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서민경제학2012. 7. 17. 00:14

태평양을 항해하는 배는 직선으로 움직입니다.
그러나 지구밖에서 보면  이 배는 수박 위를 기어 가는 개미처럼 지구를 돌고 있습니다.
시야를 좀 더 높혀 보겠습니다.
상식적으로 지구는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지구 자체는 우주 허공을 직진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다만 태양의 중력에 의해 휘어진 공간을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직선 운동을 하더라도 태양 주위를 돌게 되는 것 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갑판위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선원들은  자신이 타고 있는 배가 지구 주위를 돌고 있다는 것을 오감을 통해  느낄 수 없고 지구 위에 살고 있는 인간 역시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고 있다는 것은 전혀 느낄 수 없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공간의 차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나의 오감에 의지 할게 아니라  인식의 차원을 높혀야  합니다.
지구 밖에서  지구를 볼 수 있는 통찰이 있을 때 지구 둘레를 돌고 있는 자신의 배가 보이고,   태양계 밖에서 지구를 바라 볼 수 있는 인식을 확보해야 비로소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시간에 대한 인식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내가 살고 있는  시간 영역이 어떤 때인지 정확히 아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기나긴 역사의 시간속에서 하나의 점에 해당하는 시대를 살아 가고 있습니다.
2012년 현재,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고 금융위기가 발생한지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에겐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고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역사라는 시간의 축 위에서 보면  금융위기 이후 일어난 모든 일은 여전히 하나의 점에 해당하는 시간에서 벌어진 하나의 사건에 불과합니다.
내가 이순간 점유하고 있는 공간과  경험하고 있는 시간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보다 정확히 인식하기 위해서는  한 단계 높은 차원에서 한 단계 낮은 차원에 존재하는 나를 바라 봐야 합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내가 점유하고 있는 시간과 공간을 객관화 시키는 것입니다.
그 방법은 역사 속에서 내가 어떤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가를 자각하는 것 입니다.
물론 내가 속해 있는 시간을 객관화 한다는 것은  태평양을 항해하는 선원이 지구를 돌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 만큼 어렵습니다.
하지만 1차원 점에 불과한 현재를 2차원 선에 해당하는 역사 위에 올려 두고 현재를 내려다 봐야 비로소 현재를 재대로 볼 수 있습니다.
"역사 속에서 현재를 인식한다"는 명제는 시간의 연속성인  시계열 속에서 현재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경제에서는 이를 경기 파동으로 이야기 합니다.
경기파동 중에 가장 긴 장기파동은 기술혁신, 신자원개발등의 요인에 의해  50~60년 주기로 나타나는 콘트라티예프 파동입니다.
일반적인 견해를 빌리자면  산업혁명이후 5개의 콘트라티예프 장기파동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를 칼로 무우를 자르듯 정확히 구분할 수 없지만 대략 다음과 같이 요약 할 수  있습니다.

1차 파동,  산업혁명에 의한 면직 (1771년)
2차 파동,  철도/증기기관에 의한 운송(1829년)
3차 파동,  철강/전기/ 중공업 (1875년)
4차 파동,  석유/자동차 (1908년)
5차 파동,  전자/정보통신 (1971년)

1990년 중반 이후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꿔 놨던 인터텟 혁명과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스마트혁명은  사실 콘트라티예프 제5파동의 끝 물에 해당 합니다.
휘어지는 휴대폰이 등장하고,  증강현실이 현실이 되고,  가전제품에 IP를 심어  원격으로 작동하는 세상이 온다 해도 이는 어디까지나 정보통신 제5파동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파괴력은 약합니다. 
차세대 기술로 거론되는 바이오 기술, 나노기술, 수소에너지 등이  제6파동의 후보군에 속하지만 아직  어느 것 하나 명확한 것은 없습니다.
만약 혁명적인 기술이나 신자원이 개발되어 수요를 폭발적으로 일으켜 준다면 지금의 금융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큰 모티브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너무도 명확하고  분명한  위기상황에 비해 신기술의 등장, 신에너지 혁명등은 아직 애매하고 걸음마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지금은 전자/정보통신에의한  장기파동의 끝물이자 또다른 혁명적인 기술혁신 내지 신자원개발 출현의 태동을 기다리는 과도적 위치에 걸쳐 있는 형국입니다.

한편, 월러스테인(Immanuel Wallerstein)은  콘드라티예프의 장기파동 2회를 주기로  패권이  순환 한다고  보았는데  이를 "헤게모니 파동" 이라고 합니다.
지금이 바로 120년 주기로 세계의 패권이 이동하는 헤게모니 파동의 전환기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패권을 지키려는 나라는 미국이고 패권에 도전하는 나라는 중국입니다.
패권의 전환은 400미터 계주 선수들이 바통을 주고 받듯 명확히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계절이 변하듯 알게 모르게 변하게 되고 지나고 보면  어느덧 계절이 바뀌어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패권의 이동은 계절의 순환처럼 운명적이기까지 합니다. 

20세기 초반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영국이 파운드화의 금태환을 포기하면서부터 사실상 미국 패권시대가 동트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차 세계대전이후  미국이 브레튼우즈에서 금/ 달러 체제를 선언할때부터 명실상부한 패권국가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통상 패권을 차지하게 된 나라는 힘이 왕성할 때는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세계 질서를  자의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힘이 있고 초기에는 매우 질서 정연하게 흘러갑니다.
한동안 소련이 미국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며 미국의 경쟁자인듯 했지만  세계경제는 엄연히 미국을 중심으로 질서정연하게 움직여 갔습니다.
그러나 자연 법칙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엔트로피가 증가하듯 국제 질서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무질서도가 증가하게 됩니다.
이 역시 자연의 순리와 같습니다. 자연은 무질서에서 질서로 가는 것이 아니라, 질서에서 무질서로 갑니다.
패권국이 처음 등장할 때는 막강한 힘을 바탕으로  질서가 잡아가지만  패권이 전환될 때는 정치.외교.경제 모든 분야에서 혼돈이 극에 달하게 됩니다.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 금융위기의 주 원인이 되었던  파생상품은 처음에는 최첨단 금융공학으로  정교하게 움직이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수학과 물리학의 옷을 그럴듯하게 입은  괴물이였고 무질서의 극치였습니다.
바로 그  카오스가  폭발한 것이 금융위기였습니다. 

지금은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외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의 강력한 힘과 리더십으로 단순하게 세계 질서를 유지하던 때와는 판이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중국의 급부상에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고  여러차례 전쟁의  늪에 빠지고 금융위기의 단초를 제공하면서 리더십에도 상당한 손상을 입었습니다.  
이렇게 손상된 리더쉽과 부족한 힘을 매꾸기 위해 우방국가인 한국,일본에게조차 자꾸 확인 도장 받으려 하고 세력을 규합하려 하고 무리수를 두면서  중국의 성장을 견제하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성숙단계를 지난 미국과  성장단계인 중국이  힘의 균형을 이뤄내면 좋겠지만  오르갠스키가 지적했듯이  성숙단계에 있는 지배국과 성장단계에 있는 불만족국가 간의 힘이 비슷해지면 무력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됩니다.
특히 도전자의 성장이 너무 신속하게 이루어지면 지배국과의 교섭과 양보로 인한 불만 해소의 시간이 부족할 뿐 아니라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인한 정치.사회.경제적 혼란을 무마하고 주의를 분산시키기 위한 전쟁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 집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이 모두 이러한 조발전쟁(早發戰爭, premature attack)의 전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양대 세계대전 모두 영국이 세계의 자원과 시장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지배국이었고, 독일은 이에 맞서 급속히 성장하는 도전국 이었는데, 영국의 무리한 억압과 독일의 내부적인 문제가 결국 끔찍한 전쟁으로 이어졌던 것입니다. 
오늘날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보는 각도에 따라 100년전 영국과 독일 , 영국과 미국의 관계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경쟁자 이면서 동시에 동반자의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세계가 표면적으로는 큰 전쟁이 없어  평온한듯 보이지만  미국의 힘에 누수 현상이 생기고 힘이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그 힘이  이동하는 과정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패권국이 패권을 잡은 초기에는 시간이 경과됨에 따라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전성기를 누리게 되지만  점점 질서 유지의 비용이 이익을 상회하게  됩니다.
미국이 세계 패권유지를 위해  지출하는 막대한 군사비가  자국의 이익을 상회함으로 생긴 현상이 바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난 국가부채 입니다.
미국이 패권 초기에는  확고한 기술우위를  차지 했지만 지금은 많이 약화 되었고  생산성이 하락하여  제조업은  이미 오래전에 쇠퇴했습니다.
이렇듯 내적으로  쇠퇴해 가는 가운데  외적으로는  국제질서를 유지하고 군사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과도한 비용이 증가하게 되고 자본과 기술도 해외로 유출되었습니다.
패권국이 질서유지에 많은 비용을 쏟아 부으며 힘을 소진할 때 그 질서속에 무임승차하여 발전하는 국가의 추격을 받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쇠퇴하는 패권국과 부상하는 강대국 간의 불균형 현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 모든 것이 패권 전환기에  새로운 헤게모니 파동이 태동 될 때 나오는 현상이고 , 지난 20여년 사이에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일어 나고 있는 일들입니다.
지금을 패권 전환기로 보는  시각에 대해 반론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명백한 사실은  영원한 패권국은 없고,  때가 되면 패권의 주인은  바뀌기 마련이고 우리는 바로 그 패권이 이동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콘트라티예프 파동, 헤게모니 파동이  동시에 겹치는 때 입니다.
공교롭게도  20세기 초반  대공황때도 이 두가지 장기파동이 동시에 겹쳤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탄 배는 역사의 큰 소용돌이 한 가운데를 지나가고 있는지 모릅니다.
정보통신 혁명의 뒤를 이를  새로운 "기술 대혁신",  수 십년에 걸쳐 이뤄지게 될 "패권의 이동"
앞으로 이 두 개의 거대한 파동이 동시에  맞물려  엄청난 변혁을 만들어 낼지도 모릅니다.
이 혼돈의 시기가 누군가에게는 큰 위기가 되겠지만 또다른 누군가에게는 큰 기회가 될 것입니다.
역사의 아이러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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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이사르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