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인생2017. 2. 5. 01:04
서양에 마키아벨리가 있다면 동양엔 한비자가 있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 제왕학의 고전이라면 <한비자>는 제왕학의 경전으로 통한다.
진시황이 한비자의 통치 철학을 빌려 천하를 통일한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그만큼 <한비자>에 담져진 지혜의 깊이가 범상치 않음은 분명하다.
<한비자> 공명편에 보면 재미있는 대목이 나온다.
" 아무리 작은 나무라도 높은 산 위에 세워 놓으면 천 길 골짜기를 내려다 볼 수 있다.
이는 나무가 커서가 아니라 그 위치가 높기 때문이다.
포악한 걸왕이 천하를 다스렸던 것은 현명해서가 아니라 권세가 컸기 때문이다.
성인 요왕도 평범한 서민이었다면 세집도 바로 다스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것은 어리석기 때문이 아니라 권세가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키 작은 나무라도 높은 곳에 서 있으면 키 큰 나무를 내려다볼 수 있듯,
어리석은 자도 권세가 있으면 현명한 사람을 다스릴 수 있다고 했다.
제왕이 나라를 다스리기 위해 법을 세우고 운영하는 술수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왕으로서의 권세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권세와 위세를 확보한 후에 법을 세우고 법을 사용해야 제대로 다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비자 사상의 핵심은 세.법.술(勢,法 術)이다.
통치자는 세(勢)를 획득하고  법(法)을 세운뒤 비로소 술(術)로 다스려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세(勢)는  Force 곧 에너지다.
세를 획득한다는 것은 에너지 흐름을 장악하고 그 에너지를 이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야구 경기를 보면 수비수 실책 하나로  순식간에 분위기가 바뀌고 상황이 역전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상대방의 기세에 눌려 주눅들기 시작하면  평소에 하지 않던 어이없는 실책을 하고 스스로 무너지게 된다. 분위기를 잡고 상승세를 타면 삼진만 당하던 선수조차 안타를 툭툭 쳐낸다.
축구도 마찬가지다.
중국팀이 한국팀만 만나면 공한증에 걸려 주눅든다.
과거 한국팀이 유럽팀만 만나면 힘을 못펴는것 또한 기세에 눌려 한수 접고 들어가기 때문이다.
세(勢)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실체이다.
 
권세, 기세, 대세..  모두 비슷한 맥락이다.
근면 성실한 것도 중요하고, 스팩을 쌓고 기술을 습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는 세상이 흘러가는 대세를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대세를 재대로 파악하고 그  대세에 올라타야 세상이 흘러가는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다.
대세에 올라타 성공한 대표적 케이스가 가수 싸이다.
싸이는 스티브잡스가  열어준 스마트 세상에서  트위터, 유튜브, 페이스북이 만들어 놓은 SNS의 덕을 톡톡히 봤다.
세상이 흘러가는 방향에  편승해 숟가락 하나 슬쩍 올려 놓았는데 얼떨결에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다.
바닥부터 박박기어서 한계단 한계단 올라간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대세에 올라타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필자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불운한 세대에 속한다. 대학을 졸업하던 그해 IMF가 터졌다.
쟁쟁한 인재들도 백수가 되던 시절이라 취업하는 것을 일찌감치 포기하고  자영업을 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필자의 친구중에 두명의 친구가 기억난다.
한 친구는 비디오대여점을 했고, 한 친구는 게임방을 했다.
98년 당시만 해도 비디오대여점이 성행 했고 게임방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데 세상은 바야흐로 IT 시대로 접어 들고 있었다.
한 집에 한 대씩 컴퓨터가 보급 됐고 초고속 인터넷이 깔리기 시작했다.
스타크래프트, 리니지 같은 게임이 청소년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다.
엘빈토플러가 10년전에 예상했던 대로 세상은 어느덧 정보화시대로 접어들고 있었다.
두 친구의 운명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비디오대여점을 선택한 친구는 큰 빚을 지고 망했고, 게임방을 선택한 친구는 대박을 맞았다.
누가 성실하고 게으르고의 문제가 아니였다.  누가 장사 수완이 좋고 나쁘고가 아니였다.
대세를 따르느냐 역행하느냐의 문제였다.
일단은 대세를 읽고 무조건 대세에 올라타고 봐야 한다.

보도에 따르면  카카오톡의 기업가치가 1조원에 육박한다고 한다.
프로그램이 탁월해서도 아니고 영업을 잘해서도 아니다.
스마트시대에 플랫폼의 한 축이 되어 세력을 구축해 버렸기 때문이다.
얼마전까지 수익모델을 찾지 못해 만성적자에 시달렸지만 플렛폼 위에 게임을 장착하면서 돈을 벌기 시작했다.
카카오톡 게임에서 한때 유행했던 "드레곤플라이트"라는 게임은 개발자 혼자서 만들었는데 불과 몇달사이에 백억대 부자가 되었다고 한다. 싸이처럼 대세에 올라 탔기 때문이다.

세(勢)가 먼저고 법(法)이 다음이고 술(術)이 마지막이다.
이것을 거꾸로 하면 곤란하다.
투자를 하더라도 세(勢), 법(法), 술(術)의 순서로 하면 크게 낭패보는 일이 없다.
그런데 대부분은 이를 거꾸로 하고 있다.
시장의 큰 흐름에 관심이 없고 원칙과 기준이 불명확하면서 기술만 익히려 한다.
순서를 바꿔야 한다.

첫번째는 세(勢), 즉 시장의 대세를 보는 것이다.
주식투자일 경우 상승장인지, 하락장인지를 대세를 먼저 살피는 것이다.
대세를 어떻게 파악하느냐는 것은 또다른 문제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상승장이면 올라타고 하락장이면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아야 함을 아는 것이다.
이것을 두고 "시장에 순응한다" 고 표현하곤 하는데 곧 대세를 따르는 마음이다.
 
두번째는 법(法), 즉 나만의 법을 세워야 한다.
투자의 원칙과 기준을 말하는 것이다. 
가령, 개별주는 하지 않고 시장 평균에 배팅한다.
여유자금으로만 한다. 여유자금도 최대 50%만 투자하고 나머지 50%는 히든카드로 남겨둔다.
이와같은 자신만의 명확한 기준과 원칙을 만들어서 법을 세워야 한다.
 
마지막 세번째가 술(術)이다.
기술이고 테크닉이고 기법이다.
시장에는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만큼 수 많은 기법들이 난무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에 관한 것은 나중의 일이고 장식에 해당된다.
안타까운 사실은 가장 중요하지 않는 것을 가장 중요한것처럼 착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럴듯 하기 때문에 개미들이 가장 많이 속는 부분이다.
서점에 깔려있는 주식관련 책 중 90% 이상은 기술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기술이 좋아서 돈을 벌고, 기술이 나빠서 돈을 잃는 것이 아니다.
차트기술책 수백권을 독파한다고 돈 버는 것이 아니다. 
상승장에 올라타서 돈을 벌고, 하락장에서 장난치다 돈을 잃는 것이다.
시장의 대세에 따르며  명확한 투자 원칙을  확보하고 그 원칙대로 실천하면  화려한 투자기술이 없어도,  직장생활 하면서도 얼마든지 잘 할수 있다. 
이제 정리하자.
한비자 말한 세.법.술(勢,法 術)은 주도권을 잡고 상황을 통제하려 할때 마땅히 해야 하는 것을 계층적 구조로 설명하고 있다.
우선순위이자 TOP-DOWN 방식 이다.
보이지 않는 것에서 보이는 것으로 내려온다.
밑으로 내려올수록 가시적이고 구체적이기에 더 중요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각각 중요하지 않는 것이 없지만 알단 방향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대세를 읽고 기준과 원칙을 세운 뒤에 비로소 각론으로 들어가는 사고의 틀을 갖추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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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카이사르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