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서민경제학2012. 3. 31. 23:11

 2차대전 후 미국과 소련의 우주경쟁이 절정에 다다를 즈음 영국과 프랑스가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를 공동 개발하겠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콩코드 프로젝트는 7시간 걸리던 뉴욕과 파리의 비행거리를 3시간 45분으로 단축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였습니다.
당시 우주기술을 주도하던 미국과 소련을 겨냥해 세상에서 가장 빠른 여객기를 만들어 유럽의 자존심을 세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습니다.
1962년 "에어 프랑스"와 "브리티시 에어웨이"가  공동프젝트에 참여하면서 개발이 시작 되었고 1969년  시험비행을 거친뒤 1년 뒤 속도를 마하2까지 끌어 올리는 데 성공하며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 되는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과도한 개발비와  20% 비싼 연료, 적은 좌석수와 그로인한 비싼 표 값은 큰 걸림돌이였습니다.
또한 때마침 찾아온 오일파동으로 인해 고객들은 속도를 포기하고 경제성을 선택했습니다. 
운행할수록 손해를 보는 콩코드 프로젝트는 명백한 실패였습니다. 
사실 개발 초기부터 많은 전문가들이 끊임없이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국가적 자존심이 걸려 있었고 무엇보다 그동안 쏟아부은 막대한 돈과 시간이 아까워 중도에 포기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만성적자에 시달리던 에어프랑스와 브리티시 에어웨이는  2003년 콩코드 상업노선 출항 27년만에 운항 중단을 결정했습니다.
유럽의 자존심을 세우려 추진했던 콩코드 프로젝트는 결국 "콩코드 오류 (Concorde fallacy)"라는 불명예스런 말을 남기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콩코드 오류"는  '잘못된 결정임을  알고 있지만 이를 고치지 않고 그대로  밀고 나가는 행동'을 의미하는 것으로 경제학에서 말하는 "매몰비용"과  비슷한 의미입니다.
"매몰비용"은 이미 지불한 후  회수가 불가능한 비용을 뜻합니다.  
또한 현재 의사결정을 할 때는 장래의 비용과 편익만을 고려대상에 넣어야 하고  다시 되돌릴 수 없는 매몰비용은 계산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그러나 콩코드의 사례처럼 이미 쏟아부은 비용에 미련이 남아 결론적으로 비합리적인 결정을 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명한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가 지적했듯이 포기에 대한 결정은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은 이를 소홀히 여겨는 경향이 있습니다. 
돌이킬 수 없고 회수 할 수도 없는 매몰비용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미련한 행동을 하게 됩니다.
이를 두고 "매몰비용의 함정에 빠진다"고 표현하는데 이런 경우는 일상생활 속에서도 쉽게 경험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어느  젊은 부부가 오랜만에 기분전환을 위해 영화를 보러 나왔는데 극장 가는 도중에 그만 영화표를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영화 상영 시간은 다가오는데 어디에서 표를 잃어버렸는지 알 수 없다면 영화표 두 장 값은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인 매몰비용이 됩니다.
이럴 때는 이미 매몰비용이 되어 버린 영화표 두 장은 머리속에서 지워 버리고 재빨리 영화표를 다시 구매하거나 깨끗하게 영화보는 것을 포기하고 다른 스캐줄을 잡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그러나 영화표 잃어버린 것을 두고 서로의 잘 잘못을 따지며 다투거나 , 잃어버린 영화표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하루종일 속상해 하면 오랜만에 마련한 즐거워야 할 데이트 시간을 망쳐 버리게 됩니다.
예정대로 영화를 보는 상황에서도 매몰비용의 문제는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영화표를 내고 극장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영화표는 더이상 회수가 불가능한  매몰비용이 됩니다.
그런데 영화를 고르다 보면 재미 없는 영화가 있기 마련입니다.  재미 없는 정도가 아니라  도무지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겠고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지루한 영화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아무리 재미 없는 영화라도 2시간 남짓한 영화를  끝까지 보고 극장을 나오게 됩니다.
이미 지불한 영화값이 아깝기 때문에  재미없고 지루함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보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경제적 관점으로 보면  이미 지불한 영화값은  매몰비용이기 때문에 현재 의사결정을 할 때 고려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지루한 영화라면 미련을 버리고 중간에 나오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됩니다.
물론  영화를 보면서까지 매몰비용을 생각하며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는 드물 것 입니다.
그러나 영화를 보는 것과 같은 사소한 일이  아닌 중요한 의사 결정을 내릴 때는 반드시  매몰비용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합니다.
인생을 살다보면 크고 작은 경제적 판단을 수 없이 하게 됩니다.
몇 년을 모아둔 돈으로 주식투자를 하기도 하고, 큰 부채를  떠 앉고 부동산에 투자 하기도 합니다
이렇듯 중요한 경제적 결정을 할 때 합리적이고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스스로 매몰비용의 함정에 빠지는 것을 철저히 경계해야 합니다. 
 자꾸 뒤를 돌아보며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자신 잘못된 선택을 만회하려 하다보면  매몰비용의 마수에 말려 들어 깊은 수렁에 빠져 버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주식투자에 실패하여 큰 손실을 보는 사람들도 대부분 매몰비용의 함정에 빠진 경우입니다.
주식투자를 하다보면  종목을 잘못 선택할 수도 있고 타이밍을 잘못 잡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자신의 실수를 알고 나면 그 실수를 인정하고 훌훌 털고 나오면 되는데  본전 생각이 나서 어떻게든 자신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끝까지 잘못된  판단을  고수하다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주식투자에서 말하는 "손절매"가 바로 매몰비용을 철저히 따지는 행위이고, 고수들이 손절매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도 손절매를 하지 못해 매몰비용의 함정에 빠지면  회복 불가능한 최악의 상황에 빠져들게 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 내가 이 종목을 얼마나 오랫동안 들고 있었는데 , 이 종목 때문에 얼마나  손해보고 그동안 마음고생을  얼마나 많이 했는데" 이와같은  감정적인  넋두리는 현재를 판단할 때 전혀 고려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현재를 기준으로 매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판단되면 자기손을 자르는 것과 같은 고통이 있더라도  손절매를 해야 하고, 현재를 기준으로 매수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판단되면 바닥에서 매수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더라도  시장에 순응하며 기계적으로 움직여야  합리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2006년~ 2007년 부동산 경기가 절정에 다다를 때 수 많은 서민들이 무리하게 빚을 내어 아파트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파트 값의 반 이상을 은행 빚으로 충당하고  월급의 반 이상을 이자로 내는 사람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경제적 선택은 너무도 비이성적인 행위였지만 이자를 내는 것 보다 아파트 값이 더 많이 오를 때는 이렇듯 비정상적인 경제 행위를 하는 사람도  재태크 실력이 좋은 사람으로 평가 받았습니다.
그러나 2007년을 깃점으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기 시작했고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는 대세 하락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향후 아파트 가격이  과거 2000년대 중반처럼 큰 폭으로  오를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아파트 가격이 현 수준에서 안정화 되거나 점진적으로 내릴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 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을 잘 알고 있지만 지금보다 비싼 가격에 아파트를 구매하고 매월 적지 않은 이자를 내온 사람들은  비싼 가격에 구매해서 생긴 손실과 은행에 갖다 바친 이자가 아까워서라도 아파트를 선듯 팔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매몰비용의 함정에 빠진 전형적인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뒤늦게 부동산 투기에 뛰어든 우리나라 중산층중  상당수가 이와 비슷한 매몰비용의 함정에 빠져 있습니다. 
자신의 판단이 잘못된 것인 줄  뒤늦게 깨달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쏟아부은 돈과 마음 고생한 것이 아까워 미련을 버리지 못하면 버틸때까지 버티는 미련한 행동을 하게 됩니다.
부동산 침체기에 경매가 많아 지는 현상은 이자를 내며 버틸때까지 버티다 버틸 힘마져 완전히 소진해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된 경우입니다.
요컨데 의사결정을 할 때는 현재와 미래가 중요한 것이지 이미 과거에 쏟아부은 매몰비용에 마음을 빼앗기면 더 불행해 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경제적 선택을 할 때 매몰비용을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어느순간 나도 모르게  매몰비용의 함정에 깊이 빠져들게 됩니다.
따라서 경제적 판단을 내릴 때는 최우선적으로 매몰비용을  따져보고 칼로 도려내듯 과거를 깨끗이 청산하는 작업을 거쳐야 합니다.
과거에 행했던 나의  판단과 행위가 현재 자신의 판단에 심리적으로 영향을 준다면 이를 철저히  단절시키야 합니다.
매몰비용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면 매몰비용의 함정에 빠지지 않게 되고 나아가 자신도 모르게 불행의 늪에 빠지는 것을 막아주는 방파제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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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이사르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