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인생2017. 2. 5. 00:53
"사는 게 힘들면 고뇌에 빠지고 사는 게 편하면 권태에 빠진다."
쇼펜하우어의 말이다.
힘든 것 하나 없고 모든 일이 척척 잘 풀리면 마냥 행복할 것 같지만 삶의 실상은 그렇지 않다.
비바람 몰아치고 풍랑이 이는 바다도 힘들지만, 아무런 바람이 불지 않는 고요한 바다도 괴로운건 매 한가지다.
사는 게 힘들어도 행복해 하는 이유는 삶에 감격이 있기 때문이다.
사는 게 편해도 권태속에 괴로워 하는 이유는 삶에 감격이 없기 때문이다.

스토리가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스토리가 있는 삶을 살아야 그 삶에 감동이 있고 텅비어도 충만함을  만끽할 수 있다.
설악산을 갔는데 케이블카 타고 단 번에 휙 올라가면 감동이 없다.
좋은 구경 다 하고 먹을 것 다 먹고  내려와도 웬지 허전하다.
스토리가 빈약하기 때문이다.. 
스토리가 없기 때문에 감동할 것도 기억할 것도 없다.
추억이 되지 못하고 금방 잊혀지고 만다..
그러나 산 밑에서부터 무거운 배낭 짊어지고 땀을 뻘뻘 흘리며 서로 밀어주고 땡겨주고 숨을 헐떡이며 한발 한발 오르며 정상을 밟으면 스토리가 생겨난다.
산을 내려와 일행들과 막걸리 한잔 하더라도 이야기가 풍성하고 오랫동안 추억으로 남게 된다.
 
필자가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 후반에 고물 자동차를 몰고 친구 2명과 지리산을 찾아간 적이 있었다.
인터넷이 발달되지 않은 시절이고 혈기 왕성한 때라 이것저것 알아 보지도 않고  물 한병 사들고 무작정 떠났다
준비없이 가다 보니 험한 코스를 오르게 되었다. 
지리산이 그렇게 높은 줄 몰랐다. 정말 죽도록 고생했다...
그렇게 고생 고생해서 새벽녁에 천왕봉에 도착했다.
얼마후 구름사이로 떠오르는 태양을 보니 절로  눈물이 났다.
산을 오르며 수 많은 이야기 거리가 생겨 났기에  몸은 녹초가 되었지만  일출이 그렇게 감동적일 수가 없었다.
그 많은 이야기 거리는 시간이 흐르자 추억으로 남았고 이제 아름다운 삶의 한 조각이 되었다.
 
요즘 젊은 청춘들의 사랑은 속전속결이라고 한다.
그런데 몇 번 만나지 않고  곧바로 속성코스로 가버리면 그 사랑은 이내 식어 버린다.
이런 만남은 러브스토리가 되지 못한다.
애절함도, 애뜻함도, 설레임도 없다.
스토리가 없기 때문에 밋밋하고 감동이 부족하다. 
몇번 다투다 헤어지면 그만이 되고  나중에는 누굴 만났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혼자 사랑하며 속 앓이도 해보고, 마음을 시에 담에 선물도 줘보고 ,이름만 불러도 설레어 보고,너무 그리워 눈물도 흘려보고, 포옹하는 것만으로도 가슴벅찬 그런 사랑은 오래간다.
왜냐하면 그 사랑에는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다.
스토리가 풍성한 사랑은 애절하고 애뜻하고 감동적이다.
한류 열풍의 주역 한국 드라마의 주제는  거의 비슷하다. 
이야기의 구성이 간단하다.
주인공이 다르고 배경이 다를 뿐 거의 신데렐라 이야기다.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받던  신델렐라가 왕자님의 사랑을 받는다는 이야기나,   평범한 여자 주인공이  대기업 회장 아들의 사랑을 받는다는 이야기나 기본 구성은 똑같다.
그런데도 그 뻔한  내용에 열광하는 이유는 드라마 속에 기승전결이 있고 반전이 있고 풍부한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삶에 감격이 있으려면 그 삶에 스토리가 풍성해야 한다.
그래서 틈만나면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결과에만 의미를 둘 게 아니라 살아가는 과정에 의미를 둬야 한다.
삶에 의미를 두는 과정이  있어야 스토리가 만들어 진다.

돈 돈 돈  돈타령만 하고, 무조건 내꺼 내꺼 하며 내주머니만 채우려는 삶은 스토리가 빈약하다.
로또 한방에 일확천금을 얻는다 한들 그 삶을 풍요로운 이야기 거리로 채우지 못하면  삶은 공허해 진다.
돈이 되지 않더라도 의미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남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가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그래야 삶에 스토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돈만 벌어다 주는 남편, 밥만 해주는 아내가  되어서도 곤란하다.
딸아이 손잡고 딸기밭도 다녀보고, 아내와 함께 DIY 가구도 만들어 보고, 즉흥적으로 가족을 모두 이끌고  동해안으로 여행을 가보기도 해야 한다.
이렇게 스토리가 풍성한 가정은  밥만 안 굶어도 행복할 수 있고 삶에 풍낭이 일어도 쉽게 깨지지 않는다..
삶에 채워 넣을  스토리가 빈약하다면 작은 것부터라도 하나씩 채워보자. 
주말에 하루 종일 TV를 껴않고 있기보다 조금 귀찮더라도  가족들 손잡고 둘레길이라도 걸어 보는 것이다.
내 삶을 어떤 스토리로 채울것인가에 따라   삶은 명작이 되기도 하고 졸작이 되기도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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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이사르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