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서민경제학2017. 3. 11. 07:58

프랑스!

이 단어가 주는 이미지는 남다릅니다.

오늘날 프랑스는  "풍요, 자유, 와인,낭만, 예술" 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17세기 프랑스는  지금과 사뭇 달랐습니다..

"짐은 곧 국가다"라는 말로 유명한 "태양왕" 루이14세가  다스리던 시절로, 그가 유럽  패권을 두고 일평생  영국,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 스페인 등과 수 많은 전쟁을 치르면서 프랑스 왕실은 빚더미에 올라 앉았습니다.

이렇게 국왕이 끊임없이  전쟁을 일으키는 통에 엄청난 조세부담과 징병의 부담을 져야 했던 프랑스 국민들의 삶은 매우 비참했습니다. 

루이 14세가 죽은 뒤에는  어린 루이 15세를 대신해  오를레앙 공이  섭정을 하게 되는데 그가 통치하는 동안 프랑스는 무려 3번이나 국가 부도 사태를 맞게 됩니다.

 아무리 무소불위의 권력자라도 3번이나 국가부도 사태를 맞는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프랑스의 실권자  오를레앙 공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 했을 때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귀인이 나타납니다.

스코트랜드 출신  "존 로"라는 사람 입니다.

오를레앙 공에게는 귀인이였던  존 로는 사실 도박꾼에 살인자요,  도망자에 몽상가 였습니다.

 

존 로는  1617년 스코틀랜드의 부유한 금세공업자의 아들로 태어 났습니다.

당시 금세공업자는 오늘날 은행과 같은 역할을  했기 때문에 존 로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 어깨너머로 금융업에 대한 감각을 익힐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존 로의 아버지가 요절하는 바람에 너무 어린 나이에 엄청난 부를 상속받게 되어 도박과 향락에 빠지게 됩니다.

존 로는 여기 저기를 떠돌며  유명한 도박꾼으로 명성을 날렸지만 오래지 않아  재산을  모두 탕진하고 맙니다.

도박꾼 기질에 혈기까지 왕성한 탓에  여자를 사이에 두고  결투를 하다 살인을 하게 되고 , 사형 선고를 받은 뒤 뇌물을 주고  탈옥하게 됩니다.

부유한 은행가 아들에서 한순간에  살인자에 도망자 신세가 된 존 로는  당시 유럽에서 가장  활발한 도시였던 암스테르담에 숨어 지내게 됩니다.

존 로는 이곳에서도 여전히 도박판을 전전합니다. 

그러나 다른 도박꾼과 다른점이 있다면 그는 단순한 도박꾼이 아니라  도박할 때 확률이론을 적용하기도 하고 훗날  "화폐와 무역"이라는 저서를 쓰기도 한  지식인이였다는 것입니다.

존 로는  뛰어난 두뇌에 지적 호기심이 많았고 고급 살롱을 드나들면서  뛰어난 사교술로  당시 귀족들과 두루 교제하고  있었습니다.

환전으로 떼돈을 번 장사꾼의 피와 도박꾼 기질에  지식을 겸비한 존 로가 바라본 네덜란드는 매우 흥미로운 사회였습니다.

최초의 주식회사인 "동인도 회사"가 동방무역을 독점하며 막대한 부를 모으는 것과  주주들이 대박을 터트리는 것을 보았고 , 국가가 운영하는  "중앙은행" 이라는 것도 목격했습니다. 

그러나 주식의 수를 제한하고  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운영되었던 중앙은행의 보수적인 태도에 대해서는 못마땅하게 생각했습니다.

존 로는  네덜란드 사회를 유심히 관찰하다 네덜란드의 풍요와 주식회사와 중앙은행 이라는 삼각관계에서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됩니다.

도박꾼, 살인자, 도망자,지식인, 몽상가 라는  복잡한 캐릭터인 존 로는  당시 사람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거대한 실험을 계획하게 됩니다.

자신의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10년만에 고향으로 돌아와 스코틀랜드 의회에  "은행개혁안"을 제출했는데  거절당합니다.

그래서 눈을 돌려 프랑스를 선택합니다.

엄청난 부채와 여러번의 국가부도로 위기에 몰려 있던 프랑스 왕실 입장에서는  부채를 없애 주고 경제를 발전시켜 부강한 나라로 만들어주겠다는 존  로의 제안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존 로가 구상한 것을  다름아닌 "통화팽창"이였습니다.

그는 화폐가 경제를 발전시키는 창조적인 힘을 가진다고 봤습니다.

통화량 확대는 생산을 자극해 생산을 증가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국력을 키울  수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그런데 화폐로 통용 되는 금과 은은 원래부터 귀하고 총만들고 대포 만드느라 주화를 만들 금속마저 부족하다면 국가가 보증하는 중앙은행에서  종이화폐를 찍어내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당연한 이 논리가 당시에는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였고 놀라운 발상의 전환이였습니다.

존 로는 다른 이름은  "화폐의 아버지" 입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에서 체택하는 종이화폐를 최초로 제안한 사람이 바로 존 로인 것입니다.

 

존 로는  우선 네덜란드식 중앙은행을 세운뒤  투자금을 받고  정부의 막대한 부채와 통합운영 했습니다.

국가의 부채가 은행의 주식으로 전환 되고 군주는 원하는 만큼 돈을 발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군주가 돈이 필요하면  채권을 발행하고 중앙은행은 돈을 찍어내서 그 채권을 사면 됩니다.

전쟁놀이 하고 사치부리느라 늘 빚에  허덕이던  군주가 볼 때 이 시스템은 종이가 금으로 변하는 놀라운  연금술로 보였을 것입니다.

돈 찍어내는 인쇄기를 선물로 주고 신임은 얻은 존 로는 재무장관의 자리에 앉게 되고 프랑스 경제를 총책임지게 됩니다.

중앙은행을 세운 뒤 다음 작업을 착수하게 되는데 그것은 발권력을 가진 중앙은행과 독점권을 가진 주식회사를 결합하는 것입니다.

당시 프랑스는 미국 미시시피강 유역에 광활한 땅인 루이지애나 식민지가 있었습니다.

존 로는 정부 부채를 갚아 주는 조건으로 식민지 루이지애나의 개발독점권을 따내 미시시피 주식회사를 만들었습니다.

프랑스 국민들이 나라에 돈을 빌려줬다는 증서인 채권을 가져오면 미시시피 주식회사의 주식을 주는 것입니다.

발권력이 있는 중앙은행이 이 회사의 주인이니 주가를 올리는 것은 식은죽 먹기입니다.

돈을 찍어내서 주식을 사면 됩니다.

군주도 한패니 주가를 올리는  핑계거리를 만드는 것도 식은죽 먹기입니다.

군주로부터  온갓 종류의 기득권 , 특혜, 독점권을 받으면 미시시피 주식회사의 주가는 올라갑니다.

주가가 올라가니 프랑스 국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채권을 주식으로 바꿔갑니다. 

금으로 돌려 받아야 할 채권을 주식이라는 종이로 받아 갑니다.

아니 서로 먼저 받아 가려 긴 줄을 서고 싸우기까지 합니다.

이런 광란이 더해 갈수록  국가의 부채는  주식으로 둔갑합니다.

통화팽창과 주식 버블로  돈이 팽팽 돌아가니 경제도 살아나게 됩니다.

1716년 고질적인 경기불황으로 몸살을 앓던 프랑스는  이때부터 호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정부는 부채 문제를 해결 했고  경제도 호황이 되어 존 로의 계획은 성공한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루이지애나에서는 아무것도 나오는 게 없었습니다.

개발 독점권, 무역독점권이 있는 회사지만   벌레만 우글거리는 늪지 루이지애나에서는 개발 할 것도 교역할 것도 없는 곳이여서 미시시피 회사는 유령회사나 마찬가지였습니다.

" 루이지애나가 개발 되기만 하면 엄청난 금과 은이 쏟아 질 것이고 금보다 비싼 향신료도 생겨날 것이다."

"이  회사는 신대륙의 모든 개발권과 독점권을 가진 회사이니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전에 빨리 투자해라. "

사실이 아닌 가정을 두고 선동한 거짓인데 모두들 속아 넘어 갔습니다.

 루이지애나가 어디에  붙어 있는지 모르는 사람도 주식을 사기만 하면 주가가 올라가고 자고 일어나면 백만장자가 나타나니 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백만장자"라는 말도 이때 처음 생겨 났고 하인이였던 사람이  어느날 고급살롱에 나타나 전 주인과 같이 술 마시는 해프닝도 일어났습니다.

그러나 거품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개척단 수 천명을 모집하여  루이지애나에 파송하는 쇼를 했는데  개척을 떠났던 사람들이 1년도 되지 않아  굶어 죽거나 병들어 죽은 사실이 들통났습니다.

  "루이지애나에 가봤더니  덥고 습하고 벌레밖에 없더라"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미시시피 주식 거품은 순식간에 꺼지게 됩니다.

 주가가 폭락할수록 존 로는 거짓말을 만들어 냈고 그것도 안통하면  미친듯이 돈을 찍어 냈습니다.

 회계 장부를 조작하고 국민을 협박하고  온갓 종류의 모략을 동원했지만  혼란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어느덧 프랑스 국민들은  스코틀랜드 촌놈이 왕실과  짜고 국민을  상대로 사기극을 벌렸다는 것을 알아버렸습니다.

결국 존 로의 실험은 실패로 끝났고 그는 사기꾼이라는 오명을 쓰고 프랑스에서 쫓겨난 뒤  여기저기 도박판에서 뒹굴다  쓸쓸히 생을 마감했습니다.

 왕실과 존 로가 기획한 대국민 사기극은 프랑스 국민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고  이때 생겨난 왕실에 대한 불신과  귄위의 추락이  훗날  평민이 왕의 목을 따는  프랑스 대혁명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존 로가 처음부터 사기 칠 목적으로 프랑스에 갔을수도 있고 , 순수하게 자신이 구상하는 금융시스템이 인류를 보다 풍요롭게 할 수 있다고 확신 했을 수도 있습니다.

존 로는 도박꾼에 사기꾼에 선동꾼이긴 하지만 해석을 달리하면  뛰어난 금융공학자에 시대를 앞서간  선각자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존 로가 사기꾼이였다고  욕하는  사람도   존 로처럼 종이화폐를 찍어내는 오늘날 프랑스 정부를 욕하지 않습니다.

알고보면 프랑스 정부는 존 로가 했던 방식을 따라하고 있습니다.

아니 오늘날 전세계 거의 대부분의 나라에서  존 로에게 "화폐의 아버지"라는 별명만 붙혀 주고 특허권도 내지 않고 그의  종이화폐 방식을 따라 하고 있습니다.

존 로가 사기꾼이면 사기꾼이 만든 금융시스템을 따라하는 국가들도 모두 사기꾼이 됩니다.

그러나 오늘날 정부가 돈을 찍는데 이를 두고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국가가 돈을 찍어내도 내 주머니 속의 돈은 그대로 있기 때문에  무관심 합니다.

알고보면  물가가 올라가서 정부가 내 주머니 속 돈을 뺏어가는 것인데도 물가가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이걸 두고 뭐라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종이돈은 알고 보면 가짜돈인데 이 방식을 쓰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과거 왕이나 귀족이나 가능했던 물질적 풍요와 온갓 호사를 누리고 있습니다.

인류가 가짜 돈을 쓴 뒤에야 이처럼 풍요로운 세상이 되었다는 것은 넌센스고 역설이지만 사실이기도 합니다.

사실 그동안 발생한 주식시장의 수 많은 버블들은 미시시피 버블과 흡사합니다.

처음부터 사기칠 목적으로 만드어진 버블도 있지만  어떤 버블은  인류를 풍요롭게 하기도 했습니다.

만약  프랑스 국민의 투자금으로 루이지애나에 엄청난 금광이 개발 되고, 땅을 개간하고 이민지가 늘어나  도시가 생겨나고  다양한 농작물과 향신료를 수확했다면  거품이 아니라 대박이 났을 수도 있습니다.

주식시장의 버블과 거품이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라 때론 먹힐 때도 있습니다.

IT 버블때 모든 벤처가 사기가 아니라 그 버블을 먹고  구글과 NHN 같은 회사가 탄생하기도 하고, 돈을  갈망하는 광기가  때론 놀라운 신기술을 낳기도 풍요를 선물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자본주의는  분명 모순이 많고  끊임없이 버블이 생겨나고  때론 광기에 휩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모순을 없애고  버블을 없애고  모두 다  정직하고 이성적이면  아이러니 하게도 경제는 망합니다.

종이 화페의 모순을 없에면  지구인의 반 이상이 굶어 죽습니다. 

오늘날 지구에 70억 인구가 살 수있는 것은 종이 화폐가 아니라 아예 눈에 보이지도 않는  전자화폐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화폐의 모순이 있고  주식시장에  탐욕과 광기가 있었기  때문에  거지도 굶지 않고 구두닦이까지  손바닥으로 온 세상을 훤히 내다 보고 신기한 시대를 살고 있는 것입니다.

알고 보면 사기인 화폐 시스템과  끊임없이 반복되는 자산시장의 거품과 광기!

아이러니 하게도 이것이 자본주의의 본질이고  자본주의 시스템이 굴러가는 방식입니다.

Posted by 카이사르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