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서민경제학2017. 3. 11. 07:57

눈보라가 거세게 몰아치는 추운 겨울밤!

먹잇감을 찾아 허허 벌판을 헤메는 외로운 늑대 한마리가 있습니다.

이 녀석은 무리에서 쫓겨난 힘 없는 늑대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동료들의 먹잇감을 구하기 위해  눈보라를 혼자 뒤집어 쓰고 다니는 이 늑대는  늑대 무리의 리더입니다.

늑대 사회에서 사납고 힘만 쎈 늑대는 왕따가 되어 쫓겨나지 리더가 되지 않습니다. 

용맹할뿐만 아니라 솔선수범하며 친화력 있는 늑대가  리더 됩니다.

늑대 리더는 수컷 두 마리가 서로 죽일듯이 싸우고 있으면 장난을 거는 방식으로 싸움을 뜯어 말린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늑대의 리더십에 감동 받을 것까지는 없습니다.  

척박한 초원땅에서 무리가 자멸하지 않고 생존을 이어가기 위해 선택한 자기들 만의 생존 방식일 뿐입니다.


 포유류는 모성애가 눈물 겹고 알을 때거지로 낳는 파충류는 모성애 따위가 없습니다.

이는 종족 번식의 방식을 다르게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몸의 구조상 새끼를 많이 낳지 못하는 포유류는 모성애가 있어야 종족이 보존 되고, 

알을 많이 까는 파충류는 내팽겨치고 강한 놈만 살아 남게 해야 종족 보존이 잘 됩니다. 

자연계에서 동물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들여다 보면 다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모습을 보고  "파충류는 잔인하다" , "늑대가 참 영특하구나." , "동물도 인간처럼 모성애가 있다니  감동적이다."

이렇게 가치판단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고 삼천포로 빠지게 됩니다.

인간 세상도 있는 그대로를 보고 프로세스를 찾아내야 기승전결 고리가 연결되고 시스템이 보입니다. 

인간이 만들어 내는 경제 현상을 분석한다는 사람이 "말이 안 된다~",  " 속이고 있다~", "이건 사기다~" 따위의 표현을  쓰는 것은 생물학자가 "파충류 이 녀석들은  왜 이리 잔인한거야~" 하는 것도  똑같습니다.

외계에서 날아온 우주인의 시각으로 인간사회를 들여다 봐야 합니다.

우주인이 볼 때는 원숭이 무리나 인간무리나  똑같습니다.  

원숭이는 서열 몇가지를 만들어서 단순하게  살아 간다면, 지능이 뛰어난 인간은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을 만들어서 조금  복잡하게 살아갈 뿐입니다.


오늘날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인간세계의 여러가지 일들, 특히 경제현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시스템 그 자체를 봐야 합니다.

"자본주의는 모순이 많다 , 아니다",  " 자본주의는 사기다 , 아니다" "자본주의는 거짓이다 속임수다" 이런 말은 의미가 없습니다.

자본주의는 현존 인간들이 가장 효율적이라며 선택한 사회시스템 입니다.

이러한 자본주의 시스템의 의미는 경제학자들에게 맞기고 우리는 자본주의 시스템이 어떻게 만들어 졌고 어떻게 굴러가는지만 알아보면 됩니다. 

(글을 쓰고 보니 제가 너무 큰 주제를 건드려 버렸네요. --;)

 


인간사회는 원시공동체와 계급사회를 거쳐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로 변해 왔습니다.

자본주의가 딱히 언제부터 시작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데 1492년은 매우 중요한 분깃점이 됩니다

1492년은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해 이면서 스페인이 이슬람을 몰아 내고 유럽 역사에 편입된 해이기도 합니다.

이 두 사건 왜 중요하냐면 이 일을 계기로 유럽에 금과은이 넘쳐 나게 되기 때문입니다.

신대륙 발견이후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온 세계를 돌아 다니며 엄청난 양의 금과 은을 약탈해오자  유럽사회에 대변혁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제부터 그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예로부터 금과 은은 화폐로 사용 됐습니다.

화페로 금과 은 만한 것이 없습니다.

물론 철을 녹여서 화폐를 만들어 쓰기도 하고 원나라때는 지폐가 통용 되기도 했지만 조금 쓰다가 전부다 실패 했습니다.

무엇보다 위조 하기 쉬었고 적정한 가치를 매기기가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금과 은은  인간이 조작할 수  없을 뿐더러 자체적으로 가치를 매기고 가치를 저장할 수 있습니다. 또한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고 잘게 쪼개서 쓸 수도 있어  물물교환을 대신할 화폐로서 안성맞춤이였습니다.

하지만 너무 귀해 충분히 유통 되지 않아 금과 은만으로는 화폐경제를 열지 못했습니다. 

화폐가 넉넉치 못하면 시장경제가 형성되기 어렵습니다.

재화와 서비스가 빨리 빨리 교환 되는 시장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재화와 서비스를 실어 나를 화폐가 충분해야 합니다.

짚신을 팔아서  화폐를 받고 그 화폐로 쌀도 사고 옷도 사고 고기도 마음대로 사먹을 수는 시장이 있어야 하루 종일 짚신만 만드는 장인이 나옵니다.

짚신을 많이 만들어 다른 재화로 교환 할 수 있는 시장이형성 되어야 짚신 기계를 발명하고 짚신 공장이 나오게 됩니다.

그러나 화폐유통이 충분치 않아 시장이 발달하지 않으면 한 사람이 농사도 짓고 짚신도 만들고 옷감도 짜고 돼지도 키워야 합니다.

생산성이 좋아질리가 없고 물건이 넘쳐날리가 없고  배불리 먹고 잘 먹고 잘 살 수 없습니다.

생산된 재화의 가치를 매기는  화폐가 충분하지 않으면 경제가 발전할 수 없습니다.

재화를 생산하는 족족 빠른 속도로 그 재화를 실어 나르는 화폐가 충분해야 생산도 많이 하고 분배도 잘되고 소비도 잘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봉건주의  중세 유럽은 경직된 계급사회에다  귀족들이 쇠부치 녹여 칼 만들고 갑옷 만드느라 금이 아니라 쇠부치도 부족해서 화폐가  절대적으로 모자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가 발달할리 없고 그 와중에 평민들을 쥐어짜니 중세의 평민들은 매우 가난했습니다.


그러다 신대륙 발견으로 갑자기 금과 은이 넘쳐 나고 옥수수,감자,고구마,토마토 같은 새로운 식량이 들어 오고 동방에서 많은 물자가 들어오면서 유럽에 시장경제가 생겨나고 자본주의가 싹트게 되었습니다.

상품이 많아지고 상품을 실어나를 화폐가 충분해지자 재화의 교환이 빨라지면서 상공업이 발달 했고 상업에 종사하는 평민중에 부유층이 생겨 났습니다.

땅은 많지만  사치부리고 전쟁하느라  돈이 없은 귀족들은 점점 힘을 잃어갔고 역으로 상공업 발달로 부유해진 평민들은(브루주아) 서서히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힘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타고난 신분으로 삶의 질이 결정되는 계급사회가 어느덧 돈으로 삶의 질이 결정 되는 자본주의 사회로 넘어가게 됩니다.

이 모든 것이 누군가 의도적으로 설계하고 계획해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 여러 사건들이 우연히 겹치면서 자연스럽게 일어났습니다. 

만약 콜럼부스가  지구 크기를  과소평가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았다면  신대륙 발견은 한 참 뒤에 이뤄졌을 것이고 세계사는 다르게 쓰여졌을 것입니다.

 

한편, 금과 은이 많이 유통되며 화폐로서의 역할을 했지만 여전히 불편한 점이 많았습니다.

거래 규모가 크거나 고가의 물건이 교환 될 때는 많은 양의 금을 운반해야 했습니다. 

치안이 불안 했던 당시로서는 매우 위험한 일이고  비용을 지불하고 용병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날 은행과 비슷한 원시은행이 나타나게 됩니다.

힘 있고 신용있는 가문들이 금을 보관해 주는 대신 수수료를 받았습니다.

금을 보관할 때 수수료를 내고  가문의 문장이 찍힌 보관증서를 받고 그 증서를 교환하면서 거래를 했습니다.


이는 약속어음과 비슷한데 오늘날 지폐와 성격이 비슷했습니다.

물건을 교환하느라 황금을 실어나를 때 보다 훨씬 안전하고 편리해졌습니다.

덕분에 거래는 더욱 활발 해지고 자본주의는 한층 더 발전하게 됩니다. 

만약 오늘날 이뤄지는 모든 거래를 금덩이로 해야 한다고 하면  우리가 누리는 일상은 불가능해 집니다..

금이 충분하지 않을 뿐더러 유통도 잘 되지 않아 순식간에  경제 시스템은 무너지게 됩니다.

금 실물을  화페로 사용하는 단계에서 금을 담보로한 증서를 화폐로 사용하는 단계로 넘어 간 것은 실로 대단한 사건입니다. 

그런데 이 역시 문제가 있습니다.


황금을 맡겼던 귀족이 망하거나, 언제 맡겼냐고 눈을 부라리거나, 금에다 불순물을 섞어  속이면 큰 손해를 보게 됩니다.

실제로 돌에다가 금박지를 씌워서 속이기도 하고 가짜 보관증을 남발하여 사기를 치기도 했습니다.

이런 부작용이 자꾸 생겨나자 급기야 국가에서 이 역할을 대신합니다.

중앙은행의 탄생입니다.


최초의 중앙은행은 17세기 초 현대 자본주의의 본고장인  네덜란드에서 생겨났습니다.

국민이 국가에 금을 맡기면  국가는  지폐를 찍어 내어 금을 맡기는 사람에게 줍니다.

화폐의 가치는  국가가 보유한 금의 양에따라 정해집니다.

이를 금본위제라 합니다.

개인이 하는 때보다 훨씬 안전해 졌고 나라에 내는 세금도 국가가 발행한 지폐로 내니 신뢰가 한층 높아졌습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물건을 살고 팔 때 금과은을 사용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국가에서 발행한 지폐가 곧 금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하루종일 일한 댓가로 그림이 그려진 종이를 받고도 기분좋게 집에 갔습니다.

다음날 그 종이로 빵을 살 수 있고 옷도 살 수 있고 포도주도 마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종이에 적힌 숫자가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모든 사회구성원이 믿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세상이 참 많이 변했습니다.

그런데 17세기 프랑스에서 오늘날 자본주의를 이야기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아주  재미있는  사건이 터집니다.

Posted by 카이사르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