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서민경제학2012. 7. 19. 18:15

 자본주의 역사 최초이자 가장 어처구니 없는 버블을 꼽으라면 17세기 네덜란드에 있었던  "튜립버블"을 꼽을 수 있습니다.
튤립하면 네덜란드가 연상 되지만 사실 튤립의 나라는 터키 입니다. 
튤립은 오늘날 터키의 국화(國花)이고  예로부터 터키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꽃이였습니다.
튤립은 원래 중앙아시아 천산산맥에 서식하던 식물이였는데 유목민족인  터키인에 의해 유럽으로 전파 되었습니다.
튤립이 유럽으로 본격적으로 전파된 시기는 터키인이 동로마 제국을  정복하고 오스만투르크 제국을 건설한 뒤부터입니다.
오스만투르크 제국은 동서양이 만나는 교통의 요충지에 위치하고 있어 많은 동방의 물자들이  터키를 통해 유럽으로 흘러들어 갔습니다.
그 중에  커피와 튤립은 유럽 귀족사회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당시 네덜란드는 전세계 해상무역권을 장악한 경제대국이였고 1인당 국민소득이  유럽에서  가장 높았습니다.
튤립 꽃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양파같이 다년생 식물이기 때문에 장미처럼 쉽게 시들지 않아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졌습니다.
특히 동방무역으로 큰 돈을 번 귀족들이 자신의 부를  과시하기 위해 튤립을 구매해 아름다운 정원을 꾸몄습니다.
이렇게  갑자기 늘어난 수요로 인해 튤립 가격이 급격히 오르기 시작했고 점차 과열 양상을 보이다  버블이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17세기 당시 네덜란드 노동자의 평균 연봉은 200~ 400길더 수준이였습니다.
그런데 튤립 버블 절정기때 튤립 한뿌리당  3000~4000 길더까지 값이 치솟았습니다.
튤립은 무늬와 색깔에따라 가치가 달라지는데  튤립 뿌리가 바이러스에 감염 되면 화려하고 아름다운 무늬의 꽃을 피우는 특징이 있습니다.
어떤 바이러스에 감염되느냐에 따라  황실의 문양을 닮은 화려한 튤립이 되기도 하고 평범한 튤립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꽃을 피우기전에는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이런 우연성이 투기를 더욱 부채질하게 됩니다.  
만약 운이 좋아  무작위로 고른 튤립뿌리가  "황제튤립"이 되면 오늘날 로또에 당첨되는 것처럼 큰 돈을 벌  수 있었습니다.
당시 "황제튤립"이라 불리던 최상품의 튤립뿌리는  6000길더에 거래 됐는데 이는 암스테르담에서 제법 괜찮은 집 한 채 가격과 맞먹었습니다
1636년 당시 한 팜플렛를 참고하면 튤립뿌리가 어느 정도의 가치였는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살찐 돼지 8마리 : 140길더
살찐 황소 4마리 : 480길더
살찐 양 12마리: 120길더
24톤의 밀  : 448길더
48톤의 호밀 : 558길더
와인 2통 (240~ 630 리터) : 70 길더
맥주 600리터 : 32길더
버터 2톤 : 192길더
치즈 450 킬로 : 120길더
은 술잔 : 60길더
옷감 1팩(108킬로그램) :  80길더
매트리스와 침구가 깔린 침대 : 100길더
배 1척 : 500길더
총 3000 길더

앞서 나열한 모든 것과 양파를 닮은 튤립 한뿌리와 교환 되었습니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가  볼 때는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지만 17세기 네덜란드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이 가격에 튤립뿌리를 사고 팔았습니다.
물론 매매하는 사람중에  "튤립 한 뿌리에 이렇게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나?" 하며 의문을 품는 사람도 있었겠지만 주변에  튤립뿌리를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  돈을 벌었다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토록 터무니 없는 가격에 튤립뿌리를 샀던 것입니다.
그러다 튤립 버블은 우연한 사건으로 꺼지게 됩니다. 
어느 날 한 귀족집에 소포가 배달 되었습니다.
요리사가 소포를 뜯어 보니  양파가 들어 있었습니다.
요리사는  아무 생각없이 그 양파로 맛있게  요리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양파가 아니라 자신의 10년치 연봉보다 비싼 튤립 뿌리였습니다.
귀족은 그 요리사를 즉각 고소 했습니다.
법원에서는 튤립의 재산적 가치를 인정할 수 없다며 요리사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식물에 불과한 튤립 한뿌리의 가치가  노동자가 10년 동안 일하는  가치와 같을 수 없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판결을 내린 것입니다.
너무도 상식적인 이 판결로 인해  집단최면에 걸려 있던 사람들이 최면에서 깨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아! 튤립은 튤립일 뿐이구나!"
 너무도 당연한 이 사실을 자각한 사람들은 더 이상  튤립뿌리를 사기위해 터무니 없이 높은 돈을 지불하지 않았습니다.
그 후로 튤립 거래가 완전히 실종됐습니다.
아무도 튤립을 사려하지 않자  얼마가지 않아 거품이 꺼져 버렸고 수 많은 사람들이 파산했습니다.
 그렇게 튤립거품이 터지고 중산층이 붕괴된 네덜란드는 그후 쇄락의 길을 걷게 됩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400년 전에 일어났던 튤립버블을  두고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낸  광기였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러나 과거에 일어났던 광기를 보면서도  지금 일어나고 있는 광기를 두 눈뜨고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금융위기의 원인이자  전세계적으로 일어났던  "부동산 버블"은 명백한  21세기형 "튤립버블"입니다.
부동산 거품이 많이 빠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대한민국 중산층이 서울에 30평대 집을 사려면 최소 5억 정도의 돈이 필요합니다.
서울 중심으로 오면  지은지 30년이 넘어  비가 줄줄 세고 수도꼭지를 틀면 녹물이 나오는대도  그 아파트를 사려면 7억은 족히 필요 합니다.
400년 후의 사람들은  이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어쩌면 이런 계산을 할지도 모릅니다. 
21세기 대한민국 서울에서는  마당도 없고 공중에 붕 떠 있는  "아파트"라 불리는 닭장 같은 콘크리트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4인 가족이 400년 동안 먹을 수 있는 쌀 값을 지불해야 했다.
한 달 일해서 받은 봉급의 3분의 1을 저축해도  40년이 지나야 아파트를 살 수 있었다. 
저녁에 잠깐와서 잠만 자고 나가는 주거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평생을 아침일찍 일어나 밤 늦도록 일해야 하는 이 상황을 후대 사람들이 납득 할까요?
아마도 후대 사람들은 17세기 네덜란드 "튤립버블"이나 21세기 대한민국 "아파트 버블"이나  모두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 낸 해프닝으로 생각 할 것입니다.
10억 하던 아파트가  8억이 되고  5억하던 아파트가 4억이 되면  누구는 가격이 많이 내렸다고 생각하고 누구는 언제 바닥일까를 고민합니다.
그러나 이는 큰 착각입니다.  지금 상황은 아파트  가격을 논할 시기가 아닙니다.
가격을 볼 게 아니라 임계점을 봐야 합니다.
버블은  빠지는 것이 아니라 터지는 것입니다.
냄비에 물을 넣고 열을 가하면  99도까지  잠잠하게 있다가 100도를 넘어서면부터 냄비 속 물 전체가 끓습니다.
50도일때 반이 끓고 70도 일때 3분의2가 끓는 것이 아니라  100도가 되어  끓는점에 도달하면 한꺼번에 끓습니다.
모래를 쌓을 때  마지막 임계점이 넘어서면 모래 알 하나의 충격으로 와르르 무너지게 됩니다.
요리사가 튤립을 양파로 착각하는  아무것도 아닌 사건으로 튤립버블이 터진 것은 그 사건이 임계점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 특히 아파트 시장을 바라 볼 때  가격의 변화를 살피는 것이 맥이 아닙니다.
 너무도 명백한  버블인  아파트 시장이 무너지는 임계점은 무엇이며  언제 그 임계점에 도달할 것이냐를  찾아 내야 합니다.
아파트 버블이 무너지는  임계점은  "재건축의 환상"이 깨어지는 순간입니다.
헌집 주면  공짜로 새집 받는다는  말도 안되는  최면에서 깨어나는 순간 아파트 시장은 순식간에 무너지게 됩니다.
자동차는 10년 타면 자기 돈주고 새차로 바꿔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 , 아파트는 30년 쓰다 자기 돈 주고 새 아파트 사야 한다는 것을 모르고 있습니다.
부동산 버블기 때  헌집 주고 새집 받은 사람들을 보고  재건축이 시행되면  헌집이 새집으로 둔갑한다는 미신이 생겨났습니다.
그러나 이제 서서히 눈치를 채고 있습니다.
노후화된 아파트를 허물고 재건축 할 때  자기 돈 주고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 가고 있습니다.
재건축시장부터 무너지고 있는 것이 그 증거 입니다. 
아파트는 자동차처럼 감가상각 되어 결국 30년 쓰면 자기 돈 주고  허물고 새로 지어야 한다는 것을  머지않아 대중들이 모두 알게 될 것입니다.
너무도 당연한 이치인데  수 십년동안 집단최면에 걸려 있어 아직도 착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진실이 드러 날 날이 머지 않았습니다. 
미분양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상황에서 아파트 지어봤자 팔리지도 않기 때문에  건설사들은 더 이상 자신들이 미분양 위험을 안아가며  재건축을 진행하지 않으려 할 것입니다.
앞으로는 재건축을 하더라도  건설사는 조합원들에게 공사비를 받고 건물만 지어주지 분양에 대한 책임은 조합원들이 져야 합니다.
조합원이  분양에 대한 책임을 지는 "도급제방식"의  재건축은  조합원들이 한 채씩 받아 가고 남은 일반분양이 미분양 되면   집주인이 미분양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합니다.
분담금은 분담금 대로 내고 미분양에 대한 책임도 떠 앉게 되면  순식간에  빚더미에 앉게 됩니다.
머지않아 노후된 자동차를 폐차시키듯  평생동안 일해서 구매한 아파트라도 낡고 오래 되면 버리는 일이 발생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으로서는 상상이 안 되는 일이지만 상식적으로 당연한 이치 입니다.
헌 아파트는 결국 자기돈 들이고  새로 지어야 한다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  아파트는 본격적으로 감가상각이 적용 될 것이고  21세기형 튤립버블인  부동산 버블은  순식간에 꺼지게 될 것입니다.
이제 그 임계점이 얼마 남지 않은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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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이사르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