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제법 추운 어느날 두 시간 정도는 걸으리라 작정하고 집을 나섰다..
아파트 현관문을 빠져 나와 놀이터를 지나 나오는데 바닥에 50원이 떨어져 있었다.
비가 그친지 얼마 되지 않아 바닥은 젖어 있었다.
" 50원을 주워 말어 ". 찰라의 순간이였지만 잠시 갈등하다 그냥 지나쳤다.
가던길을 멈추고 땅바닥에 떨어진 물에 젖은 50원을 줍는 수고로움이 50원의 가치도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 50원이 원래 이렇게까지 가치 없지는 않았는데. '
순간 웃음이 나왔다.. 50원의 추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필자가 7살때의 일이다..
당시 종이딱지가 유행 했는데 어느날 태권V 그림이 그려진 신제품 고무딱지가 나왔다.
어린이들이 열광했다. 필자 또한 고무딱지가 너무도 갖고 싶었지만 돈이 없었다.
10원도 귀하던 시절 어머니 지갑에서 50원을 훔쳐 문방구로 향했다.
50원이 그렇게 큰 돈인지 몰랐다.
고무딱지를 사고도 돈이 남아서 과자를 사먹을 수 있었다.
집에 돌아오니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어머니가 지갑을 뒤지고 뭔가를 찾고 계셨다..
분명히 50원이 있었는데 없어졌다며 한참이나 50원을 찾고 계셨다.
순간 내가 큰 잘못을 했다는 것을 깨닫고 딱지와 과자를 숨겼지만 이내 들켰다.
그후로 어떻게 됐는지 기억이 없는걸로 봐서 크게 혼내시지 않았던 모양이다.
아무튼 필자가 7살때 50원은 어른이라도 잃어버리면 한참을 찾을만한 가치가 있는 그런 돈이였다.
다시 시간이 흘러 필자가 13살때의 일이다..
제법 잘 사는 친구녀석이 가난한 농부의 아들에게서 50원을 빌려갔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돈을 갚지 않았다. 부자집 아들이라 50원이 그리 큰 돈이 아니였던 모양이다.
그러나 필자에겐 큰 돈이였다.
빨리 갚아 달라고 하기에는 부끄럽고 그냥 넘어가기에는 아까운 돈이였다.
그 친구는 며칠 후 까박 잊었다며 50원을 갚아줬다.
13살때 50원은 빌려주고 돌려받지 않으면 아까운 그런 돈이였다..
또다시 시간이 흘러 필자는 40대 중년이 되었다..
우리나라는 잘 살게 되었고 용돈 타쓰던 소년은 돈을 벌게 되었다.
그 사이 50원짜리 동전은 처량한 신세가 되었다.
이 세상 어딘가 70년대 50원짜리가 굴러 다닐 것이다.
50원짜리 동전은 변한것이 없다.
그러나 한때 귀한 대접을 받던 몸이 이제는 떨어져 있어도 줍는게 귀찮을 만큼 찬밥신세가 되었다.
그만큼 많은 돈이 풀려 돈의 가치가 떨어졌고, 50원을 손에 든 주인은 꼬맹이에서 어느덧 어른으로 바뀌었다...
50원을 바닥에 두고 걸으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았다.
세상에 영원 불변한 것은 없고 절대적인 것도 없다는 것을 세삼 깨달았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50원짜리 동전이 감정이 있다면 자신의 신세가 왜 이렇게 되었냐며 슬퍼할지도 모른다.
자신은 변하지 않았는데 왜 다들 변했냐며 한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변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이다.
변하는 것을 받아드려야 한다.
자연은 날씨가 변하면 계절의 옷을 갈아 입는다.
새싹이 파릇하기도 하고, 입이 무성하기도 하고, 열매를 맺어 풍성하기도 하지만 때론 가지만 앙상하게 남기도 한다.
자연스러운 자연의 모습이다.
변화에 반응을 하는 것이 생명이다. 변화에 무감각해지는 것이 죽음이다.
변하는 것을 두려워 할 것이 아니라 변하지 않고 감각을 잃어 버리는 것을 두려워 해야 한다.
계절이 바뀌듯 세상은 늘 변한다. 그 변화에 맞춰 내가 옷을 맞춰 입어야 한다.
감각이 무디어 변하는 것을 감지하지 못하면 오해하게 되고 헛발질을 하게 된다.
변하지 않는게 중요한 게 아니라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상이 변하고 있는데 아직도 10년전 재테크 책을 읽고 아파트 타령 하고 있으면 곤란하다.
투자도 그렇고 삶도 그렇고 하다못해 남녀간의 사랑도 그러하리라..
변하는 것을 두려워할 게 아니라 변한다는 것을 받아드리고 그때마다 가장 어울리는 옷을 차려 입는 것이 중요하리라..
------------------------------------------
'칼럼 > 인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리더에 관한 마키아벨리의 교훈 (0) | 2017.02.05 |
---|---|
대세를 읽고 대세에 올라타라 (0) | 2017.02.05 |
자기 객관화의 능력을 갖춰라 (0) | 2017.02.05 |
스토리가 있어야 삶이 풍성해진다 (0) | 2017.02.05 |
오늘을 살아라 (0) | 2017.02.05 |
삶의 원동력 자존감 (0) | 2017.02.05 |
삶에도 길이 있고 맥이 있고 결이 있다 (0) | 2017.02.05 |