 보이지도 않습니다.
또한 A4지  2차원의 종이 위를 걷고  있는 개미가  세상 끝을 바라보면 선밖에 없습니다..
3차원에서 인간이 개미를 바라볼 때  2차원 A4지 종이 위를 걷고 있는 개미가 보이지만  막상 2차원의 평면을 걷고 있는  개미의 눈에는  전후 좌후 어디를 보나  1차원의 선만 보일 뿐입니다....
개미의 눈으로는 자기가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지 제대로 보이질 않습니다..
2차원 평면을 걷고  있는 개미는  3차원의 시각으로 자신을 내려다 봐야 비로소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게 됩니다..

투자를 잘 하기 위해서도 인식의 차원을 높히는 과정이 필요 합니다.
 차트를 잘 보고, 지표를 잘 해석하고 경제지식과 투자 테크닉을 익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입체적으로 생각 할 수 있는 통찰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 사색의 훈련 입니다..

매년 수능 시험치고 전체 수석을 차지하는 학생의 인터뷰를 들어보면  학업에 충실 했다고 합니다. 
어느 정도 공부 잘하는 학생들은  과외를 하지만 진짜 공부 잘하는 학생들은 특별한 과외를 받지 않고도 좋은 성적을 냅니다.
우리는 그런  인터뷰를 볼때면  "재수 없다"고 생각하고 거짓말을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은데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학교에서 수업 받고  밤에도 과외를 받으면  학(學)만 있는 학생이 되어  스스로 습(習)하는 시간이 부족하게 됩니다.
익히는 과정인 습(習)의 과정이 부족하면 응용력이 떨어 집니다..
학습(學習)의 한자적 의미는  배워서 익힌다는 뜻입니다..
보고 듣고 배우기만 하고  머리속에 집어 넣기만 하고 숙성을 시키고 소화 시키고  익히는 과정이 생략되거나 부족하면 변화에 대처를 못하고 응용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우리는 투자를 잘 하기 위해 많은 정보를 구하려 합니다.
기가 막히게 경제분석을 잘하는 고수의 글을 찾아 읽으려 하고 기똥찬 논리와 화려한 언어로 도배한 글을 보며 감탄과 감격을 하며 그의 내공에 박수를 보냅니다..
또한 필살기와 비법을 찾으려 하고  따끈 따끈한 정보에 귀를 기우립니다..
그러나 이렇게 내머리 속에  정보를 집어 넣고 또  집어 넣고 ,  배우고  또  배우려고만 하면  통찰은 키워지지가 않습니다.
통찰은  반드시 사색의 과정을 거쳐 지식을 숙성 시켜야 합니다.
사색 (思索)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것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고 이치를 따지는 것"입니다...

깊이 생각하고 이치를 따지는 훈련이 되어야 통찰력이 커지고 ,  작은 정보를 통해서 어마어마한 진실을 알 수도 있게 됩니다.
생각의 차원이 높아지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게 되고 아무것도 아닌 작은 정보로도 수 많은 사실을 알 수 있게 됩니다..

태양은 수소와 헬륨으로 이뤄져 있고 수소가 핵융합으로 에너지를 발산하며  표면온도는 6000도라고 합니다.
우리 은하계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은하인 안드로메다 은하는  220만 광년 떨어져 있고 초속 120km로 지구와 가까워 지고 있으며 30억년 후에는 우리 은하와 합쳐질 것이라고 합니다.
우주는 지금도 팽창하고 있고 팽창을 역추적하면 우주는 137억년 전에 빅뱅으로 시작했다고 합니다..
인간은 이 모든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요..
인간은 태양은 커녕 화성에도 못 갔다  왔지만   빛의 속도로 수 십만년 떨어진 별도 언제 태어 났고 어떤 물질로 이뤄졌는지도 알고 있습니다.
이런 어마 어마한 정보를 캐내는데 사용된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빛 입니다..
인간이 빛의 성질을 꿰뚫고 나니  빛의 스팩트럼 분석을 통해 수 십억년 떨어진  별의 구성 성분도 알게 되고  "도플러 효과"와 "적색편이"를 통해 우주의 나이까지 계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경제 현상과 투자의 판단에 영향을 주는 정보의 파편들은 너무도 많습니다.
지금 당장 눈에 띄는 현상을 살펴보면
환율은 내려가는 추세이고, 금리는 올라가는 추세이고, 유럽은 위태 위태하고, 중국은 긴축을 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대외 의존도는 점점 높아지고,   가계부채 증가 추세는  가속화 되고 , 저축은행  PF 부실은 커져가고,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전성기를  달리고 있고, 한국  IT는 세계를 주름잡고 있고,  중국이 2011년 부터 12차  5계년 계획에  굴둑산업은 모조리 빠져 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있는듯 하고 , 외국인은 계속 주식을 끌어 모으고 있고, 1년 후면  대통령 선거고,  이라크에서 미군은 철수했고,  미국 항공모함이 서해를 들락 거리고,  한국과 일본은 군사 협략을 강화 하고, 북한은 빨리 대화 하자며 다급해하고........
 지금  눈에 띄는 현상만을 나열한다 해도  A4지 몇장은 나올 듯 합니다.
그런데 어느 것 하나 예사롭지 않은 것이 없고, 어느것 하나 의미 없는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 모든 것을 변수로 생각하고  이런 저런 요소들이 화학반응을  일으키면  어떻게 될 것이며  내가 이 시점에서 어떤 포지션을 어떻게 취해야 할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과연 지식의 조합으로  현명한 판단이 가능할까요.


고승들의  대화는 화려한 언어를 나열하지 않고 몇 마디 선문답으로 서로의 수준을 간파하기도 하고  할 말 다하며 공격하고 방어도 합니다. 이들의 언어도 지식보다 통찰의 영역일 것입니다.
사실 이 모든 것이 뜬 구름 잡는 얘기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분에게는 제가 지금 하는  얘기가 뜬 구름 잡는 얘기일 것입니다.
요즘 제 글에 반대표가 많은데  이글도  반대가 많을 것으로 예상 합니다. ^^

아마 지금쯤 이런 생각을 하실분들이 계실 것입니다...

So what! 
( 그래서 어쩌란 말이냐 )

독서와 사색에 시간을 할해 할 것을 추천 합니다..
TV를  보지 않으면  이것 저것 할 것 다 하고도 일주일에  책 두 세 권 정도는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TV를  거의 안 봅니다.
요즘 부활의 김태원이 좋아져서  "남자의 자격"을 봅니다만 TV를 안 봐도 사회 생활에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TV 보는 시간보다 책보고 생각하는 시간이 훨씬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분께서 추천 도서를 말씀해 달라고 하셨는데 제가 권해 드리고 싶은 책중에 경제 관련 책은 사실  한 권도  없습니다. 
추천도서 보다 책은 반드시 내 돈을 주고  사서 보라는 것과 10권 사서 3 권 정도 괜찮은 책을 고르는 실력을  갖추면 투자로 돈 잃는 경우는 없을 것 이라는 것을 자신있게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것저것  많은 말씀을 드렸는데 사실 이 말을 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지식은 통찰을 이기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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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링크 :   대한민국 90%를 위한 "서민투자학"

Posted by 카이사르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