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서민투자학2011. 8. 9. 09:42

독립운동가 출신 친일파의 변명

1910 8 22일 대한제국 내각총리 이완용과 조선통감 데라우치 사이에 한일합병조약이 체결됨으로써 조선은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습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조선의 백성들은 큰 충격과 함께 깊은 좌절에 빠졌습니다. 그러나 뜻있고 용기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독립투쟁의 역사도 같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후 독립에 대한 열망이 열매를 맺어 1919년 민족대표33인의 이름으로 독립선언문이 낭독 되었고 그렇게 3.1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3.1운동 이후 민족대표33인 대부분은 방관자가 되거나 친일파로 변절되었습니다. 더욱이 당시 조선의 3대 천재라는 소리를 들으며 독립선언문 초안을 작성하기도 했던 육당(六堂) 최남선은 일제 말기에 기막힌 친일행각을 벌이게 됩니다. 최남선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독립운동가 출신 춘원(春園) 이광수와 짝을 이뤄 일본에 있는 조선 유학생들을 상대로 일본 천황을 위해 전쟁터에 나가 싸울 것을 권유하는 강연을 하고 돌아 다녔습니다. 당시 조선을 대표하는 지식인이었으며 한때 독립운동에 참여했던 이들의 변질된 행위는 역사 앞에 변명의 여지가 없고 비난 받아 마땅합니다.

그러나 한 인간으로서 변명의 소지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역사가 흘러가는 시간과 개인이 경험하는 시간은 물리적으로는 같은 시간이지만 체감하는 시간은 확연히 다릅니다.

학창시절 역사 수업시간에 “1905년 조선이 일본에 외교권을 박탈당함으로써 주권을 상실했고 1945년 일본이 패망할 때까지 실질적으로 40여 년 동안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았다라고 배웠습니다. 역사 전체를 두고 볼 때 40년이라는 시간은 짧은 순간이고 단 한 줄로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40년이 당대를 살았던 한 인간에게는 인생의 전부일 정도로 매우 긴 시간이었습니다. 1910 10대였던 조선의 소년들은 환갑이 다 되어서야 나라가 독립되는 모습을 봤을 것입니다. 조선이 일본에 강제합병 된 후 이광수, 최남선 같은 조선의 똑똑한 청년들은 투쟁하고 싸우면 머지않아 나라가 독립될 줄 알았을 것입니다. 몇 달 노력하고 몇 년 투쟁하다 보면 좋은 날이 곧 찾아 올 줄 알았지만 러시아를 쳐부수고 중국까지 접수한 일본은 세계열강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점점 강해져만 갔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자 일본을 무너뜨리고 조선이 독립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리라 생각했을 것이고, 그런 좌절이 깊어지면서 친일파로 변질되어 갔을 것입니다. 개인의 시간과 역사의 시간은 흐르는 속도가 분명 차이가 납니다. 만약 그들이 그 시대를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서의 자신만 생각하기보다, 기나긴 역사 속에서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있었다면 그들의 삶은 크게 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장기투자는 시장을 길게 보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주식투자를 할 때도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인식이 매우 중요합니다. 주식시장에 파묻혀 살면서 어떻게 하면 싸게 사고 비싸게 팔아 먹을 수 있을까만 생각하기 보다, 지금 주식시장 역사가 어떻게 쓰여지고 있는지 조금은 거창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 당장 벌어지고 있는 주식시장 상황만 쳐다 보는 것이 아니라, 최소 10년 이상을 길게 펼쳐 보면서 주식시장의 역사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큰 그림을 보려 해야 합니다.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큰 시각을 상실한 채 주식시장에 푹 빠져있으면 당장 내일의 주가가 궁금해지고 일주일 이주일, 한달 두 달이 아주 긴 시간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주식시장의 큰 사이클은 그 보다 훨씬 길고 천천히 움직입니다. 최소 2~3년의 기간을 두고 대세 상승과 대세 하락을 주기적으로 반복해 갑니다. 물론 주식시장의 큰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은 그보다 훨씬 긴 사이클로 움직입니다.

따라서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시야를 최대한 크게 하고 시장의 큰 흐름을 타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마음이 조급하고 시장을 바라보는 시야가 좁으면 하루 이틀의 시장 상황에도 마음이 심하게 흔들리고 시장의 변동성이 클 때는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이리저리 끌려 다니게 됩니다.

주식시장은 휴일을 빼면 매일 열립니다. 그렇다 보니 매일 시장에 참여하며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이 종목 저 종목 갈아타며 단타매매를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서점에 가면 단타매매로 하루에 수 십만 원씩 벌 수 있다며 개인투자자를 현혹하는 책들도 많은데 이는 결코 올바른 투자방법이 아닙니다. 사고파는 요령을 익혀서 짧은 시간에 많은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은 주식도박이지 주식투자라 하기 어렵습니다.

주식시장에서 주가 움직임의 근거가 되는 경제 펀더맨탈과 돈의 흐름은 하루 단위로 바뀌는 것이 아니고 시간단위로 바뀌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미국의 경제학자 조셉 키친(Joseph Kitchen)이 주장했으며 경기순환 이론 가운데 가장 짧은 주기 중 하나인 키친순환(Kitchen cycle)도 통화공급이나 재고변동 등에 따라서 3~5년을 단위로 경기가 변동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주가는 기본적으로 기업 실적에 기인하고 돈의 흐름 역시 정부의 금융정책과 외국에서 들어오고 빠져나가는 해외자본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주식시장의 큰 흐름은 계절의 변화처럼 크게 움직입니다.

주가가 내일 어떻게 움직일지는 신()도 알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주식시장에서 가장 미천한 존재로 통하는 개인투자자가 신도 알지 못한다는 단기간의 주가흐름을 맞춰보려고 무작정 덤벼들려 하면 곤란합니다. 해야 할 본업이 있는 서민들은 하루하루의 주가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따라갈 처지가 못됩니다. 주식투자에 쏟아 부을 시간과 실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서민들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주식시장을 크고 길게 바라보며 큰 흐름이 바뀔 때만 참여하는 것입니다.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시야가 좁으면 잦은 매매를 하게 되지만 시야가 넓으면 자주 참여하지 않게 되고 매매 횟수도 그다지 많지 않게 됩니다.

장기투자가 좋다는 말은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들도 알고 있을 정도로 이미 오래 전에 상식이 되어버린 말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장기투자의 의미가 한 종목을 샀으면 끝까지 팔지 않고 무조건 붙들고 있으라는 뜻이 아닙니다. 장기투자의 진정한 의미는 시장을 장기적인 안목으로 크고 보고 그에 맞게 대응하라는 의미입니다.

시장을 바라보는 시야가 좁으면 주가가 매일 오르며 폭등할 때는 영원히 오를 것 같은 환상에 빠져 자신도 모르게 탐욕을 부리게 됩니다. 반대로 주가가 연일 폭락하고 언론에서 자본주의가 곧 망할 것처럼 겁을 줄 때는 자신도 모르게 공포에 휩싸이게 됩니다. 그러나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은 사람은 그 와중에도 주식시장의 큰 순환이 눈에 그려집니다. 시장을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면 주가가 폭등할 때도 자만하지 않고, 폭락할 때도 겁먹지 않을 수 있습니다. 주가는 영원히 오르지도 영원히 내리지도 않는 것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주식시장은 결국 경기 순환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주가 역시 큰 흐름에서 주기적으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움직입니다. 좁은 기간을 두고 보면 주가의 흐름이 변덕도 심하고 복잡하고 도저히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정신 없이 움직이지만, 긴 기간을 두고 보면 좁은 기간의 움직임 보다 훨씬 단순하고 예측하기 쉬우며 대응하기도 용이합니다.

또한 호흡을 길게 가져가면 최소 2~3년 후까지 생각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주가가 오르락 내리락 요동친다고 해서 덩달아 같이 흥분하지 않게 됩니다.

 

크게 봐야 크게 보인다

큰 시야는 확보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밑으로 내려다 봐야 합니다. 오리 열 마리가 코끼리 발 밑에서 위를 쳐다보면 보는 각도에 따라 코끼리 모양이 모두 제 각각으로 보일 것입니다. 그러나 백조가 위에서 밑으로 내려다 보면 어떤 백조가 보더라도 코끼리 전체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됩니다.

주식시장도 일단은 위에서 밑으로 내려다 보고 크게 봐야 시장 전체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게 됩니다.

 


위의 그림은 2011 3월부터 2011 8월까지 약 5개월 동안 매일 주가의 움직임을 표현한 일봉 차트 입니다. 이 기간 동안 많은 사건이 있었으며 일주일이 멀다 하고 메가톤급 뉴스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를 반영하듯 시장 분위기는 매번 바뀌었고 그럴 때마다 주가는 롤러코스트처럼 출렁거렸습니다. 이렇게 시장이 짧은 구간에서 요동칠 때 마다 매번 정확히 주가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적절하게 대응하기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시야를 좀더 높이면 훨씬 단순한 모습을 볼 수 있게 됩니다.

 

위의 그림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약 3년 동안 주 단위의 주가 움직임을 표현한 주봉차트입니다. 일봉 차트 보다 한결 단순하며 매끈하게 움직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위의 네모 박스 안은 앞서 살펴본 일봉차트 기간을 표현한 것입니다. 일봉 차트로 봤을 때는 주가의 향배를 예측하기도 힘들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감을 잡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3년의 기간을 두고 주봉차트로 보게 되면 2년 넘게 지속적으로 상승하다 서서히 고점을 형성하려는 모습임을 알 수 있습니다.

 


위의 그림은 2002년부터 2011년까지 약 10년 동안 월 단위의 주가 움직임을 표현한 월봉차트 입니다. 주식시장에서 가장 높은 시야에서 바라볼 때 사용하는 차트이기도 합니다. 10년의 기간을 두고 보면 처음 살펴봤던 일봉 차트의 5개월 간의 모습은 위의 박스 속 모습처럼 상승탄력이 둔화되면서 조정을 받고 있는 초입임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본격적으로 조정을 받게 된다면 최소 수개월에서 1년 이상 하락할 수 있지만 큰 조정을 받더라도 1~ 2년이 지나면 또다시 상승 장으로 전환 될 수 있음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수 개월 단위의 짧은 기간 동안의 시장 상황만 들여다 보고 있으면 시장의 큰 그림이 보이질 않지만 최소 3년 이상의 크고 긴 안목으로 시장을 들여다 보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게 되고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기도 훨씬 수월합니다.

 

긴 안목을 확보 하기 위해 지켜야 할 3가지 원칙

개인투자자가 주식시장을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3가지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첫째, 주식 차트를 매일 들여다 보지 마라

그리스 신화에 메두사라는 머리카락이 뱀으로 된 괴물이 나오는데 누구든지 메두사의 눈을 바라보면 돌로 변해버렸습니다. 주식시장에서 메두사는 일봉 차트 입니다. 서민들이 주식차트를 매일 들여다 보게 되면 머리가 돌처럼 굳어져 버려 엉뚱한 판단을 하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주식시장은 가까이에서 자세히 들여다보려 할수록 눈이 어두워지고 헛것을 보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개인투자자가 주식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주식시장을 역설적으로 대해야 합니다. 주식투자를 잘하기 위해서는 주식투자를 많이 하지 말아야 하고, 똑똑한 투자자가 되기 위해서는 단순해져야 하며, 주식시장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가까이에서 쳐다 보지 말아야 합니다. 평소에는 자신이 해야 할 본업에 충실하고 일봉 차트는 아예 들여다 보지도 않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 주봉차트를 보며 중심을 잡아라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대응할 때는 일봉 차트를 멀리하고 주봉차트를 보며 중심을 잡는 것이 유리합니다. 주봉차트를 보면서 최소 3~4년의 기간을 두고 큰 시각에서 시장을 바라 보게 되면 주가의 움직임이 경기순환 주기와 유동성의 흐름의 영향을 받으며 움직이기 때문에 예측하기도 한결 용이하고 대응하기에도 훨씬 수월합니다. 따라서 매매 타이밍을 잡을 때 활용하는 차트는 주봉차트를 활용하고 주식을 사고 팔아야 할 기간이라고 판단 될 때에만 일봉 차트를 보면서 매매의 세밀한 포인트를 잡아내면 됩니다.

 

셋째, 매매 횟수를 1년에 10회 이하로 줄여라

자신이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시야가 어떠한지를 알 수 있는 바로미터 중 하나는 주식을 사고 파는 횟수를 세어보는 것입니다. 시장을 바라보는 시야가 좁을수록 매매 횟수가 잦아 집니다. 그러나 시장을 크게 보며 장기적인 안목을 확보하고 있으면 매매횟수가 그다지 많지 않게 됩니다. 최소 2~3년의 사이클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주식시장의 큰 주기에 맞춰 매매를 하게 되면 1년에 매매 횟수가 10회를 크게 넘어가지 않습니다.

물론 주식투자를 처음 할 때부터 시야가 넓어지기는 쉽지 않습니다. 주식 차트를 들여다 보고 있으면 하루에도 열댓 번 사고 팔고 싶고, 매매를 자주 하지 않는 것 같은데 지나고 보면 한 달에 수 십 번을 사고 파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주식을 사고 파는 횟수가 1년에 10회 이상 되지 않게 한다는 마음을 먹게 되면 시장을 크고 길게 볼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상의 세가지 원칙을 지키게 되면 시장을 바라보는 시력이 약한 서민들도 충분히 해볼만하게 됩니다. 좁은 범위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며 혼돈에 빠지게 되는 것을 방지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주식시장을 정확하고 세밀하게 보기 힘든 서민들이 그 한계를 뛰어 넘을 수 있는 방법은 주식시장을 멀리 내다 보고 크게 움직이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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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링크 :  개미가 주식시장에서 손해 볼 수 밖에 없는 이유

연재글을 바탕을 출판된 책입니다..  ^^

Posted by 카이사르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