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서민투자학2011. 4. 24. 15:53

 임진왜란 이후 일본에서 정권을 잡은 에도막부는 경제를 발전시키면서 동시에 지방 영주까지 견제할 수 있는 기발한 묘책을 쓰게 됩니다.
그 방법은 각 지방 영주들의 가족들을 오늘날 도쿄인 에도에 거주하게 하여 실질적인 인질로 잡아 두고 영주들은  1년마다 수도와 영지를 번갈아 가며 거주하게 하는 것이였습니다. 
영주들은 한번 움직일때 마다 수 많은 측근, 무사, 병사, 상인들이 함께 움직였기 때문에 영주들은 매년 막대한 돈을 지출해야 했습니다. 영주들이 어쩔 수 없이  돈을 쓰게 만들어  경제는 활성화시키는 한편 합법적으로 영주들의 경제력을 약화시켜 그들을  견제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것이였습니다.
당시 일본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쌀은 백성들의 주식(主食)이었고 현금처럼 통용되던 곡물이었습니다.
지방 영주들은 매년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는데 세금으로 거둬들인 쌀을 매매해서 재정을 마련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쌀거래 시장이 발달하게 되는데 1580년에 이미 쌀을 증서화하여 거래하는 미곡증권이 거래 되기도 했습니다.
 에도시대 당시  최대의  곡물거래소는  오사카의  "도오지마 곡물거래소" 였습니다. 
오사카는 주변에 곡창지대가 있고  수 많은 하천과 운하가 밀집 되어 있어  쌀을 비롯한 각종 상품의 집결지였고,  도오지마 곡물거래소의 거래량은 일본의 쌀 수급을 좌우하여 전국 쌀가격을 결정지을 정도였습니다. 
한마디로  "도오지마 곡물거래소"는  오늘날 주식시장과 비슷한 곳이였습니다. 
이런  "도오지마 곡물거래소"에 전설과도 같은 상인이 출연하는데 당시 사람들은 그를  "귀신같은 존재"란 의미로  "텐구"라고 불렀습니다.
그가 바로 일본 에도시대 제일의 상인으로서  신출귀몰한 상술로  "거래의 신"으로  추앙받던 "혼마  무네히사" 입니다.  
오늘날  투자자들이 주식 매매 할 때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도구중 하나인  일본식 차트 즉 캔들차트의 고안자이기도 합니다.  
당시 쌀 거래시장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매우 많았습니다.
중앙정부에서 쌀과  관련된 정책이 쏟아질 때마다 쌀 가격이 출렁 거렸고, 주요 쌀 생산지에 병충해가 퍼졌다는 소식이 나돌면 쌀값이 급등하다가도 조선에서 대규모로 쌀이 들어 온다는 소문이 떠돌면 급락하기도 했습니다.
오늘날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당시 쌀 가격을 결정 짓는 요소는  쌀의 수요와 공급이라는 정량화된 변수만이 아니라, 쌀을 사고 파는 사람들의 공포와 탐욕이라는 측량할 수 없는 변수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거래에 참여한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경험이나 감각에 의존 했고 , 쌀 가격에 영향을 줄 만한 여러 소식이나 소문이 나돌때 마다 이리 저리 몰려 다니며 가격이 오르는 것을 보고 따라 사거나, 가격이 내리는 것을 보고  따라 팔곤 했습니다.
한마디로 당시 "도오지마 곡물거래소"는  카오스의 바다였습니다. 
혼마 역시 처음에는 탐욕과 공포라는 밀물과 썰물이 끊임 없이 교차하는 그곳에서  이리 저리 휘둘리며 허우적대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남들과 똑같이  카오스의 세계에서 해매던 그가 그 혼돈으로부터  빠져 나올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는 자신이 고안한 캔들챠트로  천하의 흐름 뿐만 아니라 천하 사람들의 탐욕과 공포까지 차트에 담아 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시장의 모습을 보게된 혼마는 자신이 만든  차트를 보면서 거래의 패턴과 추세를 파악 하였고 카오스 속에서도 코스모스가 존재함을 발견하여 거래에 임할 때 언제나 자신을 객관화 시킬 수 있었습니다. 
혼마가 "거래의 신"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합니다.
그가  시도한 것은  일종의 "기술적분석"이였습니다. 
그가 고안한 캔들차트와  "사케다 전법"으로 불려지는 그의 시장 분석 기법이  25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그대로 적용 된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흔히 시장을 분석하는 방법은 가치투자로 대변되는 기본적 분석 (fundamental analysis) 과 차트로 대변 되는 기술적 분석(technical analysis) 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기본적 분석은 주식의 내재적 가치를 분석하여 미래의 주가를 예측하는 방법으로 주로 재무제표와 같은 펀더맨탈을 살피며 분석 합니다. 
반면 기술적 분석은 주식거래의  모습을 담아 내어 주가 변화 추세나 패턴을 찾아내고 이를 활용하여 분석 합니다.
시장 참여자 중에는  기본적 분석을 중요시 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기술적 분석을 중요시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기본적 분석을 하는 사람들은 차트로 시장을 분석하는 것을 보고  "차트 맹신"이라고 비난하며 황당해 하기도 합니다.
반면, 기술적 분석을 하는 사람들은 기본적 분석만 고집하는 사람들을 보며  답답해 하기도 합니다.

"기본적 분석"과 "기술적 분석" 가운데 어디에 초점을 둬야 할지는  투자자라면 한번쯤 해본 고민일 것입니다.
과연 두 분석방법중에 어디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합리적일까요
똑같은 칼이라도 요리를 할 때 쓰는 칼과 싸움할 때 쓰는 칼은 다릅니다.
야구를 해설 하는  해설자의 입장과  야구 경기에  직접 참여하는 선수의 입장은 다릅니다.
주식투자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시장에 참여하지 않고 시장을 관찰하는 "해설자 입장"과  시장에 직접 참여하는 "참여자의 입장"은 확연히 다릅니다.
결론부터 말씀 드리지면 주식시장에 직접참여하는 투자자의 입장이라면 "기본적 분석"은 말그대로 기본적으로 하되 실전에서는  "기술적 분석"에 좀더 비중을 두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18세기 일본의 쌀시장이나 21세기 대한민국 주식시장이나 거래가 이뤄지는 곳에는  물건 뿐만이 아니라  인간의 탐욕과 공포까지 같이 거래가 됩니다.
가장 이성적인 피조물인 인간이 만들어가는 "시장"의 모습은 아이러니 하게도 이성적인 잣대만으로는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탐욕이라는 양념이 섞이면  말도 안되는 곳까지  날아가기도 하지만 , 공포라는 독약이 풀리면 어이없는 곳까지 꺼져버리기도 합니다.
또한 내가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시장을 합리적으로 분석하기에는 그 변수들이  너무도 많고 복잡합니다.
내가 알고 있는  따끈따끈한 정보는  그 누군가에게는 이미 오래전에 취득한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정보일 수도 있습니다.
오늘 발표한 기업 실적은 최소 1분기 이전에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정보이고 현재 가격에  그대로 녹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에 돈이라는 놈은 빛보다 빨리 움직입니다.
시장 참여자들의 의중, 판단, 움직임, 공포와 탐욕등 시장의 등락에 영향을 주는 그 모든 요소들은 거의 실시간으로  시장에 그대로 반영 됩니다.
그 속에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도 있을 것이고, 소문 듣고 사고 파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탐욕과 공포도 적절히 뒤섞여 있을 것입니다.
똑똑한 사람이  참여하기도 하지만 멍청한 사람이  참여하기도 합니다.
속이는 자도 있고, 속는 자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시장이라는 용광로에  그대로 녹아 있습니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시장참여자 10 명이 내린  결정과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시장참여자  90명이  내린 결정이 뒤섞여 버리면 결론은 90명의 비합리적인 시장참여자가 내린 결정이  결국 정답이 되고 마는 것이 시장입니다.
그래서 "언제나 시장이 정답이다"는 격언이 생겨난 것이기도 합니다.
간혹 "시장이 우리를 속이고 있다"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잣대로 시장을 판단하면 도저히 말도 안되는 것이죠.
시장을 바라보면서 "시장이 우리를  속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 "시장이 왜이리  비이성적이고 비정상적이냐" 하는 생각이 든다면 그 사람은  절대 투자를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으면   "이종 격투기를 해설"하는 사람으로는 적합할지 몰라도  피흘리며 직접치고 받고 싸우는  "이종격투기 선수"로는 부적합 합니다.
시장 펀더맨탈과  시장을 해석하는 선수들의 의중이 모두 녹아 있는 것이 현재진행형으로 움직이는 시장의 모습인 차트 입니다.
차트 속에는 시장을 해석하는 이성적인 판단이 녹아 있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공포와 탐욕도 녹아 있으며 속이는 자와 속고 있는 자의 발자취 또한  모두 그대로 녹아 있습니다.
그래서 차트가 말하는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기술적 분석"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카오스 세계는 날씨입니다.
 슈퍼컴퓨터  수 십대를 굴려도   내일의 날씨를  100%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기상학자들은  날씨의 흐름은  파악할 수 있고  오차범위 내에서  예측도 가능합니다.
주식시장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60억 인간이 만들어 내는  온갖 종류의 에너지가 그대로 녹아 있는 주식시장은  카오스이며 랜덤워크로 움직이는 듯 합니다.  
그러나 그 속에 패턴이 있고  추세가 있고 무질서 속에  또다른 질서가 있습니다.
"기본적 분석"만으로 시장을 해석하기에는 변수가 너무 많고 지나칠 정도로 복잡 합니다.
"기본적 분석"만으로 시장에 대응하기에는 시장은 너무 빨리 움직입니다.
왜냐하면 시장은 오늘의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상황을 투영하기 때문입니다.
주식시장 변두리에서 구경만 하는 사람에게는 "기본적 분석"으로 시장을 해설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판단일 것입니다.
그러나 주식시장 한 가운데  직접 뛰어들어 선수로 참여하는 사람은  "기술적 분석법 "을 익혀  현재 진행형으로 움직이는 시장의 모습을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오늘날 "기술적 분석"은 시장의 모습을 읽은 알파벳입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시장참여자라면  "기술적분석"이라는 칼을 한 두개씩은 차고 있습니다.
개인 투자자 역시 주식시장에 발을 담궜다면 간단하나마 기술적 분석법을 익혀야 시장의 흐름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도 봐야 이기는 게임에서 남들이 보고 있는 것조차  못 보고 있다면 승산은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개인투자자중에 의외로 기술적분석법에 대해 무관심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적지 않은 돈을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중에 캔들차트를  읽을줄  모르고, 이동평균선의 의미조차 모르는 사람도 의외로 많습니다.
"차트맹신"보다 위험한 것은 "차트무시" 입니다.
그렇다고 복잡하고 화려한 차트기술을 익혀야 함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도 한 때 화려하고 복잡한 차트기술이 멋있어 보일 때도 있었지만  손에 맛지도 않는  칼 여러개 들고 싸우는 것보다 손에 딱 맞는 칼 한 두개 들고 싸우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가 갖춰야할 기술적 분석법은  간단한 방법 몇가지면 충분합니다.
개인투자가 꼭  알아야 할 기술적분석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글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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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이사르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