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초반부에 보면 재미 있는 장면이 나옵니다.
도원결의가 있기 전 유비가 아직 젊었을 때의 일 입니다.
어느날 유비가 새로운 스승을 만나러 먼 길을 나섰는데 얼마 후 넓은 개울 하나가 그의 앞을 가로 막았습니다.
주변을 둘러 보았지만 배도 없고 사공도 없었습니다.
할 수 없이 신을 벗고 바지를 걷어 올린 채 물을 건너기 시작했습니다.
물은 차가 웠고 물살도 제법 거세어 건장한 청년이 건너기에도 그리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렇게 조심 조심 물을 건너고 있을 때 뒤쪽에서 노인의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거기 귀 큰 놈아! 나를 건네 주어야지, 배가 없는데 나는 어떻게 건너란 말이냐."
마치 유비가 배를 없애기라고 한 듯한 말투였습니다.
유비는 갈 길도 멀고 노인의 말에 화도 났지만 기왕 젖은 몸이니 좋은 일 한 번 하자는 생각에 노인 쪽으로 되돌아 갔습니다.
원점으로 돌아 온 유비는 노인을 업고 다시 물을 건너기 시작했습니다.
뇌쇄한 노인이였지만 사람을 업고 물을 건너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한참을 고생한 끝에 강기슭에 도착한 유비는 자기 갈 길을 가려 했습니다.
그런데 노인은 고맙다는 말을 하기는 커녕 오히려 짜증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짐을 저편 강기슭에 놓고 왔다는 것입니다. 마치 유비가 잘못해서 짐을 놓고 왔다는 식의 말투였습니다.
유비는 무례한 노인의 말에 마음이 상했지만 "제가 강을 건너서 짐을 갖다 드리지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노인은 짐을 가지러 돌아서는 유비에게 "내가 너를 어떻게 믿는단 말이냐. 잔말 말고 나를 업어라."
유비는 잠시 생각한 후에 묵묵히 노인을 업고 다시 물을 건넜습니다.
두 번이나 노인을 업은채 개울을 건너고 나자 그재서야 노인이 웃으며 다음과 같이 물어 보았습니다.
"처음 나를 업어 준 것은 그렇다 치고, 다시 짐을 가지러 가자고 했을 때 그냥 가버릴 수도 있었는데 왜 다시 강을 건넜느냐?
너는 무엇을 바라고 한 번 더 수고로움을 참았더냐?
그러자 유비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그 때 제가 화를 내고 돌아가버리면 어르신을 업고 강을 건넌 처음의 수고마저 의미가 없어 집니다.
그러나 잠시의 어려움을 참고 한 번만 더 강을 건너면 제 노력은 두 배의 의미를 갖게 될 것입니다.
이미들인 수고마저 의미 없이 만드는 것과, 한 번 참아서 두 배의 의미를 얻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노인은 껄껄 웃으며 유비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합니다.
"벌써 그걸 알고 있다니 무서운 아이로구나 "
노인은 유비를 보고 착한 아이라고 하지 않고 무서운 아이라고 했습니다.
무엇을 보고 무섭다고 했을까요?...
사실 어린 유비의 대답속에는 많은 복선이 깔려 있고 타산적인 음흉함이 숨어 있습니다.
찰라의 상황속에서 두 수 세 수를 따져 보고 자기의 수고가 헛되지 않고 최고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을 해 낸 것입니다. 만약 유비가 공자 왈 맹자 왈만 외웠다면 이런 판단을 내리기는 힘들었을 것 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중산층은 점점 사라지고 잘 사는 사람 1%와 못 사는 사람 99%로 갈리는 양극화 시대가 되어 버렸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몸통은 왜소해져 가고 거대한 머리와 가느다란 꼬리만 남은 괴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돈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경제력이 곧 경쟁력"이 되어버린 현실에서 경제지식은 양육강식의 법칙만 통하는 정글에서 자신의 목숨을 지켜주는 무기나 다름 없습니다.
더 이상 경제공부는 관심 있는 사람만 공부하는 교양선택이 아니라 누구나 생존을 위해 반드시 공부해야 하는 인생의 전공필수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나 학창시절 수능 점수를 잘 받기 위해 하는 경제공부와 현실속에 적용되는 경제공부는 번지수가 많이 다릅니다.
진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경제지식은 화려한 진열대에 전시 되어 있지 않고 어두운 장막 뒤에 숨어 있습니다.
따라서 표면적인 지식으로 눈에 보이는 것만 쳐다 볼 것이 아니라, 입체적인 통찰력으로 장막 뒤에 숨은 본질을 꿰뚫어 봐야합니다.
수 십년 동안 산더미 같은 책과 씨름한 유학파 출신 경제학 박사와 명동 사채 시장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노인이 맞짱을 뜨면 누가 이길까요. 경제학 박사가 경제 지식으로 노인을 무식하다 깔볼 때 그 노인은 경제학 박사를 상대로 사기를 칠 수도 있습니다.
가끔 경제공부를 하기 위해 무슨 책을 보고 어떻게 공부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을 받곤 합니다..
그럼 다음 한 가지를 물어 봅니다.
경제지표중에 무엇을 가장 유심히 보십니까?
이런 질문에 머뭇 머뭇거리면 기초가 부족하다 생각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경제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모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0.1초도 고민할 필요 없이 환율과 금리라는 말이 곧바로 튀어 나와야 합니다.
스스로 경제지식의 기초가 없다고 판단 된다면 인터넷 수능강좌 사이트에 접속해서 고3 수험생이 공부하는 경제 교과서라도 공부해야 합니다.
요즘은 그 어느 때보다 경제공부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 사실 경제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일과를 마친 후 TV를 보는 대신 하루 3시간씩 공부하면 석 달이면 생활에 필요한 왠만한 경제지식은 익힐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대충 기초가 닦이게 됩니다...
경제신문을 매일 보는 것도 좋은 공부방법입니다. 이때 스마트폰으로 공짜로 보면 며칠 하다 말게 되니 웬만하면 돈을 주고 종이로 된 경제신문을 사서 출.퇴근시간에 매일 읽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또하나 유념할 것은 경제 신문은 언론사 별로 돌아가면서 보는 것입니다.
매일경제, 한국경제, 한계레 경제파트, 조선 경제파트 등... 이런식으로 특정 언론을 편독하지 말고 경제신문, 일간신문, 보수 성향, 진보 성향 등 다양한 시각으로 두루 두루 살펴 보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또한 경제 신문을 읽다 보다 모르는 용어가 나오기 시작하는데 이런 용어들은 메모해 뒀다면 시간이 날 때 하나하나 익혀나가면 됩니다.
그렇게 경제신문을 몇 달 정도 읽다보면 금리,채권, 환율, 주식, 미국경제, 중국 경제, 돈의 역사 등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를 알게 됩니다.
책을 읽을 때는 좋은 책을 추천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스로 무슨 책을 사서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가 직접 책을 골라서 읽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돈이 아깝다고 생각되는 책을 숱하게 골라봐야 합니다. 책을 고르는 것도 공부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경제 신문을 보고 경제관련 책을 접하다 보면 어느날 경제신문 보는 것이 재미 있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습니다.
경제 현상이 서서히 삶의 레이다망에 포착 되기 시작하고 내 삶의 관심 분야로 편입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경제 신문을 재미있게 읽을 정도가 된 것은 진짜 경제공부를 하기 위한 알파벳을 배운 것에 불과합니다.
사실 제가 말하고 싶은 경제공부 방법은 지금까지 말한 것이 아닙니다..
위에 말한 것은 경제공부를 한 것이 아니라 진짜 경제공부를 하기 위해 필요한 공부를 익힌 것에 불과 합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경제공부법은 다방면의 독서와 걷기와 사색 입니다..
장르를 가리지 말고 많은 책을 읽고 많은 사색을 하는 것이 진짜 경제 공부입니다.
워랜버핏이 하루 일과중 3분의 1을 독서로 보낸다고 합니다..
이를 두고 "그 사람 책 읽은 것이 취미인가보다 " 하고 쉽게 넘길 문제가 아닙니다.
시골의사 박경철씨는 40대 초반에 이미 만 여권의 책을 읽은 독서광입니다.
다방면의 책을 보면 세상이 점점 작아져 보입니다. 세상이 점점 작아져 보여야 경제현상이 눈에 잘 들어 옵니다.
숨어 있는 이면의 세계가 보이고, 굴절 되어 있고 비뚤어진 현상도 제대로 볼 수 있는 눈이 생기게 됩니다
또한 많은 사색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사색을 위해 걷는 것 만큼 좋은 것은 없습니다.
걷는 것이 좋은 운동이고 몸에도 좋지만 지식을 숙성시키고 발효 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저는 퇴근시간에 매일 30분 정도 청계천을 걷습니다..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입니다.
그리고 주말이면 배낭하나 매고 걷기 좋은 곳을 골라 15~20킬로씩 걷습니다.
그렇게 3~4시간 걷고 나면 적당히 땀도 나고, 이런 저런 생각도 많이 나고 , 엉켜있던 문제들이 많이 풀리기도 하고 생각이 정리 되기도 하고 내가 무엇을 모르고 있고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도 생각나고, 무엇을 해야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도 생각납니다. 이 모든 것이 바로 진정한 경제공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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