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세계2011. 2. 12. 02:05


선비 "사"자 입니다.
한국 사람들은 선비라 하면  공자왈 맹자왈 하며  책을 읽는 양반을  떠올리지만  일본 사람들은  칼을 찬 사무라이를 떠올립니다.
조선은 문(文)을 숭상 했고  양반들이  지배한 사회 였다면, 일본은  무(武)를 숭상하며 사무라이들이 지배한 사회라 할 수 있습니다..  
일본은  15~16세기에 걸쳐  치열하게 싸우는  "전국시대" 를 거치게 되는데 이때 사무라이들은 일본을 지배하는  세력으로  최전성기를 보냅니다.
그러다 도쿠가와이에야스가 일본을 통일 하면서 100년간의 전쟁을 끝내고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열게 됩니다..
그런데 전쟁이 끝나고 나자 할 일이 없어진 세력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사무라이 들입니다...
당시  에도막부가  자신의 정권에 대한 도전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해 여러 조치들을 취하면서 사무라이들은 점점더 위축 되어 갔습니다..
그렇게 사무라이들이 위축되어 가던 17세기초 어느날 입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장식품이  되어 버린 칼을  옆에 차고 있던 어떤 사무라이가  부하와 가족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그리고는 폭탄 선언을 합니다..
이제부터 사무라이 신분을  포기하고 장사를 하겠다는 겁니다.

명예와 자존심을 목숨보다 더 귀하게 여겼던  폼생폼사 사무라이가 칼을 던지고 장사를 하겠다니 부하들과 온 가족들은 펄쩍 뛰면서 뜯어 말렸습니다.

그러나  시대를 간파하고 있던 이 똑똑한 사무라이는 결국  "에치고야"라는 포목점을 개업하면서 본격적으로 장사를 하기 시작합니다.
이 당시 일본은 서서히 상공업이 발달한 상업사회로 변모해 가고 있었습니다..
상공업이 발달하면서  농.상공인들이 부를 축적하게 되고 세력을 키우게 되었고 전통적인 지배계급인  사무라이 세력들은 힘을 읽게 됩니다..
시대를 간파했던 그 사무라이의 이름은  미쓰이 타카토시(三井高俊)로  바로 일본 최대의 재벌중 하나인  미쓰이(三井) 그룹의 창시자 입니다.
미츠이 그룹이 나중에 얼마나 커지냐면 2차 대전이 끝난후  맥아더의  미군정이  전쟁자금을 대던 일본 재벌그룹을 해체하는 작업을 하는데   미츠이 그룹을  쪼겠더니  굴지의 기업이  200개나 나왔다고 합니다...
미츠이 그룹 계열자 중 몇개만 적어 보겠습니다.
미쓰이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미쓰이물산, 미쓰코시백화점, 도요타자동차, 토시바 전기,미쓰이신탁은행, 미쓰이생명, 미쓰이조선, 미쓰이해상화재, 일본제지,  스미토모미쓰이건설 ,  스미토모미쓰이은행....
위에 언급한 회사는 그룹내에서도 덩치가 큰 편에 속하는 기업입니다. 이들 회사의  자회사들까지 합치면  1000개가 넘습니다.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단어인 재벌들의 문어발식  사업확장은 일본에 비하면  우리나라 재벌들은 새발의 피 입니다.

이제  미쓰이(三井) 대신 삼성(三星) 이라는  말을 넣어 보겠습니다...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중공업, 삼성전자 .....
왠지 비슷하지 않습니까?.
삼성그룹의 창업자 이병철 회장이  가장 동경하던 가문이  에도시대의 재벌 미쯔이 가문이였습니다..
얼마나 동경했던지 기업 이름을  미쯔이(三井)의 석삼자를 넣어서 삼성(三星)상회로 했습니다. 
 이후 미쯔이 재벌과 같은 대그룹을 이룬다는 포부를 담아 미쯔이 그룹의 모체인 미쯔이물산에서 물산이란 명칭을 따와 삼성상회를 삼성물산으로 사명을 변경하기까지 합니다..
태평로에 있는 (구)삼성본관 건물도 미츠이물산 본사 건물을 그대로 본떠서 설계하도록 지시할 정도 였습니다.
까탈스럽기로 유명했던 이병철 회장은 창문의 센치까지도 정해 줬다고 하더군요...
언제나 일본을 따라 잡으려  안간힘을 썼던 이병철 회장이 오늘의 삼성을 봤다면 어느정도 꿈을 이뤘다고  생각 하겠군요~ 
우리나라에서 재벌그룹이라고 하면   삼성, LG , 현대  정도를 꼽을 수 있을까요~
아무튼 이들  재벌그룹들이 어떤 사업을 하는가를 살펴보는 것보다 어떤 사업을 안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더 빠를 것입니다.

일본도  사정이 비슷합니다.  
 일본의  3대재벌은   앞서 살펴본 미쯔이(Mitsui)와  미쓰비시( Mitsubishi), 스미모토(Sumitomo) 입니다.
미쓰이는 살펴봤고  미쓰비시와  스미모토를 좀 보겠습니다..
미쓰비시그룹 같은 경우는
도쿄미쓰비시은행(세계1위 은행), 미쓰비시자동차, 미쓰비시엘리베이터, 미쓰비시중공업, 미쓰비시펜슬, 미쓰비시건설, 도쿄해상화재, 메이지생명, 미쓰비시신탁은행, 킨키코카콜라보틀링, 기린, 아사히글라스, 미쓰비시화학, 미쓰비시상사, 미쓰비시전기공업, 니폰미쓰비시화학, 니폰미쓰비시석유화학, 미쓰비시가스화학, 미쓰비시제지, 미쓰비시제지판매등
미쓰비시그룹도  역시 산하에 계열사만 해도 1000개이상은 가볍게 넘을 것입니다....

이번에는 스미토모그룹입니다..
스미토모상사, 스미토모미쓰이은행, 스미토모미쓰이건설, 스미토모중공업, 스미토모화학,스미토모전자, 다이와증권, 스미토모금속, 스미토모화학, 스미토모하우스, 스미토모고무,스미토모경금속, 스미토모부동산, 스미토모와이링시스템, 스미토모오사카시멘트, 스미토모덴세쯔, 스미토모3M, 등 스미토모그룹과 산하의 계열사만 해도  역시 1000개이상 입니다.
참고로 미쓰비시상사의 매출액과 삼성그룹 전체의 매출액이 비슷하다고 합니다.
일본재벌에 비해 우리나라 재벌은 비교조차 되지 않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우리나라 GDP는 대략 1조 달러지만 일본은 5조달러입니다.  
수치상으로 일본경제가 우리나라보다 5배나 큽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본이라고 하면 쪽발이라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세계 사람들이 보는 시각은 정반대 입니다.
세계가 보는 한국은 일본에 비해  땅은 반도 안 되고, 인구도 3분의 1밖에 안되고  경제규모는 5분의 1밖에 안되고   일본에게 식민지배를 40년 동안 받았고  근대화는 일본에서 배워서 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거의 다 팩트이기도 하고요...

한편,  우리나라 재벌들이야 거의 일제시대 때  구멍가게로 시작 했지만 일본의 재벌들은  왠만하면 200년이 넘습니다.
2차 대전 이전의 일본 3대 재벌은 미쓰비시 재벌, 미쓰이 재벌, 스미토모 재벌이고, 지금도 이들이 3대 재벌입니다...
세계 기업중 200년이 넘는 기업이 전 세계 41개국에 5000여개  정도 존재 합니다.
그런데 그중에 전체의 50%가 넘는 3000 여개가 일본에 있습니다.
일본 다음으로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 순서 입니다..
그 이유는 서양이 본격적으로 자본주의를 시작하기 전부터  일본은 상업시대를 맞이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물론 본격적인 자본주의는 서양에서 시작했고 일본도 서양을 통해 배웠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17세기부터 이미 토양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재벌문화가 발달했을까요....
세계가 급격하게  제국주의 시대로 접어들 무렵  일본의 선각자들은 서양으로부터 배우지 않고서는 먹힐 것이라는 걸 절감하게 됩니다..
특히나  영국이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아서  아편전쟁을 일으켜  중국이  박살나는 것을 보고는  더욱더 절박하게 서양을 따라 잡아야 겠다고 결심하게 됩니다.
재밌게도 일본 재벌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보면 하나같이 절박한 상황이였다는 것입니다...
메이지 유신이후  무조건 서양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정치인, 관료, 경제인이 서로 강력한 커넥션을 이루며 강력한  성장 드라이브를 걸며  강하게 밀고 나갑니다.. 
그 가운데 전략적으로 기업을 키우기도 하고 보호하기도 하고  봐주기도 하고 도와주기도 하면서  빠르게 키우며 성장시키는 전략을 구사하게 됩니다... 그 과정가운데 거대 기업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2차대전이 끝난 이후 일본경제가 제건 되는 상황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맥아더가 일본을 점령한후  맨 처음 한 일은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미쓰이 그룹같은 재벌들을 해체하고  일본을 스위스와 같은 농업국가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였습니다.
그러나  운좋게도 6.25가 터집니다.. 전쟁은 촉각을 다투는 싸움 입니다.

전쟁에 이길려면 전쟁 물자를 대야 하는데 태평양을 건너서 날라 올수 없는 노릇 입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일본에 달러를 퍼부어  생산기지를 만들게 했습니다.
그런데  그 일을 한 사람들이 누구냐면 일본제국주의 시절의  황금콤비들 입니다.

도둑질도 해본 놈이 한다고  쫓겨났던  전범들과 협력했던 정치인,  재계인사들이 속속 복귀해서  또다시 거대 기업집단으로 키우고  전쟁전과 같은 독점 거대기업으로 화려하게 복귀 합니다.. 
그들은 한 번 해보던 가닥이 있던 콤비들이라  10년도 되지 않아  전쟁전의 상태로  일본을 원상복구하게 됩니다..
농업국으로 만들려 했던 맥아더의 꿈은 깨지고  또다시 세계 굴지의 공업국이 된것이죠..
그러고 보면 역사는 참 불공평합니다.  식민지배로  신물 단물 다 빨아먹고, 핵무기 두방으로 다 죽어가다가 우리민족이 흘린 피를 마시고 또다시 기사회생을 하다니요....

우리나라 재벌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보면  일본의 경우와 매우 흡사합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재벌인 삼성의 창업주가  일본 최대 재벌을  동경했고 철저히 밴치마킹 했습니다..
패망한 조선의 청년이 일본 육사에 들어가서 일본이 어떻게  일어섰는지를 봤고,  대통령이 된 후에는 전쟁으로 패망한 후에도  또다시  일어서는 일본을 보며 그들을 따라하게 됩니다.
강력한 정부주도하에  정치인과 관료들은 나라를 살리기 위해 특정 기업들을 도와주기에  골몰 합니다.
때론 채칙을 들고 때리기도 하고 말을 안들으면 박살을 내기도 했지만  기업이 필요한 돈을 나라가 발벚고 나서서 구해오기도 하고, 특정기업에 온갓 해택을 주고, 때에 따라서는 나라가 보증도 서주고, 철저한 보호무역을 해서 자국 기업을  성장 시킵니다.
만약 보호무역을 하지 않았다면  오늘날 현대차나 삼성전자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일단은 무조건 따라잡아야 하기에 우선은  몇놈이라도 크게 성장을 해야 나라가 산다고 판단 했을 것입니다..
물론  많은 희생이 있어야 했지만요..

일본과 우리나라는 가까이 있지만 성향은 매우 다른 나라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역사적인 배경으로 인해 근대화를 거치고 공업화 되는 과정이 매우 비슷하기 때문에  비슷한 점이 너무도 많은 것 또한 사실입니다..
특히 재벌문화는 명백하게 일본 데자뷰입니다.
물론  일본재벌과 우리나라 재벌이 근본적으로 다른점이 있긴 합니다.
일본은 그나마 소유와 경영이 분리 되어 있습니다.  일본재벌은 소유주가 뚜렷하지 않아서 거의 전문경영인이 경영합니다.
또한 대표이사를 선출 할때에는 그룹내 사장단회의나 이사회에서선출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다들 아시다시피 소유와 경영이 분리 되지 않아  절차를 밟는 흉내만 내고 사실상 오너가 자기 입맛에 맞는데로 대표이사등 임원을 선출 합니다.

구멍가게도 아닌 대기업이 아들, 손자에게 경영권을 물려 주고 있습니다.
이런 심각한 현상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언론에서 심각하게 다루지 않으니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삼성 창업주의 손자가 거대기업을 접수 하는 과정을  우리는  똑똑히 목격 했습니다..
아버지는 휠쳐어 타는 쇼 한번 해주고, 다시는  경영 안 할 것처럼 난리를 치더니 몇년 쉬었다가 슬그머니 복귀하고  몇푼 안드리고 아들에게 사실상 경영권을 물려 주는 것에 성공하면서 3대세습을 완성 했습니다..
눈가리고 아옹 아옹...  
얼마나 원시적이며 비합리적이며 어의  없습니까...   솔직히 낯뜨거운 기업문화이지 않습니까?

글이 길어졌는데  오늘 글의 요지는  우리나라의 재벌문화는 사실 일본의 재벌문화의 데자뷰다.. 이것입니다.  
일본하고 비슷한 길을 걷고 있으니 일본을 잘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글을 마무리를 하기까지 몇편을 더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 글의 흐름은 대충 이렇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정경유착문화 데자뷰
한국과 일본의 뻘짓, 삽질 데자뷰
일본의 잃어버린 20년보다 더 위기에 봉착한 한국

 계속 한번 달려 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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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이사르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