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여 신재정협약을 체결하자 시장은 유럽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며 환호를 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미국쪽 신용평가사들이 그거 별거 아니라며 초를 치는 바람에 김이 많이 샜습니다..
시장의 분위기 역시 급반전 하고 있습니다.
장기 둘 때 장군 멍군을 주고 받듯이 하루 단위로 호재와 악재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정신을 못차릴 지경입니다..
요즘 하루 하루 밥 먹고 살기도 힘든데 세상까지 복잡하게 돌아가니 짜증 나시는 분도 계실듯 합니다..
도대체 뭐하자는 건지...
열심히 모여 뭔가를 하고 있는것 같긴 한데 무엇을 하고 있는지 감을 잡기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복잡할 때는 시야를 보다 크게 하고 단순화 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지구촌의 문제를 간소화 시켜 보면 그동안 선진국이라는 소리를 들어가며 세계를 리드해 왔던 큰 축인 미국과 유럽이 말썽 입니다..
주기적으로 찾아 오는 감기 정도가 아니라 자칫하다 골로 가는 큰 중병에 걸린 것입니다..
아무튼 미국도 문제 많고 유럽도 문제가 많습니다..
그런데 차이가 있다면 미국은 급한 불은 껏지만 유럽은 급한 불을 끌 일이 남아 있다는 것입니다..
2012년에 종말이 온다는 예언들이 많았는데 2012년 상반기에 남유럽 재정취약국의 채권만기일이 몰려 있어 까딱 하다가 유럽이 맛탱이 갈 수 있는 상황 입니다..
유럽은 무조건 급한 불을 꺼야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미국과 유럽은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습니다..
미국은 주 정부가 독립된 국가처럼 법도 조금씩 틀리고 따로국밥처럼 놀고 있지만 같은 돈을 쓰고 있고 재정도 통합 되어 있는 미합중국이라는 하나의 나라 입니다..
하나의 나라이기 때문에 위기가 닥쳤을 때 중앙정부의 의지에 따라 문제 해결을 위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었습니다..
시장이 50 정도의 조치를 생각하고 있을 때 100 이라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헬리콥터 벤 아저씨가 총대를 맸고 양적완화라는 이상한 말도 만들어 내며 돈을 뿌려 댔습니다..
다들 "이래도 되나" 할 정도로 과감하고 단호하게 조치를 취했습니다..
부작용을 걱정해야 했지만 일단은 급한 불을 끄고 봐야했습니다.. 그리고 급한 불은 껐습니다.
그런데 유럽은 상황이 다릅니다...
돈만 유로화라는 같은 돈을 썼지 나라도 다르고 , 민족도 다르고 재정도 다릅니다..
서로 이해관계가 다 다릅니다..
문제를 일으켜 지원 받는 나라도 있고, 문제 있는 나라에 돈이 물린 나라도 있고, 돈이 물린 나라에 돈이 물려 있는 미국도 남의 일이 아닙니다..
나라와 나라끼리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얼켜 있지만 나라 안에서도 이해관계가 복잡합니다..
그리스만 하더라도 파업문제로 조용한 날이 없습니다..
얼마전 양대노총이 파업을 진행해서 공공부문이 마비될 지경에 놓여 있습니다...
그리스 국민들은 나라 살리는 건 좋은데 밥 숟가락은 뺏지는 말라고 합니다...
나라는 니들이 말아 먹고 내 밥그릇 왜 뺐냐는 것이죠...
어린 애들도 사탕을 줬다 뺏으면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복지 천국 유럽이 상황이 어렵다고 복지를 축소하기가 쉬운 문제는 아닙니다....
유럽이 시끄러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히틀러가 같은 또라이가 출연해야 할 지경입니다...
이런 상황 가운데 시장은 유럽에게 미국과 같은 한큐에 해결 되는 솔루션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그 과도기적인 성격으로 유럽재정안정기금 (EFSF) 이라는 비상처방으로 땜빵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13년이나 되야 유로존의 항구적 구제금융 기관인 유로안정화기구(ESM)이 출범합니다...
이번에 유럽정상들이 모여서 여러 이야기를 하고 신재정협약이라는 결과물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시장이 바랬던 희망사항은 너무 많았습니다.
유럽안정기구(ESM)이 은행화 되고 유럽중앙은행 (ECB)의 역할이 확대하고 유로공동 채권을 발행하는 등 실질적인 해결 방안이 나와주길 바랬습니다.
그런데 아직 그런 단계까지는 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회의하면서 한쪽에서는 계산기를 두드리며 손익을 계산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아일랜드,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핀란드 등 상당수의 EU 회원국은 의회 찬반투표나 국민투료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그리고 재정협약을 하면 재정주권을 상당분 EU에 넘겨야 하고 EU 집행위의 결정에 경제정책이 제약 받게 됩니다..
나라가 없어지는 건 아니지만 나라의 주권이 축소가 되는 것이 뻔한데 이는 상당히 민감한 부분입니다.
시장은 이를 두고 속도가 느리다고 하고 실효성이 의문이 생긴다고 합니다...
당연하지요.. 오히려 빨리 해결되는 것이 더 이상합니다...
시장은 성격이 급합니다.. 미국처럼 화끈하게 빨리빨리 해주길 원하는데 질질질 끈다고 생각 하고 있습니다.
지금 상황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동상이몽 (同床異夢)을 확인해 가는 과정 입니다..
미국의 신용평가사들이 유럽이 하는 일에 초를 치는 듯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히스테리를 부리는 것입니다..
찔끔 찔끔 깝깝하게 일처리 하지 말고 미국이 했던 것처럼 빨리 좀 처리하라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수백년에 걸쳐 자본주의를 완성해온 유럽이 성질급한 미국애들 말 듣고 급한 마음에 얼렁뚱땅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시장이 계속 출렁 출렁 거리겠지만 결국 유럽은 어떤 형태로든 급한 불을 끄리라 봅니다..
유럽이 시장의 등에 떠밀려서 하느냐 서로 밀고 당기는 줄타기를 잘하며 합의를 찾아내느냐의 차이는 있겠지만 설마 시스템이 무너지는 공멸을 선택하지는 않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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